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 밀랍향초 전도사가 된 IT세일즈맨

  • 2014.08.19(화) 10:53

한때 국내 PC판매량 10% 좌우, 경쟁사 견제 받기도
이번엔 '향초사업' 도전, 美 '빅디퍼' 국내 판권 확보

▲ 꿈많은 공학도이자 세일즈맨이었던 박경원 대표는 밀랍향초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휴식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이 그렇듯 그도 강의실보다는 '도로'나 '가두'가 친숙한 편에 속했다. 민주화 열기가 고조되던 1987년 입학해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하던 대학생 중 한명이었다. 전공은 전산과학이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대표와 김경서 서울시 정보기획단장 등이 그의 동문이다.

20년 이상 흐른 지금 그가 다닌 학과는 컴퓨터과학과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 역시 직원 두명을 둔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 변신했다. 박경원(47) ㈜앤이유 대표. 그의 명함 뒷면에는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유통·컨설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앤이유는 IT인력 아웃소싱과 컴퓨터 관련기기를 유통하는 회사다. 동네 PC방부터 대기업 계열사가 그의 고객이다.

박 대표는 외국계회사인 휴렛팩커드(HP)에서 잘나가는 영업사원이었다. 2000년대 초 한달에 5000대 이상의 개인용 컴퓨터를 팔았다. 삼성·LG·삼보 등 국내 컴퓨터 제조사들의 월간 총판매량이 5만대 가량이었을 때다. 경쟁사에서 HP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10년 넘게 세일즈업무를 하면서 대형 가전판매업체, 용산전자상가, PC방 사장들의 고민을 들었고 그 때의 경험과 인간관계가 창업의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는 요새 밀랍향초에 빠졌다. 밀랍은 꿀벌이 분비하는 물질로 벌집을 만드는 재료다. 변형이 쉽고 특유의 향으로 벌레의 접근을 막아 조형물 재료로 사용된다. 천연밀랍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직장후배 얘기를 듣고 아내와 친척, 친구들에게 써보라고 했더니 반응이 괜찮더라구요. 저가의 파라핀 향초와 무늬만 밀랍향초에 익숙했던 국내 향초문화를 바꿔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향초시장 규모는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초를 태우며 휴식을 취하고 위로를 받으려는 현대인이 늘면서 향초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엔 선물용으로 주로 구입하던 소비자들이 이젠 본인 스스로 향을 즐기려고 구입하는 이들이 늘었다. 대형아파트 단지 한켠에는 향초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주변의 반응을 확인한 뒤 미국 향초회사인 '빅디퍼'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영업에 들어갔다. 빅디퍼는 앨버타와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북미 지역에서 채취한 천연밀랍을 사용해 1993년부터 수공업방식으로 초를 만든 회사다. 심지도 100% 목화솜을 사용한다. 현재 서울 반포와 전주 한옥마을에 이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 있으며, 일부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에서도 판매 중이다.

"향초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파라핀 향초는 심지에 푸른빛이 강하고 그을음이 있습니다. 화학물질이 연소되면서 생긴 현상인데요. 그래서 향초를 태운 뒤 환기시켜야한다는 얘기도 나오죠. 하지만 100% 밀랍향초는 태양과 같은 황금빛을 띱니다. 천연재료를 사용해 그을음도 없구요."

박 대표는 "내가 들여온 제품이 누군가에게 의미있게 사용된다는 걸 보람으로 느낀다"고 했다. 민주화를 갈망하던 20대 청년이 국내 IT산업의 성장과 함께 30~40대를 보냈다. 지금은 웰빙과 힐링의 전도사로 나선 박 대표의 변신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빅디퍼 = 미국의 밀랍향초 전문회사다. 밀랍 고유의 색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점토 여과 방식으로 밀랍을 추출해 초를 만든다. 화학물질은 일절 쓰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은 빅디퍼의 향초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이다.

 

Big Dipper Wax Works from LetsMakeMedia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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