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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시장 넘보는 신세계그룹, 지각변동 예고

  • 2016.02.16(화) 09:52

이마트 '제주소주' 인수 추진, 종합주류사 발돋움
주류업계 "무시못할 영향력".. 롯데와 닮은꼴

 

신세계그룹이 제주소주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내 주류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소주 시장은 최대 격전지 수도권 시장을 두고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경쟁하고, 지방은 맹주들이 건재한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이 가운데 제주소주가 신세계그룹 품에 안기면 전국 유통망을 확보한 또 하나의 소주가 탄생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와인과 수제 맥주 시장에도 진출해 있어, 종합 주류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도 갖게 됐다.

◇ 한라산 못 넘은 제주소주, 이마트 날개 다나

이마트가 인수를 추진하는 ㈜제주소주는 2011년 설립된 신생 지역 소주다. ㈜한라산의 한라산소주가 주름잡고 있는 제주에 2014년 올레 산도롱·곱드락 2가지 소주를 출시했다. 하지만 한라산의 문턱은 높았다. 제주소주는 2014년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엔 증자를 통해 30억원을 수혈했다.

여기에 ㈜한라산이 자사의 ‘올래’ 소주와 제품명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낸 소송에서 ㈜제주소주가 최근 일부 패소하면서 ‘올레’라는 이름까지 쓰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게 되면, 상황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는 국내 1위 대형마트다. 제주 2등에서 벗어나 단숨에 전국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08년 두산주류를 인수한 롯데도 그룹내 유통망을 활용해 단시간 내에 처음처럼을 확 키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방소주는 전국적인 영향력이 미비해서 주류업계에 당장 큰 영향은 주지 못한다”면서도 “거대 유통사를 낀 대기업이 소주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장기적인 영향력은 무시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그룹, 술을 탐하다

이마트가 소주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수입주류와 맥주, 소주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주류 회사가 된다.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으로 주류 시장에 뛰어 든 것은 2008년. 신세계L&B를 설립해 와인과 맥주, 보드카 등을 수입해 판매했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수제맥주 시장에도 진출했다. 신세계푸드가 자가(Home Brewing) 맥주를 개발해 수제맥주 점포인 데블스도어를 서울  반포에 오픈했다.

사업 규모는 모두 영세하지만 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등 그룹 내 막강한 유통망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후발주자다. 여기에 풍부한 자금여력도 뒷받침하고 있어 단숨에 덩치를 키울수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웅진식품, 전자랜드, 킴스클럽 등 굵직한 M&A의 후보자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소주 시장 진출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이마트는 제주소주 인수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무학과 함께 소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무학이 주도권을 쥐고 이마트를 상징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활용한 소주를 출시한다는 계획인데, 이마트의 의지가 없다면 실행되기 힘든 프로젝트다.

◇ 두 유통공룡에 끼인 하이트진로

신세계그룹이 주류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에 경쟁사인 롯데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롯데그룹은 이미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로, 한발 늦은 신세계그룹이 조바심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스카치블루, 아사히맥주 등을 수입해 판매해오다 2008년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두산주류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주류 사업을 확대했다. 2014년엔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그룹내 막강한 유통망을 활용해 단시간 내에 처음처럼과 클라우드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롯데의 주류 시장 진출을 조심스럽게 관망하던 신세계그룹은 작년부터 외연을 넓히고 있지만, 롯데의 과감함에 밀리는 모습이다. 롯데는 두산주류 인수에 5030억원, 클라우드 제2공장 건립에 6000억원 등 거침없는 투자 행보를 보였다. 반면 신세계는 수제 맥주 진출, 지역 2등 소주 회사 인수 추진 등 다소 보수적으로 주류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유통기업이 잇따라 주류시장에 뛰어들면서 하이트진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맥주와 참이슬로 국내 주류 역사를 써온 기업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전국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하이트맥주는 2013년 오비맥주의 카스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유통공룡 롯데와 소주·맥주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까지 소주 시장을 노리면서, 롯데마트와 이마트 두 매장에서 모두 불리한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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