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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재창조]④피부로 느끼는 韓조직문화

  • 2016.07.15(금) 08:38

회의를 위한 회의..직원들 "지친다"
책임회피, 주먹구구 방식엔 쓴소리

대기업들이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직급체계를 허물고, 호칭을 바꾸는 등 오랜시간 굳어진 연공서열식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에 국한됐던 이런 변화들은 최근 삼성이 '컬처혁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발 기업문화 변화가 재계 전체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도 관심이다. 기업들의 변화 노력에 대한 배경과 주요 내용, 의미 등을 진단해본다.[편집자]

 

 

대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이 저마다 조직의 혁신의지를 대내외로 공표하고 있다. 정작 기업체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전현직 직원들이 자신이 몸담은 기업에 대해 평점과 평판을 올리는 사이트인 잡플래닛(www.jobplanet.co.kr)에는 직원들이 겉으로는 내색하기 어려운 기업의 속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사이트는 익명으로 평판을 올릴 수 있어 직원들이 조직문화의 강점은 물론 쓴소리도 여과없이 쏟아낸다.

◇삼성에 '실패를 허(許)해달라' 요구

최근들어 조직문화 혁신의 기치를 올린 삼성의 직원들은 아직까지 이러한 변화가 실감나지 않는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보다는 삼성에 뿌리를 내린 성과중심 체제에 따른 명과 암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린 직원들은 삼성의 장점으로 '학연, 지연, 혈연에 따른 불평등을 느껴본 적이 없다', '긍정적 경쟁을 유도해 발전을 유도하는 문화' 등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이러한 성과중심주의가 더욱 철저하게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실력경쟁이 아닌 사내정치를 유도하는 인사시스템은 회사와 사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직급체계 단순화와 'ㅇㅇ님' 호칭도입이 아직 준비단계니 만큼,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족을 표현하는 직원도 있었다. 상명하달식의 업무로 인해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직원들은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한번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임원들을 소극적으로 만들며 윗선의 눈치만 보게 한다', '형식적인 보고형 업무와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낭비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등의 평을 올렸다.

◇LG, 자율적이지만 책임 미루기 있어

LG의 직원들은 '삼성에 비해 조직문화가 덜 경직됐다'고 자평했다. 전날 야근을 늦게까지 하면 다음날 늦게 출근하는 것도 가능하며, 직속 상사들이 부하직원의 업무를 일일히 관리하지 않아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단점으로 지적됐다. LG전자의 한 전직원은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만나서 얘기하시죠'라는 말이 업무의 주요대화일 정도로 불필요한 만남이 많다"고 밝혔다.

책임을 회피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문제가 생겼을때 임원들이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하나의 목표 아래서 뛰기보다는 팀 간의 알력과 책임 미루기가 존재한다' 등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님' 문화 둥지튼 대기업은 한계점도

CJ, SK 등은 사내의 수평적인 문화를 칭찬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특히 지난 2000년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님' 호칭을 도입한 CJ의 직원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향한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업체 모두 '보수적인 분위기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는 평도 나왔다.

 

범 현대가(家)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 문화도 분화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직원들 간의 '끈끈한 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현대자동차의 한 직원은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현대가 변화에 느리다는 점에 대해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내에서) 욕하는 것이 익숙하다', '술을 마시지 못하면 도태된다', '아직도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다' 등 혹평도 있었다.

 

현대백화점의 직원들은 퇴근시간에 맞춰 본사 컴퓨터 전원을 내리는 'PC오프제'를 요식행위에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행하려는 경영진의 의지를 높게 샀다. 현대백화점의 한 직원은 "주말에 근무하고 3일을 몰아 쉬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 특유의 무대뽀적 업무방식으로 디테일이 떨어지며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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