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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재판장님..살고 싶습니다"

  • 2014.08.14(목) 19:41

[결심공판 법정 스케치]
검찰 "엄히 처벌..징역 5년 구형"
변호인 "십년 미만의 시한부 삶"
이 회장 "모든 걸 책임지겠다"

▲ (사진=이명근 기자)

 

 

14일 오후 1시49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서울고등법원 505호실에 들어섰다. 여윈 팔목에는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다. 새로 산 듯한 새하얀 아디다스 운동화 위로 비쩍 마른 종아리가 보였다. 고통스러운 듯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눈가에 팬 주름이 도드라졌다.

그런 이 회장을 법정 방청석 첫 번째 줄에서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부인 김희재 여사다. 지난해 그녀는 남편에게 신장을 이식해줬다. 그녀의 표정엔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담담했다. 그녀의 옆에 이 회장의 주치의가, 뒤엔 이 회장의 외삼촌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2시2분 권기훈 부장판사가 들어왔다. 첫 마디는 “자리가 좀 비좁은 거 같네요”였다. 32개 방청석은 모두 찼고, 30여명이 법정 양쪽 벽면에 나눠 서 있었다. 이후 재판은 5시2분에 끝났다. 180분 동안 이 회장은 단 한 번 도 눈을 뜨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죄의 유무를 따지는 말들을 듣기만 했다. 한 쪽으로 쏠린 목의 위치만 한 번씩 바꿨다. 그럴 때마다 수액 줄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검찰과 변호인이 부딪혔다. 검찰은 이 회장이 부외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만으로 횡령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1심 주장과 같다. 변호인은 부외자금 조성만으로 불법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비록 비자금이 조성됐더라도 모두 회사를 위해 쓰였다고 강조했다.

당초 계획됐던 이 회장의 피고인 신문은 철회됐다. 변호인은 “이 회장이 극도의 긴장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말했다. 3시6분 재판은 휴정됐다. 이 회장은 멸균수를 마셨다. 벗겨진 마스크 뒤로 정돈되지 않은 흰 수염이 덥수룩했다. 주치의가 혈압을 잰 뒤, 이 회장의 귀를 살며시 잡고 속삭였다.

3시43분 재판이 재개됐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세금포탈 500억원과 횡령 500억원에 대한 죄 값이다. 검찰 측은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의 대사인 “아직 신에게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를 불쑥 꺼냈다. ‘명량’은 CJ 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검사는 말했다. “CJ그룹은 문화기업이다. 문화는 정신적인 면도 중요하다. 이순신 장군은 불굴의 투지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전혀 반대의 행동을 했다. 엄히 처벌해야한다.” 하지만 1심보다 구형을 1년 낮췄다.

변호인 측도 최후변론에 나섰다. “검찰은 부외자금에 대해 이 회장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무죄 정황이다.” 조성된 부외자금은 대부분 격려금, 경조사비 등에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일 년 전 신장 이식 수술받았다. 수명은 십 년이다. 그마저 거부반응으로 단축됐다. 십 년 미만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진술 가능할까요?” 마지막 부장판사가 이 회장에게 물었다. 이 회장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입을 간신히 열었다.

“하…. 괜찮아요. 모든 게 제 잘못이고, 모두가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 생각합니다.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다만 사실관계와 진정성을 잘 살펴 억울함이 없게 해주길 바랍니다. 관련된 임직원들은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사업을 포함한 CJ의 여러 미완성 사업을 반드시,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완성시켜야 합니다.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고,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제 건강, 제 책무, 제 진정성을..최대한 성찰을 간곡히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5시2분 재판은 끝났고, 이 회장은 다시 자신이 타고 온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재판 전 내리던 비는 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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