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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억 적자 쿠팡, "거대한 도전" 어떤 근거?

  • 2017.04.18(화) 16:18

작년 5600억 영업손실..2년동안 1조 이상 적자
쿠팡 "공헌이익은 흑자, 멀리보고 대담한 투자"

"2016년 매출 1조9000억원을 달성하며 2년만에 5.5배 성장, 매출 대비 손실비율 40% 개선, 4분기부터 공헌이익 흑자실현."
"쿠팡은 크게 멀리 보고 움직이는 회사다.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작은 시도보다는 거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담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커머스(e-commerce)기업 쿠팡이 지난해 실적에 대해 설명한 자료의 핵심 내용이다. 매출이 크게 늘었고 매출대비 손실규모는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팡은 2014년 매출 3484억원, 영업손실 121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매출 1조1337억원에 54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매출 1조9159억원에 영업손실 5652억원이다. 쿠팡의 설명대로 매출은 눈에 띄게 확대됐는데 늘어난 매출에 비해 손실규모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쿠팡은 이 같은 흐름을 강조하기 위해 '공헌이익' 지표를 동원했다. 공헌이익은 매출에서 물건을 팔때마다 발생하는 배달비 등 변동비를 차감한 이익이다. 기업이 공장을 추가로 가동할것인지를 결정할 때에도 공헌이익을 점검한다. 쿠팡은 공헌이익 흑자에 대해 "향후 발생하는 매출로 인프라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쿠팡이 공헌이익을 내세운건 '여전히 적자지만 고정비를 커버했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팔면(매출이 커지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이 이처럼 생소한 회계 지표까지 내세운데 대해 업계에서는 '시선 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2년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1조원을 까먹은 것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크게 멀리보고 대담하게 투자하는 회사"라고 답했다.
 
◇ 대담한 투자, 아직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쿠팡은 소프트뱅크에서 1조원을 수혈한 뒤 2년 동안 토지 매입과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자금을 대거 투입했다. 매입한 자산을 담보로 자금도 빌렸다. 쿠팡이 매입한 570억원대 토지에 600억원대 장기대출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로켓배송서비스를 위해 구매한 517억원대 운송장비에도 리스금액 등으로 164억원의 질권이 설정돼 있다. 이처럼 추가 부채가 늘면서 쿠팡의 총자산대비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8.6%포인트 높아진 68.8%를 기록했다.

매출채권의 신용건전성도 악화했다. 외상으로 낸 매출 일부에서 돈을 받기가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2015년 매출채권의 96%가  '상환능력이 우수하거나 최고등급(회사채 AA 이상)'인 거래상대방과의 거래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26.8%로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한 회계사는 "매출채권의 신용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부실가능성이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쿠팡이 너무 판을 크게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 "매출 커지면서 손실폭이 줄고 있다"

쿠팡의 주장대로 지난해 실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위안거리는 매출 증가폭에 비해 손실 증가폭이 작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1조5263억원의 물건을 사들여 매출 1조9159억원을 냈다. 매출총이익률은 20.3%다. 유사업종인 홈쇼핑사의 80~90%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쿠팡이 '유통업계 최저가 전략'을 밀어붙이면서 외형은 커졌지만 적자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전년과 비교해 매출총이익률이 7.6%포인트 상승했다.
 
판매관리비가 9548억원으로 전년대비 38% 늘었다. 그나마 매출이 69% 늘었는데 비해 판매관리비 증가폭이 적다. '쿠팡맨' 정규직 채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최후의 승자 vs 미완의 혁명

쿠팡이 통상적으로 내부 회계지표로 쓰이는 공헌이익을 공개하고 나선건 '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외형이 커지면서 손실도 줄어들고 결국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점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이 '크게, 멀리보고, 대담하게'를 강조한 것이 이 때문이다.  '치킨게임'이라는 지적처럼 지속적인 투자로 유통업계 판도를 쿠팡의 의도대로 바꿔놓으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쿠팡의 의도대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한 회계사는 "스타트업 등 사업 초기단계 기업들이 적자가 날 때 무형가치 등 자사에 유리한 지표를 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쿠팡의 현재 재무만 봐서는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급격한 외형성장을 할 수 있게 한 '최저가 판매'에 대해서도 오히려 발목을 잡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쿠팡맨과 물류시스템 구축 등 주로 배송에 투자했지만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직접 배송서비스의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며 "최저가를 보고 쿠팡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향후 가격을 올려도 쿠팡을 선택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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