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상을 시작으로 2011년, 2021년 단계별로 진행된 2상까지 전 과정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2상 Step2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지만 GC녹십자 임상팀과의 긴밀한 협력, 각 부서간 체계적인 업무 분담 및 철저한 일정관리로 안정적으로 임상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글로벌PS)에서 CR(Clinical Research, 임상연구) 사업부를 이끄는 황세희 본부장(전무)은 국내 첫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임상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탄저병은 흙에 사는 탄저균으로 감염되는 질환으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률이 97%에 달하는 1급 법정 감염병이다. 독성이 강해 생물무기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처럼 치명적인 생물 무기에 대처할 국산 백신이 배리트락스주이다.
GC녹십자와 질병관리청이 공동 개발한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는 지난 4월 국산 신약 39호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1997년 기반연구를 시작으로 무려 28년이 걸린 장기프로젝트를 통해 탄저백신 국산화라는 큰 결실을 봤다. LSK글로벌PS은 2009년부터 시작된 임상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힘을 보탰다.
황 본부장은 "이처럼 오랜 기간 진행된 장기프로젝트를 한 곳의 CRO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면서 "특히 이번 탄저백신 과제의 경우 이혜린 부서장이 PM(Project Manager)으로서 과제 전체를 주도하며, 품목 허가 심사를 받는 마지막 단계까지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국산 신약 40% 임상 수행…노하우·혁신시스템 도입 결과
이번 탄저백신의 성과는 LSK글로벌PS의 축적된 역량의 결과다.
LSK글로벌PS는 2000년 설립 후 현재까지 허가받은 국산신약 39건 중 15건의 임상에 참여했다. 국산 신약의 약 40%가 LSK글로벌PS의 손을 거친 셈이다. 황 본부장은 "2021년 이후 허가받은 9개 국산 신약 중 7개의 임상을 담당했다"라면서 "특히 항암제, 희귀질환, 백신 등 고난도 과제에서 역량을 입증했다"라고 소개했다.
임상시험은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해 목표에 다가가는 복잡한 과정이기에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 특히 연구자, 의뢰사(Sponsor) 및 CRO 등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소통 및 유기적인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 LSK글로벌PS CR사업부는 이를 위해 임상시험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운영체계를 구축했으며 임상 세팅부터, 운영, 모니터링까지 효율성을 높이는 단계적 운영 전략을 수립해 임상을 진행했다. 단계 단계마다 쌓아온 고도의 노하우가 응집됐다.
특히 회사는 PM(Project Manager)이라는 전문 포지션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 임상시험 전체 과정을 조율하도록 했다. 황 본부장은 "임상시험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진행하는 PM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PM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의뢰사와 함께 타임라인, 과제의 중요도, 개발 계획 등을 함께 논의하고 목표를 설정해 맞춰 나간다"고 설명했다.
LSK글로벌PS는 데이터 관리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바(Veeva)사의 비바 볼트(Veeva Vault) 시스템을 도입, 전자임상시험 마스터 파일(eTMF)과 임상시험관리시스템(CTMS)를 통해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여기에 더해 '스팟파이어(Spotfire)'라는 데이터 시각화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을 넘어 경향성까지 함께 분석하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국내사 글로벌진출 기여"

LSK글로벌PS는 빌 게이츠 재단의 말라리아 연구 기관인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 JCR Pharmaceuticals를 비롯한 일본 제약사, 미국 바이오텍 등과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또한 현재 유럽, 대만의 임상을 등록∙진행 중이고,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임상을 확대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황 본부장은 다만 "주요 목표는 한국의 바이오텍이나 제약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CRO 산업은 점차 고도화된 임상시험 운영 역량과 글로벌 수준의 품질 기준을 요구받고 있으며, 특히 CR 부문의 역할도 단순 현장 관리에서 벗어나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LSK글로벌PS CR사업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앞으로도 다국가 과제 및 고난도 임상시험에서의 운영 전문성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국가 임상, 희귀질환 및 백신 등 복잡성이 높은 과제를 중심으로 현장 대응력과 조직 간 협업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분산형 임상시험·AI 도입…"독보적 기술중심 CRO"
LSK글로벌PS는 미래 임상시험 환경 변화도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분산형 임상시험이 주목받았다. 환자가 병원에 오기 어려워지면서 환자가 있는 곳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원격 동의를 받거나, 검체 배송 업체를 이용해 검체를 수집하는 과정, 그리고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방문하는 형태의 임상시험 등이 모두 분산형 임상시험에 포함된다.
황 본부장은 "분산형 임상은 글로벌 임상시험의 주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기간을 신속하게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LSK글로벌PS 역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분산형 임상시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시스템 기반 임상시험이다. 적합한 임상참여자를 추천하거나 부적합한 데이터를 즉각 감지하는 역할 등을 AI가 수행한다. LSK글로벌PS는 ARS(Academic Research Service)라는 조직을 통해 AI 도구를 어떻게 임상시험에 활용할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 CRO는 'RBQM(Risk Based Quality Management, 위험 기반 품질 관리)' 개념으로 변화할 것이다. IT, AI 등을 도구를 이용해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운영하는 것이다. LSK글로벌PS는 데이터 입력 시 사전에 설정해 놓은 리스크가 탐지되면 해당 연구 기관에 집중적으로 위험 평가를 수행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황 본부장은 "LSK글로벌PS는 '독보적인 기술 진보 회사'라는 비전을 가지고, 임상시험의 질적 향상과 시스템 기반의 관리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국내에서 글로벌 수준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CRO로서의 입지를 확립함과 동시에 다국가 임상시험 및 고난도 임상시험에서의 운영 전문성을 더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이어 "LSK글로벌PS는 미래에도 임상시험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며, CRO 산업의 국제적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