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맞고]프랜차이즈 보면 김상조가 보인다

  • 2017.08.01(화) 10:52

빠르고 치밀했다..한달보름 속전속결 결과물 내
협상의 기술..원칙 제시한 뒤 자정안 만들 시간 줘

새 정부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거래관행을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유통·식품·제약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다양한 규제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규제 이슈와 맞물려 기업들의 상생 노력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규제 맞고] 코너를 통해 다양한 규제이슈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상생 맞손] 코너를 통해 기업들이 어떤 상생노력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동시에 조명해본다. [편집자] 


예상대로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첫 규제대상은 프랜차이즈였다. 그리고 빠르고 치밀했다. 한달여만에 규제정책 종합세트를 내놨고, 대대적인 조사와 협상을 통해 업계 스스로가 규제정책에 맞춰 자정안까지 내놓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자정안을 내놓을 시간을 주되 원칙은 양보없다'는 협상의 기술도 보여줬다.

 

취임 이후 한달보름여 숨가쁘게 진행된 김 위원장과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규제는 향후 재벌개혁 등에 대한 규제행보를 읽을 수 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 프랜차이즈 규제, 빠르고 치밀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14일 취임 일성으로 "을(乙)을 위한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맹점과 하도급업자 등을 살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산업계는 김 위원장이 첫 규제 대상으로 프랜차이즈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 위원장의 프랜차이즈 규제 계획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공교롭게도 프랜차이즈업계는 잇단 악재에 휩싸였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김 위원장과 공정위의 입장에서는 규제에 나설 외형적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후 김 위원장과 공정위의 행보는 빨라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취임 일성이었던 '을을 위한 정책'에 충실한 대책이었다. 가맹본부가 가장 치명적으로 여기는 마진 공개 등을 들고 나왔다. 정책적인 대안과 함께 외식프랜차이즈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란 압박카드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규제대책 발표 이후 가맹점주들과 갑질근절 옴부즈만 참여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가맹본부를 제외한 이해당사자들을 미리 만나 가맹본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자리에서 공정위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는 자기반성도 내놨다. 모두 가맹본부를 압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맹본부 이익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회동했다. 협회가 옴짝달싹 못하도록 유무형의 조치를 치밀하게 해둔 셈이다.  

◇ 협상의 기술 "시간주겠다 하지만 원칙대로 간다"

프랜차이즈업계는 공정위의 규제 방안이 발표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가맹본부의 아킬레스건인 필수품목 마진 공개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업계를 죽이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공정위의 이번 프랜차이즈 규제 방안은 강력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김 위원장과 프랜차이즈협회가 회동한 이후 수그러들었다. 김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많은 부분에서 오해가 해소됐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아울러 공정위가 추진하는 프랜차이즈업계 정상화 방안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회동을 갖고 공정위가 발표한 프랜차이즈 규제 방안과 관련 가맹본부대표들과 논의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제시했다. 우선 프랜차이즈업계가 원하는 시간을 줬다. 공정위의 규제방안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업계의 자정안을 오는 10월까지 제출해달라고 했다. 업계가 원하는 당근을 준 셈이다.

업계가 가장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협상의 기술도 보여줫다. 김 위원장은 협회가 제출하는 자정안을 보고 업계가 가장 민감해 하는 필수품목 마진 개 등의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순환출자 문제 등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먼저 재계가 모범을 보여달라"면서도 "시간이 많지는 않다"며 압박하는 협상의 기술을 펴고 있다.



◇ "백기투항" 반발 VS "줄건 주고 얻을건 얻자" 현실론

업계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협회의 회동 결과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협회가 김 위원장의 계획에 들러리만 서줬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협회가 공정위에 '백기투항'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내부분열 조짐도 보인다. 공정위의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나선 BBQ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 BBQ가 자신만 살겠다고 공정위 입맛에 맞춘 자정안을 내놨다는 주장이다. 
향후 협회가 자정안을 만드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BBQ가 김 위원장과 협회가 만나기 전날 자정안을 발표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다들 힘든 와중에 자신만 살겠다고 발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프랜차이즈가 이런 식으로 나서면 나머지 중소업체들은 살아 남을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규제방안은 김 위원장이 촘촘히 짜둔 그물에 업계가 완전히 갇힌 것"이라며 "여기에 맞서야 할 협회는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공정위가 프랜차이즈를 첫 규제 대상으로 정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가장 취약하고 만만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업계내에서는 "이제는 프랜차이즈업계를 재정비하고 업그레이드를 할때"라는 의견과 함께 공정위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지킬 것은 지키는 전략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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