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수 신공장을 가다] ①천지의 물이 '내두천'으로

  • 2015.10.22(목) 10:02

숲속에서 솟아오른 화산암반수
한겨울에도 얼지않는 신비 간직
中정부, 광물자원으로 특별관리

[중국 옌볜(延邊,연변) = 이학선 기자] 월요일(19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두시간 반 가량의 비행 끝에 구름이 끼어있는 중국 지린(吉林,길림)성 옌지(延吉,연길)공항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농심 백산수 신공장이 있는 옌볜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안도)현까지 가려면 차로 3시간 반을 더 달려야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누런 옥수숫대가 빽빽이 늘어선 구릉과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 조금씩 백두산 근처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안투현 내두천(奶頭泉). 백두산에서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 50km를 흘러 땅 위로 솟아오른 곳이 내두천이다. 약수나 샘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그렇다고 연못이라고 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내두천은 고인 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샘솟는 물이다. 약 330㎡(100평) 크기의 수원지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이 일대 주민 2만4000명의 식수 역할을 한다. 이 곳에서 용출되는 물의 양은 하루 2만4000톤. 농심은 이 물을 그대로 끌어와 백산수를 생산한다.

 

▲ 농심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의 물이 수십년간 땅속을 흐른 뒤 약 50㎞ 떨어진 내두천에서 솟아오른 물을 사용한다.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면서 각종 불순물이 걸러지고 필수 미네랄은 적절히 녹아있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 모습. 10월인데도 천지 일대에는 눈이 내렸다.


◇ 얼지 않는 물 '내두천'

백두산 보호구역 내 인적이 뜸한 곳에 위치한 내두천은 새소리와 바람소리, 물 흘러내리는 소리가 전부일 정도로 고즈넉했다. 입구에서 수원지까지 500m 가량을 걷자니 이런 게 '힐링'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이 솟는 곳은 3중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근무자 6명이 24시간 CCTV로 감시한다고 했다.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었지만 뜻을 접었다. 최성호 농심 홍보부문 상무는 "수원지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개하는 것은 반도체 핵심설비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과 같다"며 사진촬영이 불가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약 1m 깊이의 내두천 바닥에서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영하 30℃ 한겨울에도 내두천 물은 얼지 않는다고 한다. 내두천을 안내한 농심 관계자는 "물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많아 얼지 않는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지만 이 역시 추정일 뿐 내두천의 비밀이 궁금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내두천물은 사시사철 영상 7℃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실험 끝에 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한 물이 내두천으로 다시 솟아오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41년이며 ▲이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백산수의 미네랄 함유량은 다른 생수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실리카(SiO2)' 함유량은 국내에 시판된 생수 17종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공주대 신호상 교수 분석). 농심 관계자는 "눈이 녹은 물을 사용하는 에비앙과 달리 백산수는 화산암반수라 필수 미네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라며 "유럽의 물 전문가들도 이 곳의 미네랄 함량과 물맛이 최고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 농심 직원이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물이 내두천에서 샘솟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농심, 물전쟁 한복판에… 

화산암반 밑을 수십년간 흐르다 땅으로 솟은 내두천물은 백두산이 인간에 내린 축복 가운데 하나다. 그런 만큼 중국 정부는 내두천물을 광물자원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한다. 농심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연간 최대 230만톤으로 제한하고, 6개월에 한번씩 적정량을 쓰고 있는지 감독한다. 취수기한도 30년으로 못박았다. 농심이 백산수 사업을 지속하려면 오는 2039년 만료되는 내두천물 사용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300억원을 들여 수원지를 확보한 농심은 현재 내두천의 경제적 가치를 3000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이 일대 물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내두천 인근에는 중국기업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백산수 디자인을 모방한 '짝퉁제품'도 등장했다.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는 "백두산 일대 생수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어림잡아 10여곳은 되는 것 같다"며 현지의 치열한 경쟁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은 급격한 도시화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좋은 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중국의 생수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한국의 38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백두산 인근에서 생산되는 물이라고 다 똑같은 물로 여겨선 곤란하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흐르는 물에 취수관을 설치해 공기와 접촉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생산하는 물과 취수원 수면 아래로 파이프를 내려 공기와 접촉을 차단한 채 생산하는 백산수는 맛과 위생관리 수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생수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적합한 취수원을 골라 자연 그대로의 물을 손상없이 담아내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생수 한 병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술력과 노하우가 녹아있다"고 말했다.

 

▲ 중국 기업들도 백두산 일대에서 생수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좋은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생수시장이 큰 폭 성장하고 있다.

 

◇ 10년 준비 끝에 마련한 기회 

농심이 이번에 준공한 신공장은 초기 시장선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로도 꼽힌다.

 

농심은 지난 2003년부터 백두산 일대에서 생수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2006년 내두천을 수원지로 정하고 삼림채벌을 하는 중국 정부조직인 '백하임업국'에서 물생산 시설을 인수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경쟁이 심하진 않았다. 그러다 고급생수 바람이 불면서 캉스푸(康師傅, 중국 라면 1위 기업), 농푸산췐(農夫山泉, 생수기업), 와하하(娃哈哈, 음료기업), 헝다(恒大, 부동산기업) 등 중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 지역에 진출해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백두산 수자원 보호를 명분으로 이 일대에 외국기업이 생수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차단했다. 이 때부터 농심과 중국 기업간 본격적인 대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다행히 농심은 백두산 일대에서 약 10년간 닦아놓은 인맥과 사업성과를 내세워 지난 2013년 9월 수원지(내두천)로부터 3.7㎞ 떨어진 곳에 30만㎡(약 9만평)의 땅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백두산에서 차로 40분이면 닿을 거리에 마련한 천금같은 땅이다. 당시 신춘호 농심 회장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중국 현지에 전화해 부지확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백산수 신공장을 가다] ②100만평 내주고 얻은 '황금부지'로 이어집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