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참모'의 역할과 책무

  • 2014.08.28(목)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19)
연예인 매니저라 생각하고 헌신적으로

글쓰기 강연이 끝나면 상담을 신청하는 분이 간혹 있다. 사장이나 회장의 연설문, 기고문을 작성하는 일을 맡고 있는 분이다. 중압감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어떻게 하면 ‘윗분’ 비위를 맞출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남의 일 같지 않다. 글쓰기 참모가 갖추고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첫째, 회장이 한 말을 회장보다 더 잘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말은 회장이 하지만 회장은 자신이 한 말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지도 않는다. 그래서 참모가 필요하다. 회장의 말을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서 지속적으로 축적해가야 한다. 일종의 어록집 같은 거다.

어록집은 용도가 다양하다. ▲ 회장 연설문이나 기고문을 작성할 때 수시로 찾아보고 기초자료로 쓴다. ▲ 회장이 일관성 있게 발언할 수 있도록 유사한 행사나 회의가 있을 때 참고자료로 보고한다. ▲ 회사 안에서 의사결정의 판단자료로 쓸 수 있도록 다른 부서에 제공한다. ▲ 회장이 말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을 때 반박자료로 활용한다. ▲ 사사나 회장 저서를 저술할 때 귀중한 자료가 된다.

둘째, 회장의 말과 관련한 조언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회장의 발언과 그 반응, 수정 또는 추가했으면 하는 내용 등을 수시로 보고, 제안한다. ▲ 문제되는 내용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 회장 발언에 대한 언론이나 사내여론 반응을 파악해 보고한다. ▲ 발언 내용에 보완했으면 하는 사례나 통계자료를 제공한다. ▲ 회장이 공사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얘깃거리를 주기적으로 제안한다. ▲ 핵심 오피니언 리더의 발언을 취합하여 보고한다.

이를 위해 회장 발언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물론, 신경을 곤두세우고 회장의 말과 글 속에 빠져 살아야 한다.

주제넘은 일이 아닐까? ‘지적질’하다가 한 소리 듣는 것 아니야? 기껏 제안했는데 채택되지 않으면 어쩌지? 염려할 필요 없다. 채택하지 않아도 회장 스스로 생각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과감하게 지적하고 기탄없이 제안할수록 회장은 좋아한다.

셋째, 회장의 이미지 메이커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미지는 회장이 하는 일과 말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일은 어찌할 수 없다. 회장 스스로 감당할 몫이다. 하지만 말은 글쓰기 참모의 역할이 크다.

우선, 만들어가야 할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단기적, 장기적으로 회장을 어떤 사람으로 비쳐지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연설문이나 기고문을 작성할 때마다 목적의식을 갖고 여러 각도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영인’이란 이미지 목표를 세웠다면 ▲ 일 년 중 해외 체류 기간 ▲ 세계경제 동향에 관한 전문적 식견 ▲ 회장 기업의 해외 활약상과 평가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홍보 파트와 협력해서 해외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나 기고를 적극 추진한다.

넷째, 회장에게 용기와 믿음을 줘야 한다.
회장은 잘하고 싶다.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내심 초조하다. 또 아래 직원들이 자신을 잘 보좌하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의문을 갖는다.


회장을 안심시켜라. 지금 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줌으로써 자신감을 갖도록 해라. 회장은 지금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믿음을 줘라. 보다 나은 회장의 말과 글을 위해 불철주야 준비하고 꼼꼼히 찾아봤다,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회장이 우려하는 것도 잘 챙기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혹시라도 잘못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결과적으로 서로 피곤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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