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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아트 경영’

  • 2014.08.15(금) 10:00

“예술이 일, 노는 게 창조”

“회장님, 일은 언제 합니까.”


하루 일과 중 업무보다 문화 활동을 하는 시간이 더 많자 걱정이 밀려든 한 임원이 회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초로의 회장은 뒷짐을 지고 태연히 말했다.


“일 하지 말라니까. 예술이 일이야. 노는 게 창조야.”

 

▲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69)은 지난 2004년부터 직원들에게 뮤지컬, 연극, 조각, 시 낭송, 유리공예, 장승 깎기, 판소리 등 각종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덕분에 크라운해태 임직원 대부분은 본의 아니게 ‘예술가’가 다 됐다.


윤 회장의 창작 본능은 어렸을 때부터 조짐을 보였다.


어린 영달은 ‘기계 장치’에 흠뻑 빠졌다. 아버지가 사주신 자전거를 보고는 “와아~!”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체인으로 연결된 톱니바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맞물려 돌아가는 게 여간 신통방통하지 않았다. 그는 틈만 나면 얼굴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자전거 분해와 조립에 몰두했다.


대학 시절 그를 사로잡은 것도 창작의 기쁨이었다. 기계를 달그락거리며 만지던 아이는 이제 시집과 소설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문학청년이 됐다. 대학 시절 그는 월간지 ‘문학’을 창간하기도 했다.


윤영달은 이십대 초반, 아버지의 뜻에 따라 광화문 사거리에 문을 연 빵집 경영을 맡는다. 혈기왕성한 청년은 뭐든 의욕적으로 일했지만 시련도 적지 않았다. 동네 깡패들이 수시로 돈을 뜯어갔고 종업원들은 젊은 사장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청년 윤영달을 다독인 것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詩)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중에서

 

그는 곳곳에 푸시킨의 시를 붙여 놓고 괴로울 때마다 읊조렸다. 우울했던 마음에 푸시킨의 위안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 지난 2012년 11월 창신제에서 판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회사가 부도 처리 됐을 때에는 ‘대금 선율’에 마음을 기댔다.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스스로 책망하고 또 책망했다. 죽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때 청명한 대금 선율이 그를 깨웠다.


위기는 무시로 찾아왔다. 웰빙 열풍으로 과자 산업이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시 한계에 부딪친 윤 회장은 ‘창작’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직원들의 예술 감성(AQ, Artistic Quotient) 지수를 높이는 ‘아트경영’을 생각해 낸 것이다.

 

지난 2005년 외부 강사를 초청해 시문학, 국악 등 예술 강연을 듣는 아카데미에서 시작한 ‘아트경영’은 점점 가속도를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아트경영의 백미(白眉)는 단연 ‘떼창’이다. 지난 2012년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퓨전국악공연 창신제에서 크라운해태 임직원 100명과 함께 ‘사철가’를 선보였다. 이 공연은 ‘세계 최다 인원 동시 판소리 공연’ 부문 세계 최고 기록으로 인증(월드 레코드 아카데미) 받기도 했다.

 

▲ 크라운해태 직원들이 창신제에서 사철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양주시의 복합예술테마파크인 ‘양주 아트밸리’에서 임직원들과 1000여 개의 눈조각을 만들어 전시했다. 크라운해태가 ‘아트경영’으로 문화예술관련 프로젝트에 들이는 돈은 연간 수익의 10%에 달한다.

 

 

▲ 직원들이 빈 과자박스로 만든 조형물.

윤 회장의 놀이와 창작에 초점을 맞춘 아트 경영은 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평범한 비스킷이었던 쿠크다스 표면에 S자 곡선을 그려 넣자 월 매출이 20억에서 30억으로 올랐다. 직원들이 과자 박스와 포장지를 재활용해 만든 얼룩말·코뿔소 등은 매장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돼 인기를 끌었다.


아트 경영은 영업 일선에서도 통한다. 크라운해태 영업사원들은 수퍼마켓 앞에 쌓인 눈을 이용해 호랑이·용 등의 조각품을 만들었는데 점주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크라운해태 제품을 앞줄에 진열해 주었다고 한다.


윤 회장은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감성이 높아지고 몰입도도 커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기업이 이윤에 목멘다고 치자. 그렇게 쌓은 생산성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나. 사는 일에 풍류를 더한다면 아무도 굶어 죽지 않는다.”고 말한다.


■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지난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물리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1968년 선친인 고(故) 윤태현 창업주가 세운 크라운제과에 스물셋의 나이로 입사했다. 1971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했으며 2005년에는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서울오픈아트페어조직위원회 위원장(2009~2010), 서울국제조각페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2012~2013),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 위원장(2013)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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