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체 관련 기업들 대부분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전체란 생명체가 가진 모든 유전 정보를 의미하며, 유전체 기업은 이 유전 정보를 분석·해석해 질병 진단, 치료법 개발, 맞춤형 의료 및 바이오 연구 등에 활용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국내 유전체 관련 기업들은 협소한 시장 사이즈와 신사업 부재로 수익성뿐 아니라 성장 동력까지 약화되고 있다. 일부는 최대주주 변경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유전체 상장기업 대부분 적자…GC지놈만 흑자
25일 비즈워치가 상장 유전체 기업 9개사를 분석해보니 올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낸 곳은 GC지놈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마크로젠과 랩지노믹스·소마젠·제이에스링크·엔젠바이오·지니너스·이원다이애그노믹스·셀레스트라 8개사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전체 대장주 격인 마크로젠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1억원으로 전년 동기 6억원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다만 올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35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34억원보다 적자폭이 다소 늘었다.
랩지노믹스와 소마젠 역시 누적 영업손실이 각각 128억원, 22억원을 냈으며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이 감소했으나 이대로라면 올해 의미있는 영업이익을 내긴 어려워 보인다.

GC지놈은 유일하게 '흑자'로 올라선 모습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8억원으로 전년(0원)에서 플러스로 돌아섰고,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0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동기 영업손실 13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86억원에서 235억원으로 20%대 성장세를 기록해 업계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
제이에스링크(구 디앤에이링크)는 3분기 영업손실이 39억원으로 전년동기 영업손실 25억원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1~3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전년동기 74억원에서 11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와 셀레스트라(구 클리노믹스)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안팎으로 급감했다.
실적 부진과 함께 최대주주가 교체되는 곳들이 잇따랐다. 제이에스링크·엔젠바이오·랩지노믹스·셀레스트라 등은 경영 정상화와 사업 재편을 명분으로 새 투자자를 받아들였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와 셀레스트라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박리다매식 사업구조…DTC 검사 시장 좌초
업계 침체의 핵심 배경으로는 유전체 분석 외에는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다수 업체가 외산 장비를 도입해 유전체 분석을 대행하는 '박리다매' 사업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마크로젠 역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 물량이 본격 반영된 영향이 크다.
한때 주목받았던 소비자 직접 유전자 검사(DTC·Direct To Consumer) 시장도 사실상 무너졌다. 한때 맞춤 건강관리 붐을 타고 국내외에서 각종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쏟아졌지만, 실제 수요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규제 부담과 소비자 인식의 한계, 서비스 간 차별화 실패가 겹치면서 DTC 사업은 성장하지 못했다. 미국의 대표 DTC 기업 23andMe가 수요 급감과 보안 사고 여파로 2025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도 이런 시장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엔젠바이오도 2022년 DTC 매출이 60억 원대에 달했으나, 이후 매출 급감과 비용 부담이 겹치며 지난해 사업부를 정리했다. DTC 전담 인력 구조조정과 인증 갱신 포기 등으로 소비자 대상 유전자 검사 사업은 사실상 철수했다.
암 조기진단 분야의 기대주였던 액체생검 사업 역시 상용화가 쉽지 않다. 기술 발전이 더딘 데다, 대규모 임상 데이터 축적과 규제 승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유전체 기업들은 정부·지자체 용역 과제나 일부 병원 검사 서비스에 의존해 버티는 구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유전체 업계 관계자는 "유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킬러 아이템'이 없는 상황이 결국 업계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간신히 상장해도 성장 동력이 없어 다시 위기에 빠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AI로 돌파구 찾는 지니너스·GC지놈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 시장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니너스는 일본 병원·검진센터와 협업해 암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파트너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추가 매출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GC지놈은 AI를 유전체 분석 플랫폼에 접목해 검사 속도·정확도를 높이고, 희귀질환·암 진단 영역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쉽지 않겠지만 정밀의료·신약 개발 지원·글로벌 임상 CRO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정부의 규제·보험 체계 개선과 데이터 활용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유전체 산업의 제2막'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