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희범, 4년만에 꺾인 '에너지 육성'

  • 2013.05.22(수) 15:38

이희범 STX중공업·건설 회장이 꿈을 접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STX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STX그룹에 합류한지 4년만이다.

 

당시 이 회장의 STX그룹 입성은 업계에 큰 관심을 끌었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거치며 자원외교의 선봉에 섰던 그가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에서는 기대가 컸다.

 

STX그룹 관계자는 21일 "이미 지난 주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회사 상황이 어렵게 되다보니, 본인이 할 역할도 모호해졌고 회사 구성원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94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행시(12회)에 수석으로 합격한 그는 주요 보직을 거쳐 산자부 차관, 장관,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평소 소탈한 성격과 과감한 업무 추진력으로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다.

 

STX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에너지 부문의 육성을 위해 애썼다.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형 사업을 총괄하며 내부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기도 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에너지 부문에 대해서는 이희범 회장에게 전적으로 맡길만큼 신망도 두터웠다는 후문이다.

 

당시 STX그룹은 해운-조선으로 연결된 수직계열화에서 탈피, 신사업으로 에너지와 자원개발을 꼽고 이 부문의 사업확장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경력과 네트워크, 업무추진력 등을 눈여겨 본 강덕수 회장이 직접 이 회장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고 몇 번의 고사 끝에 STX그룹에 합류했다.

 

STX그룹은 이 회장 영입 당시 "이희범 회장의 경륜과 전문성, 중동 등 자원부국과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그동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중점 추진해 온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이 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겸임하는 등 대외 활동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STX그룹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결국 이희범 회장도 STX그룹을 떠나게 됐다.  STX그룹은 지난달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거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이 맡고 있던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을 신청해 채권단 주도 아래 실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STX에너지는 지분매각을 협의하고 있고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회장도 더 이상인 STX그룹에 남아 있는 것은 모두에게 부담이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회장은 일단 이달 말까지는 현재의 STX중공업·건설 회장직을 유지한다. 이후에는 STX그룹의 고문으로 경영전반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STX그룹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이희범 회장 등 여러 고위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며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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