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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욕심이 더 큰 문제

  • 2016.02.22(월) 09:46

 

“선처해주신다면 일선에 복귀해 문제를 바로잡겠습니다.” 2011년 9월 법정에 선 담철곤(사진) 오리온 회장은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그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법정에서 눈물을 쏟았죠. 하지만 그는 1심에서 징역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 돈 285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됐죠.

2012년 1월 다시 열린 재판. 담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일은 준법경영을 하지 않은 데 있는 게 아니고, 피고인들의 개인적 욕심이 더 큰 문제”라며 “근본적인 반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죠. 법인 자금으로 미술품을 사 집에 걸어두거나, 회사 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등 외제차를 자녀 통학용으로 쓴 담 회장을 재판부가 꼬집은 것이죠.

4년이 흘렀습니다. 담 회장은 경영에 복귀했고, “경영상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실행해 나가고 있죠. 담 회장은 2014년 이마트 출신의 허인철 부회장을 오리온으로 영입했습니다. 칼자루를 쥔 허 부회장은 회장실을 없애고, 아이팩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 어지러웠던 계열사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비밀 금고’로 지목받은 아이팩 문제입니다. 1981년 설립된 아이팩은 오리온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회사죠.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한 알짜 회사인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2011년 담 회장은 차명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했죠.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재빠른 대응이었습니다. 

차명 주식이 정리되자, 아이팩은 역풍을 맞습니다. 아이팩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었죠. 오리온이 오너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아이팩이 담 회장에게 2011년 201억원, 2013년 151억원을 배당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결국 오리온은 2014년 말 담 회장으로부터 아이팩을 인수합병하면서, 종지부를 찍었죠.

말끔히 정리된 듯했던 아이팩 문제는 담 회장의 장남 담서원 씨 탓에 다시 불거졌습니다. 아이팩이 2013년 중국 계열사 ‘랑방 아이팩’을 서원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스텔라웨이)에 215억원에 매각했고, 서원 씨는 2015년 ‘랑방 아이팩’을 300억원에 오리온 중국법인에 되판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서죠. 아버지한테 산 회사로 2년 만에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긴 셈입니다. 언론이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힐 뻔 했죠.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서원 씨는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특히 담 회장이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2006년 랑방아이팩을 220만달러(27억원)에 인수한 바 있어, ‘대를 잇는 편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죠.

오리온이 2014년 배당을 2배 늘린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곱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오리온은 2014년 주당 배당금을 기존 3000원에서 6000원으로 늘렸는데, 공교롭게 그해 담 회장은 아이팩을 오리온에 매각했죠. 담 회장의 주요 배당 수입원 중 하나인 아이팩이 없어지자, 오리온이 배당을 더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죠.

최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에서도 뒤탈이 났습니다. 오리온은 2014년 말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용이었죠. 그런데 최근 국세청이 오리온이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과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누락한 것을 적발했습니다. 수십억원대 추징금이 부과됐고, 오리온은 불복 신청을 냈습니다.

오리온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배당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고, 언론은 이미 지난 일을 들추고 있어서죠. 괜한 트집을 잡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요. 분명 오리온은 2011년 담 회장이 법정에서 한 약속대로 문제를 바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리온에게 과거보다 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죠. 오리온은 2011년 해외 매출이 국내를 뛰어넘었습니다. 지난해 중국 매출은 1조3329억원으로, 국내(6491억원)의 2배 이상 성장했죠. 단순히 국내 제과 회사가 아닌, K푸드 열풍을 이끄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것입니다.

어느 슈퍼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는 무거워진 책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최근 오리온에 제기된 지적들을 보면서 2012년 판사의 말이 떠오르는 건 저 뿐일까요. 담 회장님, “개인적 욕심이 더 큰 문제”라는 판사의 말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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