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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골프]'쫓기듯' 티 오프 간격, 늘릴 수 없나

  • 2020.02.18(화) 08:00

빠듯한 티 오프 간격 라운드 즐거움 뺏어가
호황 맞은 골프장 '서비스 정신' 보여야 할때

티 오프 간격이 조금만 더 여유 있다면 훨씬 더 즐겁게 라운드 할 수 있을 텐데. 사상 최고 호황인 지금이 바로 골프장이 골퍼를 배려할 때다. 사진 속 어느 퍼블릭 골프장처럼 여유로운 라운드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틀림 없이 파리 날릴 것이다. 그 많은 골프장이 다 문을 열면. 주말까지 그렇지는 않더라도 평일에는 말이다.

독자도 나처럼 이렇게 예상하지 않았는가? 수 년 전 혹은 십 여 년 전에. 머지 않아 골프장이 골퍼를 왕처럼 모실 때가 올 것이라고.

그래서 티 오프 간격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예를 들면 7분마다 출발하는 것이 10분마다로 늘어나는 식으로. 에이, 10분 까지는 너무하다고? 그렇더라도 8~9분 간격은 될 것이라고? 당연히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꼴은 면하게 될 것이라고.

그린피도 크게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가? 더 정확히는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말 그린피가 반값으로 떨어지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는가?

나는 그랬다. 그렇게 예상하고 상상했다.

그런데 웬걸!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독자가 한 상상도 깨지긴 마찬가지고.

역시 골프장을 차린 사업가는 우리보다 더 멀리 그리고 또 더 정확히 내다본 것이 틀림 없다. 아니면 더 행운이 따랐거나.

내가 골프를 막 시작했을 때 골프장 수는 200개쯤 됐다. 내 기억에 그렇다. 2006년 얘기니 혹시 정확한 숫자를 알고 있는 독자는 귀띔 해주기 바란다. 틀렸다고 흉보지 말고. 하여간 지금은 개장한 골프장만 5백 개쯤 된다. 수 년 내 문 열 예정인 곳이 1백 곳이 넘고. 다 개장하면 6백 개가 훌쩍 넘을 판이다.

골프장이 급격히 늘었는데도 골프장 수익은 좋다. 지난해까지 수 년간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내가 아는 골프장 한 곳은 지난해 흑자가 그 전해 보다 20% 이상 늘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매물로 나온 골프장이 제법 많았다. 물론 경영하기 힘들어서 그랬다. 지금은? 매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동시에 골퍼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같은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아니면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리거나. 흐흐.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기대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었을까?

며칠 전 티 오프 시간이 7분 간격인 곳에서 라운드 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무심코 넘겼다. 그러다 매번 앞 팀을 기다리게 되자 갑자기 알게 됐다. 아, 7분 간격이구나 하고. 너무 빠듯했다. 물론 앞 팀이 조금 느렸다. 기량이 달렸다. 우리 팀은 조금 나았다. 내가 재촉하기도 했고. 그렇게 계속 가다 막히고를 반복하자 리듬도 끊겼다. 

나는 앞 팀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짧은 티 오프 간격이 아쉬웠다. 2~3분만 더 틈을 두고 출발한다면 정체를 피할 수 있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 즐겁게 라운드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당연히 아쉬움은 ‘왜 티 오프 간격을 늘릴 수 없을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골프 세상은 골퍼에게 경기 속도가 중요하다고 계속 말한다. 서둘러 치라는 얘기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충분히 경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도 꾸물거리는 골퍼는 맘을 고쳐 먹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초보 골퍼는? 가슴 졸이며 뛰어다녀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수준이라면? 라운드 하러 나오지 마라고 해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게 바로 골프장은 몇 개 안 되는 데 골퍼가 급격히 늘어났던 시절에 생긴 통념이다. 절대 부족한 공급에 골프는 특별한 사람만 치는 것이라는 의식이 겹쳐 생긴 것 말이다.

지금 골프는 대중 스포츠다. 초보 골퍼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플레이 시간을 줄이려고 애를 쓰기로 다짐하는 조건이 붙지만.

정체 없는 아니 정체 적은 라운드를 만들기 위한 나머지 조건은 골프장 몫이다. 결국 티 오프 간격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알면서도 골프장이 티 오프 간격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분명히 늘리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라 늘리지 않는 이유다. 말해 무엇하랴! 그 이유를. 티 오프 간격을 1분 늘리면 하루 몇 팀을 덜 받게 되니 매출이 얼마 줄어든다는 계산 따위도 굳이 하지 말자. 다 짐작할 것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제법 차이가 난다는 것을.

골프장이 티 오프 간격을 안 늘리면 ‘소비자로서 골퍼’는 둘 중 한 가지는 해야 한다. 티 오프 간격이 너무 좁은 골프장을 이용하지 말든지 티 오프 간격을 늘려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하든지.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냐고? 그렇긴 하다. 그래도 알고는 가야 한다. 그 골프장 티 오프 간격이 몇 분인지는. 티 오프 간격이 빠듯하다면 결코 ‘진정한 골퍼’가 경영하는 골프장은 아니라는 사실도.

소비자로서 골퍼가 여전히 소홀한 대접을 받는 것. 이것이 바로 급증한 골퍼 숫자가 만든 그늘이다. 이 그늘이 걷힐 수 있을까?

프로 골퍼 김용준(KPGA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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