중견 제약사 한독(HANDOK)의 신용등급이 8년 만에 또 강등됐다. 무엇보다 2년 전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 계약이 끝난 뒤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있는 데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3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6일 한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12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지 6개월만이다.
한독의 신용등급이 한 때 ‘A’에서 2012년 10월을 기점으로 줄하향되는 모습이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독과 1대주주인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Sanofi)와의 합작관계 청산을 계기로 ‘A-’로 하향한 바 있다. 재무적 융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어 2017년 6월 한신평이 다시 ‘BBB+’로 낮췄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수익성 부진(2016년 영업이익률 1.4%)이 지속되고,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투자 확대로 재무부담(순차입금 2013년 말 539억원→2017년 3월 말 1673억원)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2018년부터 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A급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한신평이 이번에 또다시 등급을 강등한 이유는 먼저 2023년 합산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해외 제약사 오리지널 의약품 솔리리스, 울토미리스의 도입 계약 종료 이후 판매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반의약품 부문에서도 주력인 ‘케토톱’(소염제)의 판매가 둔화되었고, 의료파업 영향으로 진단시약 판매도 부진하다는 평가다.

실제 한독은 매출(연결기준)이 2022년 5440억원에서 2년 연속 뒷걸음질 치며 작년에는 507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1~3월 매출이 1200억원으로 1년 전(1290억원) 보다 6.9%(89억원) 감소했다.
이에 더해 이익창출력이 크게 저하되었고, 단기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요인으로 꼽았다. 외형 둔화 속에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한독의 판관비율은 2022년 26.7%에서 2024년 30.9%에 이어 올 1분기에는 31.5%로 상승했다. 이로 일해 작년 영업이익률이 0.1%까지 하락했고, 올 1분기에는 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제넥신(한독 보유 지분 13.28%)과 미국 바이오벤처 레졸루트(11.88%) 등 관계사의 적자에 따른 지분법손실과 주식가치 하락으로 인해 순이익 또한 2023년 289억원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작년에는 527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 현금 창출력이 위축되는 와중에 2012년 이후 바이오벤처 투자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독의 지난 5월 말 누적 순투자금액은 약 2100억원에 이른다. 반면 2020년 말 2103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매년 예외 없이 증가해 올해 3월 말에는 335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