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보고서]②첫 프랜차이즈 40년 생존법

  • 2017.08.04(금) 10:48

림스치킨, 이윤수 점주 인터뷰
82년 개업 36년째 한우물 "비결은 맛...배달 안해"
"개업때 본사 회장 '같이 먹고살자' 진심 느껴"
"프랜차이즈 창업? 난 반대...지금은 때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맹점은 어딜까.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지난 2일 부천역에 갔다. 부천역 앞에 있는 림스치킨 부천 남부역점은 1982년 개업했다. 36년간 4번 가게를 옮겼지만 역앞을 떠나진 않았다. 개업때 쓰던 전화번호도 그대로다.

림스치킨 부천 남부역점은 허름한 간판을 내걸고 평범한 음식을 판다. 프라이드치킨과 생맥주. 업력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전국엔 이 곳보다 오래된 노포(老鋪)가 많다.

 

이 치킨집이 특별한 이유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란 데 있다. 림스치킨은 1979년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전국 가맹점중 림스치킨 부천 남부역점보다 업력이 긴 곳은 찾기 힘들다.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치킨집 5년 생존율 20% 등 암울한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 림스치킨 부천 남부역점 이윤수 점주(70살)를 만났다.

 

▲ 림스치킨 부천 남부역점 이윤수 점주가 1982년 개업때부터 주방에서 쓰던 쇠숟가락을 들고 있다. 36년째 쓴 쇠숟가락은 닳아 '머리' 부분에 좁쌀만한 구멍이 났다. 이윤수 씨는 "우리 가게의 역사"라고 말했다.[사진 = 안준형 기자]

 

-림스치킨 가맹점은 언제 시작했는지요?
"1982년 10월인가. 가물가물하네. 그때 35살이었지."

-그 이전엔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인천에 있는 건설회사에 다녔어. 1977년에 딸이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어. 당시 봉급 가지고 애를 키울 수 없었지. 일주일에 6일은 병원에 가야 되니까. 그래서 림스치킨을 시작했어."

-당시만 해도 가맹사업 자체가 생소했을 텐데요?
"내 고향이 인천이야. 어느날 제물포 앞을 지나가는데 친구가 치킨집을 하더라고. 손님이 엄청 많았어. 그게 림스치킨이야. 그래서 나도 시작했지. 림스치킨 유석호 회장님이 부천까지 직접 와서 자리를 봐줬지. 첫 매장은 바로 요 앞이야. 가게를 4번쯤 옮겼나. 첫 매장 건물은 라이프그룹에 팔려서, 두번째 가게 건물주는 아들 가게 차려준다고 나가라 하더라고. 여긴 12년째야. 가게를 옮겨도 모두 이곳에서 20m 내로 움직였어. 그러니 손님이 떨어지지 않지. 전화번호도 36년째 똑같아."

-36년째 한 브랜드만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요?
"장사가 잘됐어. 손님들이 먹어 보고 맛있으니까 다시 찾아오더라고. 80년대엔 시장에서 가마솥에 닭을 튀기는 게 다였지. 오비비어나 크라운비어는 압력솥에서 닭을 쪄서 팔았고. 82년에 오픈했는데 손님들이 줄을 서더라고. 한시간을 기다렸지. 아침 10시에 셔터를 열면 밖에서 서성거리던 손님이 따라 들어오곤 했어."

-주변에 대형 치킨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겼을 텐데요.
"말도 못하게 많지. 그런데 장사는 장사 속에서 하는 거야. 나 혼자 하는 게 아니야. 여러 집 먹어보고 맛있는 집으로 가는 거야. 옆집에 치킨집 여는 거 신경 안 써. 결국 맛있는 곳으로 가지. 사람들은 내 입에 맞는 거 찾아다녀. TV로 광고 많이 해봐야 소용없어."

 

이윤수 점주가 갓 튀긴 프라이드치킨. 이윤수 점주는 "많이 팔면 이틀, 좀 적게 팔리면 사흘에 한번 기름을 간다"며 "닭도 염지하지 않은 생닭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닭은 깨끗하다"며 "저를 믿고 잡수세요"라고 덧붙였다.[사진 = 안준형 기자]


-살아남은 비결이 있나요?
"맛이지. 내 입에 맞는 게 맛있는 거야. 남들이 맛있다고 해서 맛있는 게 아니지. 우리 집 치킨 맛도 변함없고. 사람 입맛이 변하는 거지 치킨 맛은 변하지 않아. 치킨 간판 달고 하루에 열마리도 못 파는 곳이 허다해. 한 마리에 5900원짜리 치킨도 있던데 싸다고 손님이 오는 건 아니야. 자기 입맛에 맞아야 가지. 우린 가게 열때부터 지금까지 배달은 안했어. 손님들이 전화로 주문하고 10분 뒤에 찾으러 와. 맛으로 승부하겠단 생각이었어. 그게 적중했지. 배달 안하는 대신 치킨 한 조각을 더 드려."

-개인적인 레시피는 개발하지 않았나요?
"개발할 생각을 안 했어. 본사 원부자재를 100% 사용해. 절대 사제 물건은 안 써. 본사가 주는대로 하면 맛은 유지돼. 시장에서 사다 쓰면 좀 싸긴 하지. 약삭빠른 사람들은 딴 곳에서 물건을 사다 섞어 쓰기도 하지. 그럼 맛이 떨어져. 음식이 손맛이긴 한데 기본 문제도 있어."

