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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다

  • 2014.07.22(화) 15:30

1분기 영업이익 5.7억..전년비 80.7% 급감
빙과류 수익 악화 타격..회사 측 "2분기부터 개선"

해태제과가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인은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아이스크림(부라보콘·바밤바 등) 사업부에 있다. 과자가 남긴 이익을 아이스크림이 갉아 먹고 있는 구조다.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매년 나가는 수백억원대의 이자비용도 부담이다. 회사 측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진출, 가격정찰제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올 1분기  5억7000만원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30억원)보다 80.7% 쪼그라들었다. 1분기 이자비용(48억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계절적인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닝 쇼크'다.

수익성 문제는 몇년째 어어지고 있다. 2011년 611억원에 이르던 해태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337억원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영업이익률도 9.14%(2010년), 6.13%(2011년), 6.20%(2012년), 4.67%(2013년), 0.38%(2014년 1분기)로 매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수익성을 갉아먹는 부문은 ‘아이스크림’이다. 빙과업체 간의 가격 할인 경쟁으로 악화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빙과류 수익성 개선을 위한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었지만, 아직 뾰쪽한 수를 찾지 못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과자가 낸 영업이익을 아이스크림이 까먹고 있다”며 “경기가 원체 좋지 않고, 아이스크림 수익성 문제는 업계 전반의 공통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영업이익 위주로 가기위해 사업전략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며 “올 2분기 부터는 이익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부터 가격 정찰제를 확대하는 등 시장 질서를 바로 잡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수익구조가 나빠졌지만, 가격 정찰제가 정착되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희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1분기 자체가 비수기이긴 하지만, 빙과 시장이 작년보다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빙과 쪽 외에도 제과업계가 가격 인상을 원활히 하지 못했고, 경기 침체와 함께 2012년부터 대형마트 영업일수가 줄면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빙과 시장은 지난 2008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 한 뒤, 5년째 1조1000억원대에 정체돼있다. 품목별로는, 바(bar) 시장이 2012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 3900억원으로 줄었다. 콘(cone) 시장 규모(2100억원)도 2012년보다 100억원 감소했다.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빙그레 등도 빙과사업부 수익성 악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해태제과 측은 “2010년 부터 시작된 빙과시장의 경쟁 과열이 업체간 할인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초래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기업 빨라쪼 델 프레도(PALLAZZO DEL FREDDO, 이하 빨라쪼) 인수 결정도 국내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다. 빨라쪼는 134년 전통의 이탈리아 젤라또 브랜드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먹어서 유명해졌다.

해태제과는 2008년 국내 법인인 ㈜빨라쪼를 인수한 데 이어 해외 본사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빨라쪼는 매년 4억~6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 2012년에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고, 지난해 해태제과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수혈했다. 적자 탈피가 해태제과에게 던저진 숙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300만 유로(인수대금)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빚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해태제과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359.73%다. 지난 2009년 이후 부채비율이 300% 이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올 1분기 경쟁업체의 부채비율은 롯데제과 45%, 오리온 86%, 빙그레 27%, 롯데푸드 46%에 불과하다. 해태제과는 매년 약 20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다.

 

올 3월 말까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해태제과의 유동성차입금은 2444억원이다. 회사 측은 이번달 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차입한 1000억원이 만기가 연장되면서 숨통이 틔었다. 조 애널리스트는 "차입금 규모가 줄지 않고 있지만, 상환과정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빨라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빨라쪼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빨라쪼 델 프레도는 1985년에 설립된 유한책임 회사다. 종업원 수 15명, 자본금 1만5300유로 (2123만원)의 소규모다. 다니엘라 파씨(Daniela Fassi) 이탈리아 빨라쪼 대표가 45%, 발레리오 파씨(Valerio Fassi)가 2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3월 빨라쪼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4월 이탈리아 현지에서 실사를 벌였다. 지난 5일 주식매매계약서를 체결했고, 인수대금(300만 유로)은 오는 10월30일에 지급할 예정이다. 국내 현재 매장은 63개. 해태제과는 2020년까지 국내 매장 수를 300개로 늘리고, 해외에도 200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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