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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브먼을 가다]②"느림과 여유를 팝니다"

  • 2016.07.01(금) 08:00

美 휴양도시 자리잡은 '워터사이드숍'
소득 높고 관광객 많은 지역특성 반영

[미국 네이플스 = 이학선] 미국 플로리다주 남서부에 위치한 네이플스(Naples). 멕시코만을 끼고 길게 펼쳐진 백사장과 자연늪지, 80개가 넘는 골프코스 등으로 유명한 관광휴양 도시다. 전체 인구는 2만여명에 불과하지만 한해 18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11월 '골프여제' 박인비와 '천재골퍼' 리디아 고가 세계 최고의 여자 프로골퍼 자리를 두고 승부를 벌인 골프장(티뷰론 골프클럽)이 네이플스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골프장에서 차로 10분을 가면 1층짜리 아담하고 고급스러운 쇼핑몰이 나온다. 1992년 문을 연 워터사이드숍(Waterside Shops)이다.

이곳에선 유모차를 끌고 온 백인 부부가 한가롭게 쇼핑몰 내부를 거닐거나 70대 노부부가 어린 손녀와 함께 야외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쇼핑몰 안을 부드럽게 흐르는 맑은 물과 더위를 가라앉히는 분수, 곳곳에 심어진 야자나무가 어우러져 쇼핑몰이라기보다 호텔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 자리잡은 쇼핑몰 '워터사이드숍' 전경. 쇼핑몰과 맑고 잔잔한 물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워터사이드숍은 쇼핑몰 개발을 선호하는 터브먼에는 예외적인 존재 같은 곳이다. 마이애미의 돌핀몰이나 탬파의 인터내셔널플라자, 사라소타의 유니버시티 타운센터 등 터브먼의 주요 쇼핑몰은 터브먼이 처음부터 직접 개발했지만 워터사이드숍은 다른 회사가 개발해 운영하던 몰을 나중에 사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터브먼은 미국의 쇼핑몰 개발운영사인 포브스와 공동으로 2003년 워터사이드숍의 지분 50%를 매입한 뒤 나머지 지분 50%도 2012년 전부 인수했다.

다른 회사가 개발한 몰이지만 워터사이드숍에는 터브먼의 철학인 빛(자연채광)과 탁트인 시야(개방성)가 다른 어느 쇼핑몰보다 온전히 구현돼있다. 무엇보다 느림이 주는 여유가 두드러졌다. 물건을 고르려고 서두르는 사람도 없고 점원들도 편안해보였다. 실제 이곳을 방문하는 쇼핑객들의 체류시간은 1시간30분으로 다른 몰에 비해 2배 길다고 한다. 회전율이 높아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이라는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 같았다.

앤 플레밍 워터사이드숍 지배인은 "지금은 무더운 지역 기후 탓에 손님이 뜸한 탓도 있지만 럭셔리몰은 한 사람이 와서 얼마나 지출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어제도 한번에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쓰고 간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워터사이드숍이 느림과 여유를 앞세울 수 있는 것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촌(富村)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관련이 깊다. 네이플스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약 8만달러로 미국의 평균(약 5만3000달러)보다 50% 많다. 특히 2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가구가 전체의 20%가 넘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플레밍 지배인은 "이 지역은 200만달러 이상의 집이 한해 800채가 팔릴 정도로 부자 동네"라며 "돈을 많이 쓰는 50세 이상 인구가 많이 산다"고 전했다.

워터사이드숍은 루이비통·구찌·버버리·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가 많다.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으로 비싼 상품만 고집하는건 아니다. 아이들 옷 한벌을 30달러 정도에 파는 갭 매장도 있고, 편지지와 인형을 판매하는 팬시용품점도 입점해있다. 전체 방문객의 30%가 관광객이라는 점에 착안한 매장구성으로 여겨졌다.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터브먼의 쇼핑몰은 모두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몰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돌핀몰은 마이애미에 있어야 하듯 워터사이드숍도 네이플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는 세울 수 없는 쇼핑몰"이라고 말했다.

 

▲ 스타필드 하남 옥상에 조성되는 인피니티풀 조감도.

 

워터사이드숍이 오는 9월 문을 여는 스타필드 하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수영장과 스파, 영화관, 서점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가는 스타필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작은데다 인구구성이나 자연환경 등 지역특성도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스타필드 역시 힐링을 주요 컨셉트로 삼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타필드는 옥상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인피니티풀처럼 물이 건물밖으로 넘쳐 흐르는듯한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수영장을 조성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한강이나 인근의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주위 조망에 신경썼다고 한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부사장은 "스타필드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쇼핑과 여가, 레저가 결합해 고객의 하루를 책임지는 원데이 쇼핑여행지를 지향한다"며 "하드웨어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쇼핑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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