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뉴 컬처]②일회성·보여주기식 혁신 안한다

  • 2017.07.07(금) 09:52

배우자 출산 2주유급휴가·퇴근후 업무 금지 등 파격 도입
"윗사람부터, 협력사도 함께"..인사제도·준법경영·사회공헌도 정비

이랜드그룹은 한때 패션시장의 다크호스였다. 1980년 이화여대 앞 2평 남짓 옷가게로 시작해 10조원대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성공신화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동안 이랜드그룹은 위태위태했다. 사업은 부진했고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과정에서 나쁜 직장을 뜻하는 '일랜드'라는 오해까지 받았다. 이렇게 수렁속으로 빠져들던 이랜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그룹이 안정되고 있다. 나아가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새로운' 이랜드를 두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이랜드그룹의 올해 로드맵은 크게 세가지다. 상반기에는 재무구조 개선에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이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3분기는 조직문화 혁신에 나선다. 4분기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이랜드가 조직문화 혁신에 나선건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한 임직원과 협력사들에 보답하는 의미도 강하다. 그래서 조직문화 혁신의 목표는 '행복한 일터만들기'다.
 
이를 위해 7대 혁신안을 추진한다. 혁신안에는 ▲퇴근후 업무차단 ▲2주 휴가제 ▲우수 협력사 직원대상 복리후생제도 적용 ▲배우자 2주 유급출산휴가 ▲채용 방식 개선 ▲회사 자체 근로감독센터 신설 ▲이랜드 청년창업투자센터 설립이 담겼다. 이같은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 인사팀과 커뮤니케이션팀이 주축이 돼 지난 4~5월 그룹내 임직원들을 면담 설문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는 오는 9월까지 7대 혁신안 도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윗사람부터 쉬어라"

이랜드는 지난달부터 혁신안 도입에 착수해 현재까지 5개안을 도입했다. 한달여만에 공정률 71.4%을 달성한 셈이다. 도입과 함께 가장 큰 호응을 얻은건 '2주 휴가제'다. 연차와 대체휴가 등으로 2주를 연이어 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직원들의 문의가 많아 배우자 2주 유급출산휴가제와 함께 지난달초 가장 먼저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와 달리 도입 초기에는 선뜻 2주 휴가를 가겠다는 직원이 없었다. '눈치가 보인다'는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 임원과 팀장 등 윗사람부터 2주 휴가원을 제출하도록 했다. 2주 휴가제는 임원부터 2년차 직원에까지 적용된다. 업무특성상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호텔사업부나 홍보실 직원들도 모두 동참하도록 했다.

요즘 이랜드에서는 2주 휴가를 앞둔 직원들이 계획을 공유하느라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랜드 SPA 브랜드 스파오 강남점에서 근무하는 박모 주임은 "첫주를 아내와 함께 하는 미국 서부여행, 둘째주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 다른 직원은 "가족과 휴가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1주 휴가를 낸 직원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정도로 빠르게 정착돼 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전 임원들과 팀장급들이 솔선수범해서 휴가 일정을 잡고 공개해서 2주 휴식이 빠르게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며 "개인의 충분한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 결국에는 가정과 회사가 한단계 발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우자 출산 2주 유급휴가제는 기존 5일휴가(유급 3일+무급 2일)에서 개선한 제도다. 올 6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재직기간 1년 이상자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이랜드그룹 제공

◇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협력사도 적용"


'퇴근후 업무차단'도 시행에 들어갔다. 이 역시 임직원들이 어색해하고 있어 교육과 함께 '꿀휴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업무시간 이후 카톡·메시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업무지시를 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퇴근시간에 임박해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금지했다.

특히 이 제도는 재작년 시행하려다 실패한 선례가 있어 디자이너 등 야근이 많은 직군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실효성 확보에 힘썼다. 세부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예외적인 상황을 이유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만들어지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인명사고나 외국에서 시차로 인해 부득이 업무시간 외 소통해야 하는 경우, 주요 소비자의 온라인 클레임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별표(*)를 문장 맨앞에 표시해 어쩔 수 없는 연락임을 알리는 한편 이 경우에도 직접 담당자만을 별도 지목해 업무지시를 내리도록 했다. 

퇴근후 업무지시 금지는 협력사에도 적용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임직원들이 이를 어길 경우 협력사 임직원들도 제보할 수 있도록 외부에 독립적으로 '익명제보센터'를 만들었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소속 법인의 대표이사와 면담, 인사교육을 받도록 페널티를 뒀다.
 
이랜드 관계자는 "오래된 업무 관행들이 완전히 바뀔 수 있도록 전사적인 캠페인을 추진하게 됐다"며 "조직문화 혁신안 시행 이후 일과 후 개인시간을 확보해 자기계발과 건강관리에 힘쓰는 직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 "인사제도 개선·준법경영·사회공헌 강화"
 
이랜드는 그룹차원의 근로감독센터를 설립하고 이달부터 가동했다. 근로감독센터에서는 인사와 노무, 법무 등과 관련해 법과 규정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등을 감독한다. 인사제도도 개선하고 있다. 사업부별 채용을 '통합채용'으로 바꾸고 있다. 직군 구분없는 채용으로 각종 유리천장을 허문다는 목표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여성 임원 비율이 28%로 대기업중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좋은일터로 만들어 승진에서 성별이나 당초 입사 직군 등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더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가 추진하고 있는 7대 혁신안중 남은건 두가지다. 우수 협력사를 아우르는 '직원할인 확대 운영'과 '청년 창업투자센터' 설립이다. 직원할인 확대운영은 우수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이랜드 계열사의 제품·서비스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이랜드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임직원들도 소속감과 자부심을 함께 하자는 취지다. 청년 창업투자센터 설립은 사회공헌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다. 그룹 인재원에서 청년창업펀드를 조성해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도록 자금뿐 아니라 다양한 지원을 한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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