-직접 만드는 건 없으세요?
"무는 직접 담그지. 본사 것 안 쓰고. 일주일에 3포대 정도 담지. 나하고 집사람 테니스 엘보가 왔어. 무를 썰다 보니 병신 된 거지. 힘들고 비싸지만 손님들이 찾으니까 계속 담그는 거지."

 

이윤수 점주와 부인이 매주 직접 만드는 치킨무.[사진 =안준형 기자]


-장사가 잘되면 가맹사업 중단하고 직접 운영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나요?
"내 성격이 참 소심해. 욕심이 없어. 36년째 해오면서 이거에 만족하며 살지. 35살에 시작해 올해 70이야. 더 할 수 있으면 더 할 생각이었지 딴 걸 해볼까 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 본사에서도 잘 해주고. 그리고 장사도 잘됐어. 처음엔 치킨 한마리에 4200원이었지. 하루에 120~130마리씩 튀겨 팔았어. 돈도 많이 벌었지."

-요즘에도 장사가 잘되나요?
"2~3년 전부터 손님을 기다려보게 됐어. 그전엔 손님을 안 기다렸어. 문만 열면 장사가 됐으니까. 요즘 경기가 안 좋잖아. 용돈이나 벌어 쓰는 거지."

-단골이 많지요?
"80~90%가 단골이야. 이 동네 사람들이 내 이름은 몰라도 림스치킨 사장하면 다 알걸. 이 동네서 택시 타고 림스치킨 가자고 해도 갈거야. 언젠가 의정부에서 한 남자가 왔더라고. 부천에서 자란 부인이 임신해서 림스치킨 사오라고 시켰다고. 입덧한 부인 치킨 사주러 온 남편이 평택, 천안에서도 왔지. 부인이 그랬다더군, 부천역 앞에 가면 림스치킨이 있다고. 4대째 오는 손님도 있고 여기 건물주도 단골이지. 책가방 메고 왔던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이 이제 50살이 넘어. 그땐 아저씨하다 지금은 형님이라 불러."

-아르바이트는 안 쓰세요?
"저녁때 한명 써. 이전엔 직원을 2명씩 뒀지. 20살에 들어와 7년 일하고 시집간다고 그만두고 나가고, 최근엔 15년 근무한 애가 그만뒀어. 그 애가 나가고 나서 사람을 못구해. 그냥 알바 써. 바쁠땐 집사람이 도와주지."

 

가게 벽면에 걸려 있는 림스치킨 첫 모델. 이윤수 점주는 "1982년 가게 오픈할때부터 붙였던 그림"이라며 "4번 이사하는 동안에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델도 지금쯤 내 나이쯤 됐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 안준형 기자]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는데 부담되지 않는지요?
"7000~8000원 주고 사람 어떻게 쓸까 걱정이야."

-요즘 프랜차이즈가 갑질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본사에서 점주 생각을 안해주는 거지. 점주 마진도 생각해 줘야 하는데. 얼마전에 BBQ가 가격 올린다고 해서 벼락 맞았잖아. 본사에서 올릴건 다 올리고 점주엔 몇백원 주겠지. 광고는 본사에서 책임져야 하는데 점주들이 광고비 내고. 어린이날 선물을 가맹점에 보내고 그것도 돈을 다 받아. 이거 빼고 저것 빼고 나면 점주한테 남는 게 없지. 우리 본사는 안그래. 가맹점에 안 떠넘기지. 누가 치킨프랜차이즈 할까 물어보면 림스치킨 하라고 해. 본사가 아니꼽게 이거 해라 참견하고 팔리지 않는 물건 내려보내면 누가 하겠어."  

-본사와 관계가 좋으시네요.
"82년 계약할 때 림스치킨 유 회장님이 '노력해서 같이 먹고 살자'고 그러더군. 진심이구나 느꼈어. 처음엔 물건 받으러 서울 신사동까지 갔지. 조그마한 본사 사무실에 가면 회장님이 설렁탕 한그릇 사주고 했지. 털털한 양반이야. 요즘도 한번씩 안부를 물어. 요즘은 회장님 아들이 대표를 맡고 있지. 젊은 친구가 열심히야. 저녁에 물건 떨어졌다고 전화하면 직접 싣고 여기까지 와."

 

▲ 프라이드치킨을 튀기고 있는 이윤수 점주.[사진 = 안준형 기자]


-얼마나 더 하실 계획이세요?
"마음은 5년 더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몸이 따라주면. 고객들이 늙은이를 반겨줄지 모르지. 다들 오래하세요 인사 건네는데 인사치레겠지.(웃음)"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난 반대야.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까. 가게 차려놓고 장사 안되면 몸에 병 생겨. 차라리 경기 풀릴 때까지 참았다가 해라고 해. 놀면서 까먹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해. 집세 나가지 얼마나 애가 타겠어. 지금은 때가 아니야." 

인터뷰 내내 궁금했던 질문을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건냈다.

-따님 건강은 어떠세요?
"건강해. 올해 41살이고, 초등학교 3학년 자식도 있고. 치킨집 해서 아들딸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냈으니 난 행복한 사람이야."

 

▲ 이윤수 점주가 36년째 주방에서 쓰는 숟가락. [사진 = 안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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