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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T커머스-홈쇼핑 '불편한 동거'

  • 2017.07.07(금) 11:47

T커머스 급성장…"올해 2조도 가능"
홈쇼핑계열-비홈쇼핑계열, 실적 양극화
두 진영간 채널·생방송여부 등 신경전

T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T커머스협회는 올해 시장규모가 2배 늘어난 1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7일 협회 관계자는 "2조원도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홈쇼핑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성장동력이 장착된 셈이다.

'파이'가 커졌다고 모든 T커머스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다. 10곳의 T커머스 업체중 기존 홈쇼핑업체가 운영하는 5곳만 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비(非)홈쇼핑업체 5곳은 적자다. 두 진영간 실적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미묘한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애초에 T커머스 도입을 반대했던 홈쇼핑업체가 오히려 먼저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홈쇼핑업체들은 "반대할 땐 언제고 손쉽게 이익을 내고 있다"며 다소 억울해하고 있다. 홈쇼핑업체와 비홈쇼핑업체는 앞으로 'T커머스의 생방송 허용'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Television)과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다. 2005년 옛 방송위원회가 '상품판매형 데이터방송 사업자' 10곳을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된 것은 IPTV가 빠르게 보급된 2010년 이후다. 기존 홈쇼핑이 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반면 T커머스는 녹화방송만으로 편성된다.


◇ 희비..절반 흑자-절반 적자

국내 T커머스 1위 K쇼핑을 운영하는 KTH의 오세영 사장은 최근 "올해 K쇼핑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TH는 201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T커머스 채널을 오픈했다. KT지원 사격을 받는 시장 개척자가 5년만에 흑자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2015년 T커머스에 뛰어든 늦깎이 업체들은 아직 적자다. 신세계TV쇼핑은 '유통 공룡' 이마트가 투자했지만 지난해 2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체 제작 스튜디오 설립 등에 대규모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미디어윌홀딩스가 대주주인 W쇼핑은 지난해 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B쇼핑도 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두번째로 T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쇼핑&T는 작년 소폭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손실 2억원 탓에 '온전히 흑전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쇼핑&T는 케이블TV방송 '티브로드' 대주주인 태광산업이 운영하고 있다. 비홈쇼핑업체 5곳 모두가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아직 풀지 못한 셈이다.

반면 2015년 뒤늦게 T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홈쇼핑 5개 업체는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CJ오쇼핑플러스 오픈 첫해부터 이익이 났다"고 전했고,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롯데원티비는 지난해부터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도 "현대홈쇼핑+샵은 흑자"라고 했다.

NS쇼핑과 GS홈쇼핑은 T커머스 사업부 이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는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업체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이미 방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 동상이몽

홈쇼핑 업체들은 T커머스 성장을 반기고 있다. 기존 홈쇼핑시장이 정체되고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장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개선에 T커머스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홈쇼핑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T커머스와 홈쇼핑은 상품구성과 고객 연령대가 다르다"며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시장 잠식)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T커머스 취급고는 현대홈쇼핑 1015억원, CJ오쇼핑 1000억원, 롯데홈쇼핑 600억원, GS홈쇼핑 59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기존 홈쇼핑시장 대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이 정체된 홈쇼핑업계에 '채널'이 하나 더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비홈쇼핑업체의 속은 편치만은 않다. T커머스 도입을 반대했던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 인프라를 활용해 먼저 치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홈쇼핑계열 T커머스 관계자는 "홈쇼핑은 T커머스가 생기지 않고 사그라들길 바랐다"며 "그것이 규제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T커머스는 초창기 쇼호스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정부의 규제를 받아왔는데 그 배후에 홈쇼핑이 있다고 T커머스 측은 의심했었다.

비홈쇼핑계열 T커머스 관계자는 "홈쇼핑은 방송 기반을 가지고 있어 손쉽게 T커머스 성장에 동참하게 됐다"며 "시장을 선도했던 T커머스들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두 진영 간의 불편한 관계는 한국T커머스협회만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이 협회 회원사는 K쇼핑, W쇼핑, 신세계TV쇼핑, B쇼핑, 쇼핑&T 등 5곳뿐이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2014년 협회를 만들 때 가입하려 했는데 의결권을 주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보이는 등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며 "홈쇼핑계열과 비홈쇼핑계열은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신경전이 있다"고 말했다.

 


◇ 채널 싸움

앞으로도 홈쇼핑 진영과 비홈쇼핑 진영은 T커머스 시장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널 싸움이다. 현재 홈쇼핑은 대부분 4~12번의 황금채널대에 있다. 반면 T커머스는 20~40번대 뒤에 배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신세계TV쇼핑이 올레TV 2번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신세계가 2번에 들어가기 위해 1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40번대까지 쇼핑 채널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관건은 채널"이라며 "T커머스가 채널을 점점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어 기존 홈쇼핑 업체들에게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T커머스의 생방송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T커머스는 생방송을 하지 못한다. 정부가 생방송 위주의 홈쇼핑과 구분 짓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통해 T커머스는 녹화방송만을 사용하게 했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초창기 있던 T커머스 쇼호스트 출연 금지도 현재 풀렸다"며 "T커머스업체들이 생방송을 주장하고 있지만 홈쇼핑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비홈쇼핑계열 T커머스 관계자는 "T커머스의 양방향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생방송"이라며 "지금은 용감하게 생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곳은 없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왜 T커머스는 생방송이 안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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