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미쉐린 스타(별)가 떴습니다.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최근 발간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 총 24개의 식당이 미쉐린 스타로 선정됐습니다.
올 3월 먹방이 대세인 한국에서도 미쉐린 스타 식당을 선정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식당 주인은 혹시나 미쉐린 스타라는 '로또'를 맞지 않을까, 식도락들은 스마트폰에 음식 사진을 담을 행복한 상상에 빠졌죠.
8개월간의 검증 끝에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을 펼쳐보니, 미쉐린 스타에 선정된 식당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이러려고 미쉐린 스타 뽑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가격이 너무나 비쌉니다. 미쉐린 3스타로 선정된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과 가연의 세트 가격은 9만8000~25만원입니다.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의미합니다. 한 끼에 수십만원하는 음식 맛을 위해 여행가방을 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미쉐린 1~2스타 식당도 비싸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메뉴 대부분이 수십만원대 였고, 코스 요리라 단품으로 맛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가격대가 저렴한 곳은 중식당 진진과 한식당 하모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월평균 외식비는 저소득층 11만9000원, 중산층 32만원, 고소득층 47만원입니다.
미쉐린 3스타 라연에서 4인가족이 저녁을 먹는다면, 음식 값만 최대 92만원. 고소득층이 2달간 단 한 번도 외식을 하지 않고 한 방에 질러야 되는 돈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홈페이지(guide.michelin.co.kr)의 '미쉐린 가이드의 오해와 진실' 글을 보면, "미쉐린 가이드와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다'는 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을 보니, 오해라기보단 진실에 가까웠습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2011년 한 언론사에 미쉐린 가이드 관련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 한식당 단지가 뉴욕판 미쉐린 가이드에 1스타 식당으로 올랐을 때죠.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사진 = 수요미식회 페이스북] |
"미슐랭의 권위는 뉴욕에서 그리 크지 않다. 뉴요커들은 뉴욕타임스, 뉴욕매거진 등 현지 언론이 다루는 식당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한국 내에서는 미슐랭 가이드가 세계 최고의 미식 평가서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현지에서는 그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맞습니다. 비록 미쉐린 스타를 받지 못했지만, 서울에도 '가성비'가 훌륭한 식당이 많이 있습니다. 굳이 '그림의 떡' 보면서 침 흘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