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不世出)의 철인(哲人) 덩샤오핑
덩샤오핑은 중국 현대화 설계사다. 그의 정책은 흑묘백묘와 삼보주로 압축된다.
흑묘백묘(黑猫白猫)
중국의 실권자로 등장한 덩샤오핑은 1978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개혁·개방노선을 추구하는 흑묘백묘론을 성립시킨다. 덩샤오핑이 선택한 발전전략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이었다. 공산주의에 시장경제, 즉 자본과 기업 활동 그리고 사유재산을 덧붙인 형태였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덩샤오핑이 경제 개혁은 허용하되 정치 개혁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공산당 집단지도체제를 고수할 뿐 민주화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 자체가 없었고 민주화 요구를 유혈진압하기도 했다. 덩샤오핑이 상정했던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비례식은 다음과 같다. 정치 시스템:공산당 일당 체제 = 경제 시스템:사회주의 시장경제
삼보주(三步走)
1979년 덩샤오핑은 중국의 현대화 발전 전략이자 국가의 백년지대계로 삼았던 삼보주(三步走) 정책을 제안한다. 1981∼1990년까지 인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제1보 원바오’, 1991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인민을 중산층으로 끌어 올린다는 ‘제2보 소강’, 2000년 중반 이후 현대화된 중국을 이룩한다는 ‘제3보 대동’이 그것이다. 이로써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의 청사진이 완성된다. 선부론은 혁명이나 사상보다도 국부창출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으로 이로써 인민들 역시 가급적 남들보다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다.
대(對)중국 양털깎기 3종세트
양털깎기란 통통히 살이 오른 타국의 국부를 싼값에 쓸어 담아가는 약탈적 행위를 의미한다. 중국의 양털깎기는 금융패권국이 원한다고 곧바로 진행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조건이 성립되어야만 한다.
중국 양털깎기 세트 1 : 회계의 투명성
2012년 1,689개 상장사의 재무보고서를 감사한 결과 무려 48.7%인 823개 기업에서 분식회계가 발견 되었다. 이로써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은 썩은 고인 물 수준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러한 중국의 고백은 2013년 7월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와의 타협안을 탄생시켰다.
타협안 1.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가 중국 당국에 요청할 경우 중국 회계법인의 회계 기록과 문서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타협안 2. 다만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의 감독과 감사는 거부한다.
중국 양털깎기 세트 2 : 증시의 개방
QFII(적격외국기관투자자 제도)의 존치 여부는 증시 통합과 맞물려 중국과 외국 투자자 모두에게 뜨거운 화두이다. QFII 제도는 중국 인민들의 증시 지배력이 충분히 성숙할 때가지 증시를 보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성급히 없애는 것은 곧 양털깎기로 가는 레드카펫을 스스로 펼치는 것과 동일하다.
중국 양털깎기 세트 3 : 자유변동환율 제도의 도입
고정환율 제도는 수출가격과 수입가격이 사전에 결정되는 만큼 환차손이 발생하지 않아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사용하는 중국에게 무척이나 편리하다. 하지만 미국은 자유변동환율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핫머니를 적극적으로 유입시킨 후 국제신용평가사들을 이용해 중국의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 그런 연후에야 중국의 국부를 빨대로 빨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는 옵션이 성립한다.
반면 중국은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이행되는 순간 핫머니 유입과 더불어 외환 변동성이 취약한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확대될수록 고정환율 제도가 갖는 부작용 역시 확대되어 가니 무작정 회피할 수만도 없다는 점이 당혹스럽다.
미국의 노림수는 리쇼오링(re-shoring)
선진국에서 발생했던 가장 큰 부작용은 ‘산업공동화 현상’이었다. 즉, 생산원가가 저렴한 지역으로 공장이 탈출하니 자국에서의 실업률 상승은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반면 중국은 제조업이 제공하는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단맛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국 경제의 갈림길이 시작된다. 즉, 전통적인 제조업 드라이브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산업으로 경제체질을 개선시켜 나갈 것인지의 양 갈래 길로 구분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신흥 공업국들이 일정 수준 발전하다 보면 근원적으로 부딪치는 선택 사항이라고 할수 있는데, 이 단계를 넘지 못할 경우 보통 중진국 함정에 빠지게 된다.
중국, 독야청청(獨也靑靑)을 노래하다
시진핑 정부, 그 시작은 긴축금융. 하지만 그 끝은?
2008년을 기점으로 은행 대출을 통한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었고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과잉설비와 과잉투자는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시진핑-리커창 투톱이다. 신지도부는 과거와 같은 개발지향적인 정책노선에서 탈피해 복지를 강화하고 내수확대를 지향하는 신(新)중국을 들고 나섰다. 그것이 3C 정책이고, 어디까지나 핵심축은 ‘소비’에 놓여 있다.
‘3C=소비(consumption) + 도시화(city) + 환경(clean).’
즉, 소비를 지향하는 수단으로서 내륙 개발이라는 최강의 패를 사용하되 농촌의 도시화를 선도해 인민들의 소비수준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도시화는 과거와 같은 회색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환경 친화적인 도시화를 의미한다.
저자 임형록
한양대학교 상경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저서로는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 편’,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유럽 편’ 등 2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