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새책] '평양의 영어 선생님'..北 평양과기대 체험기

  • 2015.01.22(목) 10:49

수키 김 著, 북한 특권층 자제들의 삶과 의식

"그 곳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지나가는 듯했다. 세상으로부터 차단되어 있으면 하루하루가 그 이전의 하루와 똑같다. 그 냉혹한 진공 속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270명의 북한 남학생들, 그리고 교사로 위장한 나. 밤낮으로 철저히 감시되는 캠퍼스로 위장된 감옥에 갇힌 우리들에게는 서로들뿐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가 금지된 국가 북한에 잠입 취재한 내용이 책 ‘평양의 영어 선생님’으로 엮여 나왔다. 그는 북한에서 살아봐야 북한에 관한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난 2008년 평양과학기술대학(이하 평양과기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 신분으로 북한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그로부터 4년간 학교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다.

 

이 책은 북한 특권층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하다. 평양과기대는 북한의 유일한 사립대학이다. 교수진은 모두 외국인이라 북한 고위층 간부들은 아들을 앞 다퉈 이 학교에 보내려 한다. 저자는 강의실에서 벌어진 사건,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나눈 대화, 교수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 감시원·담당관들과의 대화, 가끔씩만 허락되는 외부 쇼핑이나 여행에서 보고 들은 일 등을 세세하게 회고한다.

 

저자는 평양과기대의 학생들이 북한 정권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정권의 순종적인 노예로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대를 당하는 아이처럼 자유를 포기하고, 자유의 상실을 받아들인다. 개인적인 요구는 없고 모든 것에 대해 허가를 구해야 한다. 자신 마음 속 욕구를 따르거나 원하는 어딘가를 마음대로 간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생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역시 북한에서 자유를 상실 당한 후, 자유가 어떤 느낌인지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권층 학생들을 더욱 옭아매는 것은 학점이다. 이들은 고교 2,3학년 때 대학입시를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관여한다. 부모의 배경 또는 ‘성분’이 어느 대학에 배정될 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나마 시험공부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학생들은 학점에 집착한다.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상심에 빠져 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 국가 행세를 하는 수용소라고 말한다. 소위 ‘위대한 수령’의 광적이고 야만적인 통제 하에 인질로 잡혀 마지막 인간성까지 빼앗기는 곳. 저자가 바라보는 북한의 실상이다.

 

이 책의 저자 수키 김은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대학원에서 동양문학을 공부했다. 미국 내 문학작품 상인 펜 경계문학상(PEN Beyond Margins Awards)과 구스타브 마이어 우수도서상(Gustavus Myers Outstanding Book Award)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통역사’(The interpreter)가 있다.

 

[지은이 수키 김/ 옮긴이 홍권희/ 펴낸곳 디오네/ 352쪽/ 1만5000원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