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간염 햄·소시지'…혼란스런 식품·유통사

  • 2017.08.28(월) 16:29

유럽산 소시지, 'E형 간염' 우려
정부 정밀조사-대형마트·제조사 판매중단
업계 "국내 생산분은 안전" 불구 불안불안

이 정도면 '푸드 포비아(food phobia·음식 공포증)'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는 유럽발(發) '간염 햄·소시지'가 등장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는 재빨리 대응에 나섰다. 대형마트와 식품업체들도 일제히 판매를 중단하고 제품 회수에 나섰다.

◇ '간염 햄·소시지' 정체는?

유럽발(發) '간염 햄·소시지'는 영국에서 처음 제기됐다. 영국 보건부는 최근 해외여행을 한 적 없는 E형 간염 환자 60명을 조사해 특정 상점에서 돼지고기로 만든 햄·소시지를 구입한 경우 발병 위험이 1.85배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 햄·소시지의 원산지는 독일과 네덜란드였다.

E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감염된 육류를 덜 익혀 먹을 경우에 걸린다. 최장 60일의 잠복기를 거쳐 피로·복통·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황달, 진한색 소변, 회색 변 등의 증상을 보인다.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하지만 임산부·간질환자·장기이식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임신부가 감염시 사망률은 20%, 유산율은 33%다. 예방 백신도 없다.

▲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단위:톤).

유럽에서 발생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연간 100여명이 E형 간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내 E형 간염의 감염 경로는 대부분 멧돼지 담즙이나 노루 생고기를 섭취했을 경우였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국의 E형간염 조사 발표뒤 외국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한 육가공식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형 간염 바이러스는 대체로 75도 이상에서 2분 넘게 가열하면 없어진다. 하지만 육가공류 숙성시 저온숙성을 했을 경우 E형 간염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가공자가 사용한 칼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바이러스가 옮아갈 가능성도 있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 공장에선 가열 처리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소시지 공정에 돼지 피를 넣는 곳도 있다.

◇ 진화에 나선 정부…대형마트는 판매중단

'간염 햄·소시지' 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는 긴급히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독일산 소시지 완제품 12톤을 수거해 성분 분석에 착수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8월초 네덜란드와 독일산 냉동 돼지고기중 소시지 가공에 원료가 되는 앞뒷다리 부위의 경우 5483톤과 1958톤 등 모두 7441톤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산 돼지고기의 일부는 국내 식품업체의 가공 원료로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상㈜ 청정원은 독일과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베이컨'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도 판매를 중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 대형마트별로 생산하는 PB(자체 브랜드)상품에도 해당 국가의 돼지고기가 포함됐을 경우 자진 철수하고 있다. 이마트의 ‘피코크 스모크통베이컨’에는 독일산이, 롯데마트의 ‘초이스엘 베이컨’에는 독일·네덜란드산이 포함돼 매장에서 철수했다.

이밖에도 독일이나 네덜란드산 돼지고기가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유럽산 가공육의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감 등을 고려해 자진 철수하고 있다. 스페인산 돼지고기로 만든 하몽과 살라미 등 비가열식 햄류 제품들도 매대에서 사라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럽산 햄이나 소시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여서 매장에서 철수시켰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판매 재개 등을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안전하다고는 하는데…"

식품 업체들은 '간염 햄·소시지' 파동에 대해 국내 업체에서 생산된 햄이나 소시지는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국산 돈육이나 미국, 캐나다산을 사용하고 일부 독일이나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수급처 다변화 차원일 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설혹 사용한다고 해도 공정이 유럽과 달라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돈육 제품인 만큼 미세 혈관 등에 피가 남아있을 수 있지만 피를 최대한 없애는 공정을 진행하고 있어 안전하다"며 "국내 업체들은 소시지를 만들 때 돼지 피를 넣는 경우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75도 이상에서 2분 이상 가열하면 없어진다"면서 "국내 업체들은 25~30분 이상 가열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의 조사가 미덥지 않아서다. 이번 조사에서도 정부는 독일산 돼지고기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문제가 된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는 빠졌다. 예산과 인력 부족 탓이라는 설명이다.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는 어떤 형태로 가공 혹은 유통됐는지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이 가지고 있는 민감성 탓에 업체의 입장에서는 문제 발생시 발빠르게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낙인효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런 문제는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해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런 점들이 부족한 것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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