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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자들] '하루 매출 1억' 식자재마트의 비결

  • 2016.01.07(목) 15:59

[유통업계의 다윗, 가격파괴자들]①(上)
가격경쟁력으로 상권장악, 대기업도 두손 들어
햄·소시지 등 中企 제품, '식자재왕'으로 브랜드화

경기침체의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동네 소상인들은 물론이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기업들도 매출감소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비즈니스워치>는 가격파괴를 내세우며 불황의 터널을 뚫고 있는 '유통업계의 다윗'들을 집중 조명해 이들의 성공요인과 시사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이학선 기자, 이세정 수습기자] "영업을 종료합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회룡역 사거리 부근.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이 같은 안내문을 써붙이고 문을 닫았다. 슈퍼마켓 근무자들은 "임대차계약이 끝나 폐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지역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근 미도아파트에 사는 주부 박 모(59)씨는 "바로 옆 왕도매 식자재마트로 손님들이 몰리면서 (대기업 슈퍼마켓이) 문을 닫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원래 이곳에는 대기업 슈퍼마켓이 먼저 자리를 잡아 영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3년 7월 폭 4m의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왕도매가 문을 열면서 슈퍼마켓의 위기가 시작됐다. 가령 대기업 슈퍼마켓이 2850원에 파는 진라면(5개)을 왕도매는 2000원에 팔았다. 가격경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기업이 철수한 자리는 왕도매가 인수해 두달 뒤 축수산물 전문매장으로 바꿨다. 현재 의정부 왕도매의 하루 평균매출은 1억원으로 반경 500m 안에 위치한 대기업 소유 대형마트에 견줄만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왕도매를 운영하는 식자재 중소기업 윈푸드의 이병국(58) 대표를 만났다.

 

 

◇ 다윗의 승리로 끝난 골목전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결국 다윗이 이겼다.

"그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거기(대기업 슈퍼마켓) 직원들이 난처할 수 있고, 다른 대기업들을 공연히 자극할 수 있다. 우리는 작은 회사다. 그저 묵묵히 갈 길을 갈 뿐이다. 매장을 확대한 건 의정부나 양주, 포천 고객들이 마장동(축산)이나 구리시장(수산물)까지 발품 팔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에 축수산물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도매시장을 지역상권으로 끌어온 개념이라고 할까…. 축수산물은 구매단가를 올리고 광역화된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강력한 품목이다. 멀리서 손님이 오다보니 넓은 주차장이 필요했고, 때마침 주차공간이 넉넉한 슈퍼마켓 자리가 나서 선택했다."

-대기업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여느 중소업체들과는 다른 것 같다.

"우리의 주된 고객층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소상인과 일반소비자의 매출비중은 7대 3 정도다. 식당 주인들은 똑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싼 제품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가격이 싸다보니 품질마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기업 제품도 생산자는 거의 절반이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대기업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납품했기 때문에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격거품을 빼고 제품을 판매해 손님을 모았다."

 

◇ 대기업은 따라올 수 없는 가격이 무기

 

-똑같은 제품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던데.

"라면 같은 제품이 대형마트보다 싼 것은 우리에게 대기업 제품은 구색상품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력은 중소기업 제품이다. 따라서 판매비중이 적은 대기업 제품은 가격을 낮게 책정해도 큰 부담이 안된다. 반면 기존의 대형마트들은 대기업 제품이 주력이다보니 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슨 제품이든 왕도매가 싸다는 생각을 더 크게 갖는다."

 

-일부에선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무자료 거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블랙마켓(암시장)에서 가져온 것 아니냐는 얘기인데, 그렇게 하면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원료를 안 좋은 것을 쓰면 금방 고발 프로그램에 나오는 세상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무자료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 '식자재왕' 아래 뭉친 중소기업들 

 

왕도매 식자재마트는 윈푸드 사업의 절반에 불과하다. 윈푸드는 원래 서울·경기·충청·전라·부산·제주에 있는 대형마트와 식자재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이 본업이다. 윈푸드 전체매출(계열사 포함 약 1400억원)의 절반 가량이 상품공급에서 발생한다.

 

의정부를 비롯해 하남·천호·동탄·부천에 있는 왕도매 식자재마트는 2012년 설립한 윈푸드 계열사인 '식자재연합㈜'의 직영매장이다. 윈푸드는 직영매장 5곳을 포함해 전국 150곳에 상품을 공급한다. 다른 도매상과 차이가 있다면 윈푸드는 중소식품제조사 50여개사가 만드는 햄이나 만두, 어묵 등을 '식자재왕'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중소기업 연합군'을 만들어 생존기반을 마련했다.

