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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재계 키워드]⑤롯데 한국진출 50년 '질적 변화'

  • 2016.12.22(목) 14:18

재계 4위 진입 앞두고 '양적성장' 한계 노출
"국민적 신뢰 확보·경영 구조 선진화로 쇄신"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온다. 재계는 올해보다도 훨씬 힘든 경영 환경과 마주해야 한다. 세계 경제회복이 더딘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태에 빠져있다. 내년 예상되는 주요 경영 변수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지금 당장 바뀌지 않으면 우리 그룹의 미래는 없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외 계열사 사장과 롯데정책본부 임원 등 핵심간부 8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끊임없이 변화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신 회장 스스로 "새롭게 변해야만 한다는 자기반성을 가슴에 품고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변화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 눈앞에 둔 재계 4위

내년이면 롯데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꼭 50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하늘의 이치를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이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국투자의 일환으로 1967년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제과업(롯데제과)을 시작한 게 한국 롯데의 뿌리다.

 

롯데는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등 한국 경제의 격랑기 속에서도 사세를 키워 지금은 재계순위 5위(자산총액 기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가 올해 초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인수를 마무리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 순위에선 LG그룹을 제치고 재계 4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월 발표된 공정위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현황을 보면 LG(105조8000억원)와 롯데(103조3000억원)의 자산규모 차이는 2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롯데케미칼의 자산이 2조2000억원 늘고, 롯데정밀화학(옛 삼성SDI케미칼, 3분기말 현재 자산총계 1조5000억원)까지 계열사로 편입한 점을 감안하면 롯데로선 LG와 자리바꿈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 샴페인은 없고 살얼음판만

이렇듯 축배를 준비해야할 시기에 롯데는 다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수습국면에 접어들던 지난 6월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신동빈 회장의 개혁구상이 4개월간 올스톱되고, 그 사이 그룹의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롯데 내부에선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며 탄식이 흘러나왔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말 '새로운 롯데'를 약속하며 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범초기 45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올해 5월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기금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되돌려받은 일이 있다.

현재 롯데는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고 비선실세에게 뇌물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찰나에 거대한 먹구름이 눈앞에 펼쳐진 것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 관세청은 롯데가 부정한 방법으로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한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특허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준법경영 강화와 질적 성장 추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그룹의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성장의 그림자 못살폈다' 자성

롯데는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악재의 원인을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에서 찾고 있다. 유통과 식음료 등 소비자와 밀접한 사업영역을 갖고 있음에도 성장에만 매몰돼 롯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떤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다. 롯데 계열사의 한 임원은 "눈을 떠보니 우리가 지뢰밭 한가운데 서있다는 걸 알았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를 둘러싸고 국적논란이 벌어진 것도 그간 성장의 과실을 사회에 돌려주기보다는 외형확대에만 골몰한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쌓인 결과로 볼 수 있다.

거미줄 출자로 표현되는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수십년간 유지하고,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신헌 전 롯데백화점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의 비리를 막지 못한 것도 내부정비나 단속을 소홀히 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데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롯데의 진단이다.

롯데 관계자는 "앞으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뀔 것"이라며 "신 회장도 그룹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 '국민신뢰 회복' 시험대 올라

현재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 10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그룹의 비전을 폐기한 상태다. 재계순위보다 국민적 신뢰를 우선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총수에게 집중된 책임과 권한을 계열사에 돌려주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일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축소하고, 90여개의 계열사를 유통, 호텔·리조트, 식음료, 화학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운영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는 50년간 켜켜이 쌓인 묵은 때를 벗겨낼 수 있을까. 변신에 성공한다면 내년은 롯데 재탄생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등 꺼지지 않은 불씨로 인해 롯데의 쇄신안이 복병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형편이다.

 

최순실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신 회장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을 아우르는 신 회장 입장에선 풀어야할 숙제가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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