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家 정용진·정유경, 같은듯 다른 두남매

  • 2017.02.15(수) 17:12

오빠는 재미·색다른 시도로 외연 넓히고
동생은 콘텐츠 업그레이드로 기본기 다져

▲ 신세계그룹 정용진(왼쪽)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이들은 남매사이지만 경영방식에선 차이가 엿보인다.

 

정유경(44)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자신만의 사업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오빠인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전통적인 유통업에 재미나 여가를 가미한 새로운 유통트렌드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면, 정 총괄사장은 여성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신세계만의 경쟁력을 구축하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역점을 둔 사업으로는 지난해 12월 개장한 대구 신세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입점업체 선정과 매장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챙기며 오픈 과정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신세계가 문을 여는 날에는 정 총괄사장이 그룹 입사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인 정 부회장도 대구 신세계를 다녀갔지만 테이프 커팅을 한 건 동생인 정 총괄사장이었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 상무보로 그룹에 발을 내디뎠다. 2009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으로 발령났으나 오빠와 달리 경영의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 뒤 2015년말 신세계그룹의 백화점부문(백화점·패션·면세점·아울렛 등)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에는 남매간 지분맞교환으로 '이마트=정용진', '신세계백화점=정유경'의 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당시 정 총괄사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이마트 지분(2.51%)을 정 부회장에게 넘기는 대신 오빠가 보유하던 신세계백화점 지분(7.32%)을 전량 넘겨받았다.

이 거래로 정 총괄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회장(18.22%)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신세계백화점 지분(기존 보유지분 포함 9.83%)을 보유한 주주(기관투자자 제외)로 등극했다. 단순히 직책이나 직급만 올라간 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그는 총괄사장으로 활동하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을 완료하고 8800억원을 투자한 대구 신세계를 성공적으로 오픈하는 등 사업을 무리없이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SK네트웍스와 HDC신라면세점을 제치고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냈다.

백화점 사업에선 주요 고객인 여성층을 겨냥한 독자 브랜드 정책에 부쩍 힘을 쏟았다. 지난해 9월 상품기획과 디자인, 제작, 판매까지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챙기는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를 선보인데 이어 석달 뒤에는 해외 유명브랜드의 화장품을 한데 모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열었다.

모두 다른 백화점에선 볼 수 없는 브랜드로 정 총괄사장의 승인이나 동의 하에 도입한 것이라고 신세계측은 전했다. 앞서 정 총괄사장이 관장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합작해 화장품 제조업에도 뛰어든 바 있다.

그의 관심은 패션과 화장품에 그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6일과 17일 대구 신세계와 신세계 강남점에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연다. 신세계백화점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입해 디자인하고 판매까지 책임지는 브랜드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백화점업의 본질인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독자 브랜드 매장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명품 브랜드보다 신세계에서만 접할 수 있는 감각있는 브랜드를 들여놔야 더 많은 고객의 방문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정 총괄사장의 접근법은 대형화와 복합화를 유통업의 생존법으로 제시한 정 부회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의 경쟁자는 야구장이나 놀이시설이 될 것"이라며 쇼핑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스타필드 하남이다. 여기에는 백화점과 창고형 할인점뿐 아니라 수영장·찜질방·스포츠 놀이시설이 한데 모여있다.

이마트타운 역시 마트·창고형 할인점·특색있는 전문점을 모아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거점이 되도록 고안한 매장이다. 남성들의 취향 저격에 성공한 체험형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의 경우 재미와 색다름을 추구하는 정 부회장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운 매장형태라는 게 신세계 내부의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하드웨어의 확장, 정 총괄사장은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오빠와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서 기본기를 다지려는 동생의 경영방식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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