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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주권 찾자]①中 3월15일이 두려운 까닭

  • 2016.07.26(화) 11:25

글로벌기업, 국가별 소비자 대하는 태도 달라
韓 시장 우습게 여겨..'소비자주권' 필요할 때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고, 코웨이 니켈 검출…. 소비자 생명까지 위협하는 '기업 사건'들이 연이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사고는 100% 막을수 없겠지만, 문제는 사건을 일으킨 기업들의 태도다. 쉬쉬하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행위부터 배째라는 식으로 버티는 일까지 천태만상이다. 소비자들의 물건 고르는 수준은 높아졌지만 그에 걸맞는 권리는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는 제품의 질 제고를 위해서 뿐 아니라 보호무역의 가장 큰 무기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비즈니스워치가 소비자 주권 찾기에 함께 나선다.[편집자]

 

 

지난 2011년 3월21일. 이한섭 금호타이어 중국법인 사장이 중국중앙방송(CCTV)에 나와서 허리 굽혀 사과했다. 199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줄곧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렸던 금호타이어가 갑자기 중국 소비자들에게 잘못했다고 반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CTV는 3월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고발 프로그램인 '3.15 완후이(晩會)'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들에게는 저승사자로 불리운다. 방송을 통해 고발되면 해당 기업은 신뢰 추락과 소비자 외면, 뒤이은 매출 급감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2011년 3.15 완후이 편에선 금호타이어가 타깃이 됐다. CCTV는 금호타이어 텐진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생산과정에 잔량고무(rework rubber)를 대량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마치 재활용 고무로 새 타이어를 만들어 팔았다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즉각 반박성명을 내고 부인했다.

 

◇ 반박이 오히려 화 키워

 

금호타이어의 반박과 해명은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중국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중국 공산품 품질 감독당국까지 나서서 금호타이어의 품질인증을 취소시키겠다는 언론보도까지 이어졌을 정도다. 또 금호타이어의 주요 고객사인 창청자동차(長城汽車) 등 자동차 업체들은 여론을 의식한 듯 논란이 된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입장에선 억울했다. 잔량고무는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물성변화가 없는 고무다. 모든 타이어 업체들은 규정에 따라 잔량고무와 원고무를 1대3 비율로 배합해 활용한다. 그런데 CCTV가 문제삼은 부분은 금호타이어가 이를 1대2 비율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타사 보다 잔량고무를 많이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호타이어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과하면서, 타이어 30만개를 리콜 결정했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중국 시장점유율 급락으로 고전했다.

 

▲ 중국 CCTV는 매년 3월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자료=중국 CCTV]

 

◇ 애플·맥도날드도 못 피한 中國

 

유수의 글로벌 업체들도 중국 소비자의 날 고발 프로그램은 피해가지 못했다.

 

2012년 까르푸는 유통기한이 지난 훈제 닭과 양계장 닭을 토종닭으로 속여서 팔다가 적발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책임자를 문책했다. 맥도날드도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유통기한을 임의로 변경하다 적발됐다.

 

2013년에는 폭스바겐과 애플이 표적이 됐다. 폭스바겐은 변속기가 심하게 떨리거나 변속불량 등 결함이 발생돼 즉각 사과와 38만대 리콜을 단행했다. 애플은 유럽내 보증기간은 2년인데 반해 중국에선 1년만 보증한다는 사실이 문제시 됐다. 또 휴대폰에 문제 발생시 타국에선 리퍼폰으로 교체해주는데 중국에선 부품만 교환해준다는 점이 지적됐다. 결국 팀쿡 애플 CEO까지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보증기한 연장과 리퍼폰 교환 조치를 한 뒤 사태가 마무리 됐다.

 

2014년에는 니콘카메라가 품질 문제에 대한 교환거부와 중국 소비자·외국 소비자간 차별대우를 한다는 점이 고발됐다. 이에 대해 니콘카메라 측은 중국 SNS인 웨이보를 통해 책임을 인정하고 중국 소비자에게도 글로벌 표준 서비스를 제공할 뜻을 약속했다. 2015년에는 랜드로버 차량의 변속기 품질안전 문제가 제기돼 중국 상하이시정부가 전문팀까지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고, 문제차량을 리콜 조치했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서욱태 지부장은 "CCTV의 이 프로그램 영향력이 매우 큰데다 수 개월에 걸쳐 은밀하게 취재한 후 터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의 날을 전후해 기업들이 전전긍긍 하고 있다"면서 "특히 외자기업은 고발대상에 반드시 포함되는 분위기다"고 밝혔다.

 

◇ 韓·中소비자 대하는 태도 180도 달라

 

상황이 이쯤되자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한 화장품 기업은 소비자 불만 접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불만이 접수될 경우 즉각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담팀을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이 업체 경영진이 직접 상하이를 방문, 3.15 완후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만큼 높은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흠 잡히지 않는 경영'을 하자는 슬로건이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이처럼 소비자 불만 가능성에 떨고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은 중국 시장 규모에 있다. 중국 소비자에게 불신을 사 판매가 감소하면 13억 중국 시장을 잃게 되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국 보호주의 정책은 현지 진출기업들로 하여금 선제적으로 허리를 굽히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수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는 5년만에 여론에 등 떠밀려 겨우 사과하고 미미한 수준의 금전보상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이케아는 영유아 사망 사고가 난 말름(MALM) 서랍장을 미국에선 리콜을 결정했지만, 국내에선 버젓이 판매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국내에서 사람이 죽어야만 리콜하겠다'는 식이다.

 

코웨이는 최근 1년간 얼음정수기에서 발암물질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숨겨오면서, 그로부터 나온 판매수익금 등으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게 35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겨줬다. 최고경영자 김동현 대표는 비슷한 기간 스톡옵션을 주식으로 전환해 수십억원대의 평가차익을 남겼다.

 

폭스바겐은 작년 배기가스 조작건이 불거졌을 때도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했고, 최근 광범위한 서류 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버티다가, 결국 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가능성과 청문회가 제기되고 나서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인증취소·판매금지 처분이 확정되는대로, 정부가 인증 서류와 관련해 지적한 사항들을 신속히 해결해 재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함유된 항균필터가 국내에서 공기청정기 51개, 가정용 에어컨 33개 모델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제품에 들어간 문제의 필터는 모두 한국쓰리엠(3M) 제품이다. 특히 3M 측은 OIT가 들어 있는 항균 필터를 유독 우리나라에만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주권(consumer sovereignty)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의 경제투표로 시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영국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이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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