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경제학]①맥주병 분리수거 하면 130원 손해

  • 2016.12.27(화) 10:20

내년 빈용기보증금 인상.."빈 병 재사용률↑"
병맥주·소주 판매가 인상 '소비자 부담 가중'

내년부터 빈용기보증금이 인상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증금을 올려 빈 병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회수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빈 병에 얽힌 정부와 주류업계, 소비자의 목소리를 정리했다.[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민성(가명, 35세)씨는 퇴근 뒤 집에서 이틀에 한 병 정도 맥주를 마신다. 맥주를 마시고 남은 빈 병은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버린다. 맥주를 산 편의점에 다시 빈 병을 가져가는 것이 귀찮고, 빈 병 값도 얼마 되지 않아서다. 김 씨는 "빈 병 값이 얼마 되지 않아 분리수거 한다"며 "내년부터 빈 병 값이 오른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1일부터 빈용기보증금이 인상된다.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오른다. 빈용기보증금은 출고가에 병값(보증금)을 붙여 판매한 뒤 빈 병이 반환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대형마트의 카트 보증금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카트를 제자리에 두면 1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듯이 빈 병을 판매처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20년 만에 빈용기보증금을 인상한 것은 빈 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 빈용기 회수율은 95%로 높은 편이지만, 빈 병의 재사용횟수(8회)는 독일(40회 이상), 핀란드(30회), 일본(28회)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 회수된 병은 분리수거과정에서 깨지거나 실금이 가 재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빈용기보증금 인상으로 병을 사용하는 제품 판매가격이 오르면서 자칫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류 가격은 출고가격에 빈용기보증금과 유통마진이 붙는 구조다. 주류회사에서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빈용기보증금이 인상되면 주류 판매가격은 인상되는 구조인 것이다. 김 씨가 내년에도 빈 병을 분리수거한다면 한 달에 1950원을 버리는 셈이 된다.

여기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롯데주류) 등은 지난해부터 일제히 소주와 맥주 가격을 인상했다. 출고가와 함께 빈용기보증금까지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은 이중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빈 병 회수율이 높아지면 환경도 살리고 보증금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 소비자 부담은 없다. 하지만 분리수거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보증금이 오른다고 빈 병 회수에 얼마나 동참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2014년 기준 가정용 소주·맥주 빈용기 회수율은 24.2%에 불과했다. 1990년대까지 만해도 일반 가정집에서 빈 병을 모아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분리수거가 대중화되면서 빈 병을 모으는 집은 많이 사라졌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미반환보증금은 214억원에 이른다.

반면 업소용 빈 병 회수율은 100%다. 주류 도매상이 주점에 술을 팔면서 빈 병도 함께 회수하는 덕분이다. 주류 도매상이 술 도매가격을 빈용기보증금을 제외하고 속칭 '물값'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보증금은 무조건 돌려 받을수 있는 돈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빈 병 회수가 정착되지 않으면 일반 소비자 부담만 커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미반환보증금을 0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빈용기보증금 제도를 2~3년간 운영해 본 뒤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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