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의 눈물]②산적한 숙제들

  • 2017.08.24(목) 15:59

살충제 뿌린죄 있지만 교육·감독도 부실
'동물복지형' 관심 높지만 현실은 '글쎄'
"생산-유통-정부 관리 총체적 재정비" 지적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의 안일한 관리와 일부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먹거리였던 계란은 이제 천덕꾸러기가 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과 과정, 시사점을 2편으로 정리한다. [편집자]


살충제 계란 파동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계란 관리 문제점들이 일시에 드러나게 했다. 정부도 농가도 유통 과정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친환경 계란'의 민낯은 충격을 줬다. 정부 부처간 엇박자는 심했다.

◇ 농가들만 탓할 문제인가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들중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곳도 많다. 살충제를 쓰지 않았음에도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것이 이들 농가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사를 담당했던 정부는 단호하다. 여러번 반복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인 만큼 농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농가가 많은 것에는 일정 부분 정부 책임이 있다. 관리 감독은 물론 교육을 철저히 했어야 할 정부가 예산과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이를 소홀히 했던 탓이 크다. 친환경 농가는 연 1회 이상 잔류농약과 항생제 사용 유무를 민간에 위탁해 검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연 1회 이상 검사를 받은 곳은 거의 없다.


농가들이 사용한 살충제들은 대부분 동물전문 약품업체에서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여기에 금지 성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에 희석해서 뿌리거나 진드기가 박멸되지 않았을 경우 권장량을 초과해서 사용해왔다. 용법과 용량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 친환경 농장의 경우 민간관리기관이 권유한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했다가 이번 정부 검사에 적발된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농장주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쁜 농장주들이 살충제에 대해 일일이 공부하고 사용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평소에 약품의 사용 가능 여부를 철저히 분류, 교육하고 사용법 등을 제대로 감독했다면 적어도 지금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동물복지형농장 관심 높아졌지만 현실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가장 충격을 준건 '친환경 계란의 배신'이었다. 소비자들은 지금껏 친환경 인증 마크를 믿고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며 구입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무항생제 인증에도 불구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친환경 인증은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업체만 64곳이다. 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심사를 통해 적합여부를 판단한 후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인증을 많이 해줄수록 업체의 수익이 늘어난다. 인증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연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는다. 친환경 인증제도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총 52곳의 부적합 농장 중 31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으로 드러난 것은 친환경 인증제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동물복지'가 주목받고 있다. 동물복지는 방목장에서 사육하는 것을 말한다. 동물의 습성을 최대한 보장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있다. 정부도 내년부터 신규 친환경 인증은 유기축산 등 동물복지형 농장에 한해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동물복지형 농장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방목장의 흙 등이 오염됐을 경우 동물들도 함께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DDT가 검출된 것이 단적인 예다.
 
공간 확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 대형 농장은 케이지(cage·철제 우리)로 불리는 밀집 사육장에서 닭을 관리하는데 평평한 땅에서 닭을 풀어 키우려면 공간이 크게 늘어야 한다. 국내 산란계가 7000만수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간확보 문제와 함께 동물복지시스템으로 생산된 계란값이 일반계란에 비해 최대 4배가량 비싼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현재 사육 환경에서 교육 등을 통해 관리를 개선하고, 완전방사형 이전에 케이지와 케이지 사이에 복도와 같은 공간을 두는 개방형 케이지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갈짓자-엇박자, 어떻게 바꾸나

살충제 계란 파동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국민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처간 엇박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원화된 체계의 구멍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현재 계란 등 축산물의 생산단계는 농식품부가, 유통단계는 식약처가 관리한다. 하지만 두 부처간의 유기적인 협업은 없었다. 농식품부가 농가를 검사하고 살충제 검출을 전달하면 식약처는 계란껍질에 적힌 문구로 살충제를 구체적으로 검사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부적합 농가 발표도 오류가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점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정부는 최근 종합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판매되는 모든 계란을 GP(식용란선별포장업)를 통해 수집·판매키로 했다. 또 동물용 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농장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에 살충제 항목을 추가하고 지자체와 연 4회 합동 점검키로 했다. 문제가 됐던 난각코드(계란껍질에 생산자를 알 수 있도 표시한 코드)도 한가지 방식으로 통일한다.
 
친환경 인증업체를 통폐합하는 등 정비하고, 분산돼 있는 정부 관리감독 체계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계란 관련 정보도 농식품부 홈페이지를 통해 전면 공개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위기 모면을 위한 일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의 수립과 실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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