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의 눈물]①살충제 오명을 쓰다

  • 2017.08.23(수) 16:34

52곳 부적합 판정..31곳이 친환경 인증 농가
난각코드 관리 등 유통과정도 문제 노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의 안일한 관리와 일부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먹거리였던 계란은 이제 천덕꾸러기가 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과 과정, 시사점을 2편으로 정리한다. [편집자]


이번에 부적합 계란을 생산한 곳으로 조사된 농가는 52곳이다. 검출되지 말아야 할 살충제가 나왔거나 허용치 이상 검출됐기 때문이다. '생산 단계' 문제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살충제 허가와 관리, 계란 생산 관리, 유통 관리, 정부의 관리감독체계 등 전반적인 문제가 노출됐다.

 


◇ 살충제-친환경 인증 관리 허술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사육 환경에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국내 대부분 양계 농장들은 공장형 사육을 하고 있다. 보다 많은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관리가 편하다는 점도 공장형 사육의 이유중 하나다. 하지만 공장형 사육은 닭의 건강을 관리하기에는 취약하다.

공장형 사육에서 산란계 한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대체로 A4 용지 한장 크기의 닭장이다. 산란계는 이곳에서 먹이를 먹고 계란을 생산한다. 수만 마리의 산란계가 아파트처럼 지어진 빼곡한 닭장에서 생활한다. 닭은 본능적으로 몸에 붙은 진드기 등을 흙에 비벼서 죽이거나 몸에 모래를 끼얹어 없앤다. 하지만 아파트형 닭장에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진드기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산란계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진드기를 없애기가 어렵다. 농장주들이 살충제를 뿌리는 이유다.

 

살충제도 여러가지여서 용법과 용량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농가들이 많다. 닭을 다른 장소로 옮긴 뒤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거나 허용된 양을 초과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친환경' 인증 농가들이 31곳이나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살충제 관리를 넘어 친환경인증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친환경인증을 해주는 민간업체들에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들이 대거 근무하면서 농피아(농관원+마피아)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정부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피프로닐,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5가지다. 또 잔류 허용치 이하로 검출됐지만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 테트라코나졸, 클로르페나피르 등도 검출됐다.

◇ 정부·소비자만 몰랐다‥무용지물 '난각코드'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난각코드'다. 난간코드는 계란 껍질에 생산자 관련 지역과 농장 등을 표시한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 소비자들은 계란에 난각코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구매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난각코드는 안전한 계란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난각코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난각코드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생산자는 물론 계란수집 판매업자들도 마음대로 난각코드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난각코드가 찍히지 않은 계란도 대규모로 유통된 사실이 알려졌다. 안전한 계란을 구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실제로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있었던 셈이다.


생산지와 유통기한을 조작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계란을 전국에 유통한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빙산의 일각일뿐 그동안 공공연하게 이런 일들이 벌어져왔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계란의 생산과 유통 관리를 안일하게 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난각코드에 대한 헛발질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번 살충제 계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난각코드를 공개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수차례 이를 정정해 혼선을 빚었다. 최근에도 최종 발표 이후 7개 농장의 난각코드를 다시 수정, 발표했다. 이 탓에 애꿎은 농가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 다양한 유통경로..'문제 계란 걸러내지 못했다' 

유통 단계에서도 이런저런 문제가 발견됐다. 계란의 유통 과정은 생산 및 출하단계, 도매단계, 소매단계로 나뉜다. 생산 및 출하단계는 생산자가 계란을 일정 수준의 중량규격과 품질별로 분류해 GP(Grading & Packing)센터를 포함한 식용란수집판매업체로 출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식용란수집판매업체는 알가공업체나 축산물판매업체(마트, 편의점 등 소매유통 포함), 일반 음식점·집단급식소 등으로 계란을 보낸다. 이 계란들이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계란의 경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의거해 생산자가 식용란수집판매업으로 신고된 경우 도매처나 소매처로 직접 선별·포장·유통이 가능하다.


대형마트 등에 납품되는 계란들은 대형마트 등에서 자체적인 검사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계란 일부가 대형마트에 공급될 정도로 관리가 어렵다. 따라서 생산자가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아진다. 이미 밝혀진대로 생산자들이 난각코드 등을 조작할 수 있어서다. 마음만 먹으면 생산 정보가 조작된 계란을 얼마든지 유통할 수 있는 구조다.

GP센터나 식용란수집판매업체(집하장)을 경유하지 않는 계란도 문제다. GP센터나 집하장을 거친 물량의 대부분은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된다. 하지만 식품유통업체나 생산자가 직접 유통하는 물량은 2차 가공업체나 단체급식소, 일반음식점 등으로 들어간다. 확실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향후 판매되는 모든 계란에 대해 GP센터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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