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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알코올냄새 가득한 법정, 이재현이 남긴 두문장

  • 2015.11.10(화) 19:49

부동산 배임혐의 두고 양측 날선 공방
이회장 '시한부' 대목에선 분위기 숙연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재현 CJ그룹회장이 들어선 법정은 병원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로 가득했다. 1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 휠체어를 탄 이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외투와 목도리, 털모자로 몸을 감싼 채 법정에 한시간여 동안 머물렀다. 이 회장이 병원에서 그대로 입고 온 환자복도 그의 야윈 다리를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다.

 

이 회장은 이날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법정 내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듯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오갈때마다 몸을 뒤척이는 모습이었다.

 

법원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에 마련된 24석의 좌석 중 일부를 의료진에게 배정했다. 하지만 CJ그룹 임직원들은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초조한 표정이었다. 이날 방청석에는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채욱 CJ그룹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CJ 관계자는 "양형도 양형이지만 이 회장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혹시라도 구속집행정지를 연장받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법정은 이 회장의 배임혐의를 두고 검사와 변호사 측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애초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재판을 신속히 마치기로 한 듯 했으나 공판은 1시간을 넘겨 진행됐다.

 

검찰 측은 법정 한쪽에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우며 "회사 재산은 임직원들에게 잘 관리하라고 맡긴 것이지만 이 회장은 CJ재팬, CJ그룹과는 아무 상관 없이 부동산 투기를 해 회사에 거액의 채무까지 지게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일본에서 대출시 담보로 잡은 일본 팬재팬 빌딩과 센트럴빌딩의 실제 근저당은 134억 수준이 적정했지만 회사 측의 보증으로 실제로는 308억원이 대출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의 변호사는 "평가금액 자체가 객관적인 금액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어 "각 빌딩 임대료 수익만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대법원에서도 배임죄로 상정하지 않고 파기환송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회사에 어떤 손해가 생길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법정은 변호인이 이 회장의 건강문제를 언급하면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 회장이 유전질환과 신장이식 거부반응 치료로 10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법정에 자못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공판이 진행된 한 시간 내내 휠체어에 기대어 있던 이 회장은 마스크를 쓴 채 힘없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듯한 두 문장의 대답을 겨우 이어 나가는 모습이었다.

 

"모든 게…제 탓입니다. 건강을 회복하고…사업보국과…미완성의 씨제이를 세계적 기업으로…세울 수 있는…기회를…가질 수 있도록…재판장님께…간곡히…부탁드립니다."

 

이 회장에 이어 다음 선고기일을 예고하는 판사의 말을 끝으로 이날 공판은 마무리됐다. 이 회장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말없이 구급차에 실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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