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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 굴뚝없는 엔씨소프트의 독특한 연구개발비

  • 2016.02.01(월) 15:47

새 게임 개발비는 판관비로..개발비 자산화 0원
기존 게임 업데이트 개발비는 매출원가로 처리

엔씨소프트는 1190억원을 투자해 판교 R&D센터를 만들었다. 제조업과 달리 공장이 따로 없는 게임회사는 본사가 공장이나 연구소 역할을 맡고 있다.

 

시장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 게임시장은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린다. 제조업처럼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컴퓨터와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게임 회사들은 “사옥이 곧 공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제조업과 다른 게임 회사만의 독특한 회계 방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국내 온라인게임 1위 엔씨소프트의 연구개발비 처리 방식이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1~3분기 연구개발비로 총 1267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1%. 1000원을 벌면 그중 210원을 연구개발비에 썼다는 얘기다. 과감한 투자다. 이 회사는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통산 4~5년의 개발기간과 500억원 규모의 투자비, 120명 정도의 개발인력을 투입한다.

연구개발비는 회사 장부에 매출원가와 판매비 및 관리비(이하 판관비)로 나눠 회계 처리된다. 엔씨소프트는 작년(3분기) 연구개발비중 724억원을 판관비로, 나머지 542억원은 매출원가로 잡았다. 그런데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로 분류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다소 독특한 회계 방식이다.

기업들은 보통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만들거나, 비용(판관비)으로 털어낸다. 연구개발비를 자산과 비용 어느 쪽으로 나눌 것인지 기준은 두부 자르는 것처럼 명확하진 않다. 현 회계 기준상 연구개발비가 연구단계에 들어가면 비용으로, 개발단계에 투입되면 자산으로 처리한다. 연구단계가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이라면, 개발 단계는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업 입장에선 연구개발비를 판관비가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게 더 좋다. 비용을 덜 쓰는 만큼 이익이 늘어서다. 하지만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자산으로 처리하는 기업들은 때론 ‘분식’에 대한 오해를 산다. 이익을 더 많이 내려고 일부러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도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그해 비용으로 털어낸다.

기업회계기준서(1038호 무형자산)도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구분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지출은 모두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볼지 자산화할지 애매하면, 비용으로 처리하라는 얘기다.

엔씨소프트는 연구개발비를 아예 자산화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의 개발비 무형자산은 몇 년째 0원이다. 대신 연구개발비를 판관비뿐 아니라 매출원가로도 잡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와 판관비로 나누는 기준은 뭘까? 김창현 엔씨소프트 팀장(홍보)의 설명이다.

“현재 개발단계인 게임에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는 판관비로 잡고, 이미 시장에 출시된 게임에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는 매출원가로 잡는다. 상용화된 게임도 업데이트나 해외 런칭 등에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데 이 돈은 현재 발생되는 매출과 연관성이 높아 매출원가로 잡는다.”

예컨대 올 상반기 출시예정인 온라인 게임 MXM 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판관비로, 이미 상용화된 리니지의 업데이트에 들어가는 돈은 매출원가로 잡는다는 얘기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3분기 연구개발비 중 매출원가 비중은 43%(542억원)로, 신규 게임 개발에 맞먹을 정도로 기존 게임의 유지·확장에 많은 돈이 투입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에도 연구개발비 1506억원 중 706억원(47%)을 매출원가로 잡았다.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로 잡더라도 손익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빼고 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따라서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나 판관비 어느 쪽에 넣더라도, 영업이익이 변하지 않는다. 다만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로 잡게 되면, 매출총이익만 그만큼 줄어들 뿐이다.


한 회계사는 “연구개발비는 자산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판관비로 비용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비용처리 측면에서 매출원가에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로 잡으면, 기업입장에서 매출원가가 높아져 원가율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은 인건비다. 작년 3분기 연구개발비 중 인건비가 76%(964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직원 2271명 중 연구개발인력은 1422명(63%)에 이른다. 연구개발비엔 원재료비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아, 게임이 굴뚝 없는 산업임을 증명했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감가상각비와 위탁용역비가 전부다.

김 팀장은 “제약회사나 제조회사는 본사가 있고 생산 공장이 따로 있다. 하지만 게임회사는 본사 사옥 자체가 공장이다. 사옥에서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투자인력이나 소프트웨어를 전체적으로 연구개발비로 산정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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