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 2014.08.29(금)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20)
글은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글로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글씨로도 한몫 보던 때가 있었다. 군대에서 차트병이란 걸 했다. 기껏해야 상장과 휴가증을 붓으로 쓰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벼슬이라고 구타 없는 행정반에서 호의호식(?)했다. 

 

하물며 글을 쓰는 일이야 말해 뭣하리오. 회장이나 사장 글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특별대우를 받는다. 글을 대신 써주는 일은 사적인 서비스로 치부됐다. 다른 일에서는 전혀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글을 써주는 데 대해서는 고마워한다.  

 

잠깐 모셨던 회장 한 분은 글에 심혈을 기울였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수차례 했다. 회장 스피치라이터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기도 했다. 글쓰기에 과도하게 공을 들이는 회장을 사장들이 만류한 적도 있다. 그때 회장이 그랬다. 글은 내 자존심이라고. 그 이후 회장의 글쓰기는 성역이 됐다. 아무도 가타부타 못했을 뿐 아니라, 모두가 회장 연설문을 한 번씩은 썼다. 글을 회장 맘에 쏙 들게 쓰는 게 눈에 띄는 가장 빠른 길이 되었다.

 

글은 글쟁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실은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에 글쓰기를 주저하고 있는 사이, 글 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그 밥상을 독식하고 있다. 글에 관한 금기의 성채를 쌓아놓고서 말이다. 글재주는 타고나는 것이다. 글쓰기는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다. 그러니 아무나 넘보지 말라고 하면서. 

 

이제 성채를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부터 풀어보자.

 

첫째, 글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으로 잘 쓸 수 있다.
모든 작가들의 글을 보라. 초기작품은 형편없다. 연습과 훈련으로 잘 쓰게 된 것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 이상 고쳐 썼고, 톨스토이도 『전쟁과 평화』를 35년간 퇴고했다. 저명한 칼럼리스트 진 파울러가 그랬다. ‘글쓰기는 쉽다. 백지를 응시하고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 이마에 핏방울이 맺힐 때까지’.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없다고? 노력이 없었겠지. 글쓰기에 있어 유일한 재능은 피나는 노력이다. 

 

둘째, 글쓰기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다.
작가가 되려는 건 아니지 않는가. 문학이 아니라 실용 글을 쓰려는 것이지 않는가. 그러니 글로써 ‘감동’ 줄 필요 없다. 그저 목적에 맞게 쓰면 된다. 명문에 대한 욕심은 버려야 한다. 글의 ‘효용’만 있으면 된다. ‘작품’이 아니라 ‘제품’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제품은 매뉴얼대로 만들 수 있다. 글도 매뉴얼로 만들 수 있다.

 

셋째, 글쓰기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지 마라. 그게 형식이다. 멋있게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엇을 쓸 것인가’를 찾아라. 글에서 중요한 것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당신 안에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찾아라. 

 

넷째, 글쓰기는 창조가 아니라 모방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영감? 직관?’ 그런 것 믿지 마시라. 기존에 있는 것을 비틀거나, 둘을 합치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 ‘창조’라는 말에 주눅 들지 마시라. 대신, 자료를 많이 찾아라. 쓰려고 하는 답이 분명 어디엔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찾아라. 실제로 답은 어딘가 있다. 열심히 찾아보지 않았을 뿐.

 

다섯째, 글쓰기는 정신노동이 아니라 육체노동이다.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손으로 사유하는 행위이다. 시간을 들여야 한다.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야 써지는 게 글이다. 양이 질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일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가? 그럼 써라. 하루 10줄이라도 꾸준히 써라. 

미국 사람으로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싱클레어 루이스란 작가가 있다. 그가 하버드대 초청으로 글쓰기 특강을 갔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글을 잘 쓰고 싶습니까?” 학생들이 “네”라고 하자 그가 말했다. “그럼 왜 여기 앉아 있습니까? 집에 가서 글을 써야죠.” 그것으로 특강은 끝이 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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