 

-여러 제조사들이 단일브랜드를 쓸 때 장점은 뭐가 있나


"중소기업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동의 브랜드를 사용하면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우리는 이런 상품이 필요하다고 제조사에 제안도 하고, 디자인 등 기본적 요소도 잡아주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생산에 전념하면 된다. 대리점이나 총판을 거치지 않아 판매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우리는 '제조사-윈푸드-매장' 3단계로 유통과정이 단순하다."

 

◇ "경영자 마인드가 품질 좌우" 

 

-품질관리의 어려움이 있을텐데. 가령 A라는 기업에서 발생한 위생문제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B라는 업체가 브랜드가 같다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일도 생기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는 ▲위생시설 점검 ▲공장실사 ▲경영자 마인드를 중시한다. 제품을 받을 때 3가지 요인을 반드시 체크한다. 특히 중요한 게 경영자 마인드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경영자가 어떤 마음으로 제품을 생산하느냐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납품업체들도 개별 브랜드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식자재왕이라는 브랜드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직접 식자재 공급업을 하는 곳도 있다. 경쟁이 되겠나.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연합체를 만들어 우리의 영역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대기업 의존적인 생태계다. OECD 국가의 강소기업 2700개를 추려서 봤더니 절반 가량은 독일, 나머지는 일본, 대만, 이탈리아 등에 있다고 하더라. 한국은 순위가 한참 밀린다. 핀란드는 노키아가 무너져도 사내 벤처들이 나와 제약, 화학산업을 새롭게 만들어가지 않나. 우리나라는 삼성이 무너지면 다 무너질 판이다. 중소·중견기업의 힘을 키워야한다. 유통쪽도 지금처럼 가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만 생기지 자생력있는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

 

▲ 이병국 윈푸드 대표는 중소기업이 뭉쳐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가동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연구도 판매도 뭉쳐야 산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자생력 확보방안으로 '공동 연구개발센터'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중소 식품제조사들도 상품개발과 위생관리, 행정업무 처리 등을 위해 2~3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는데 뿔뿔이 흩어져있는 지금의 형편으로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차라리 이 돈을 모아 연봉 1억원을 받는 소수의 고급인력을 두고 연구개발에 몰입하게 하면 지금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의 중소제조사들은 영업을 위해 서울에 사무실 하나를 내려해도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런 곳들을 모아 통합 미팅룸을 잡으면 임대료도 낮출 수 있고 영업사원간 정보공유도 가능해져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많다"고 덧붙였다.

 

-식자재마트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시각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대구시는 식자재마트를 규제하는 조례도 제정했는데.

 

"식자재마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식자재마트 덕분에 수혜를 보는 분들도 있다. 가령 우리의 축수산물 전문매장이 잘되면 이 일대에 고기만 전문으로 구워먹을 수 있는 상가들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사들고 그 주변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가격이라는 틈새를 찾아 대기업과 경쟁하듯 골목상권도 특화된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도 좋지만 그것에만 의존하면 자생력이 떨어진다.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본질적인 경쟁력, 이게 가장 중요하다. 식자재마트가 그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 "상생 앞세워 2020년 매출 1조"

 

-앞으로의 비전이나 목표를 말해달라.

 

"매출은 오는 2020년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10년 전 윈푸드라는 법인을 세웠을 때 10억원대 매출이 지금은 1000억원이 넘었다.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유통망 확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식자재왕 취급점을 현재 150곳에서 3년내 300곳 이상으로 늘리고, 프랜차이즈 업체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물류 고민을 덜 수 있고 우리는 판로를 넓힐 수 있다. 원활한 상품공급을 위해 충북 음성에 6000평 규모의 물류가공센터 부지도 사들였다."

 

◆ 이병국 대표는?

1958년 출생. 농협대학을 졸업했다. 1998년 의정부시 용현동에 7평짜리 창고를 빌려 한길종합식품이라는 간판을 달고 햄·소시지 등의 도매업을 시작했다. 2005년 법인(윈푸드)으로 전환했다. 2010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2012년 계열사인 식자재연합을 설립하고 1호 직영점인 하남점을 오픈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윈푸드의 영업이익률은 3.7%를 기록했다. 윈푸드라는 이름은 '윈윈(win-win)'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중소기업과 지역상인, 고객과 상생하자는 의미를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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