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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인공지능은 빼빼로에 뭘 넣었나

  • 2017.10.26(목) 11:46

박동조 롯데제과 AI-TF팀장..인공지능 적용 빼빼로 출시
"제품수명 짧아져 트렌드 감지-예측하는 센싱 중요"
지능형 플랫폼 내년 3월 완성.."모험이지만 가야할 길"

롯데제과 박동조 팀장이 인공지능(AI) TF 팀장을 맡은 것은 올해 1월이다. 그는 AI와 거리가 먼 마케터였지만 작년말 롯데그룹이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도입하면서 중책을 맡았다. 과자와 AI,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25일 AI-TFT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삼풍넥서스 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실패해도 빨리 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도 모험"이라고 말했다.

- AI-TFT는 어떤 일을 하나?

▲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빅 데이터를 빨리 모으고, 데이터를 근거 있게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예전에도 데이터는 많았고, 분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사람이 데이터를 모으다 보니 양이 적고, 분석과정에 마케터의 주관이 개입됐다. 마케터의 주관이 들어가다 보니 100% 근거를 대지 못하면, 결국 의사결정자가 경험이나 힘으로 최종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 왓슨은 어떤 역할을 하나?

▲ 왓슨이 제일 잘하는 게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이해하고 학습하는 것이 왓슨의 실체다.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시스템안에 왓슨 기능을 몇가지 쓴다. 우리는 왓슨의 분석시스템과 자연어 이해 기능 등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달에 1000만건의 SNS 데이터가 들어오는데 다 읽을 수 없다. 데이터를 왓슨에 쏟아붓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 등을 찾는다.

- AI 빼빼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8만여 사이트에서 식품과 관련된 문장이나 원문 등 데이터를 산다. 이 데이터를 자연어를 분석하는 '왓슨 익스플로러'에 넣고 돌린다. 사전에 왓슨 익스플로어에 식감, 맛, 소재, 모양 등을 정의해 놓는데 이 정의에 따라 데이터가 분류된다. 이 데이터는 통계치(데이터 절대량), 상관도(주제와 어울리는 정도), 추세값(증감도) 등 3가지에 가중치 주고 지수로 만든다.

먼저 최근에 뜨는 맛을 찾아보니 상큼한 맛이었다. 그리고 상큼한 맛과 초콜릿이 어울리는지 추세를 분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한 맛이 깔라만시와 카카오닙스였다. 사실 소재 측면에서 오트밀이 깔라만시보다 더 많이 언급됐지만, 오트밀이 최근 트렌드인 상큼한 맛과 어울리지 않았다.

-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 데이터 수집에 2개월가량, 분석에 한달 정도 걸렸다. AI가 맛을 추천하고 나면 그 뒤에 생산과 디자인 등 과정은 기존 과정과 같다. 앞으로 시스템이 완성되면 한달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박동조 롯데제과 AI-TFT 팀장 [사진 = 안준형 기자]


-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의 역할을 트렌드 분석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 우리가 찾는 것은 트렌드다. 그런데 네이버 트렌드를 보면 검색키워드를 기준으로 트렌드를 뽑는다. 검색은 트렌드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하는 행동이다. 반면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은 트렌드를 인지하기 전에 일어난다. SNS 글이 포털사이트 검색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평소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을 '센싱'(Sensing)하고자 한다. 

- 센싱은 무슨 뜻인가?

▲ 센싱은 '감지해서 예측한다'는 뜻이다. SNS 기반 데이터는 판매 데이터와 같은 결과값이 아니다. 행동이 일어나기 전의 데이터다. 우리 예측시스템을 통해 현재 SNS 1~2등이 앞으로 트렌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 제과시장이 정체돼 신제품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 신제품은 여전히 많이 나온다. 성공하기 어렵고 트렌드가 엄청 짧아졌다. 허니버터칩만 해도 그 상승 추세가 1년은 갔다. 하지만 최근 히트제품은 한달에서 여섯달을 가지 못한다. 우리뿐아니라 해태제과나 오리온 등도 트렌드가 확 뜨고 확 진다.

- 그래서 센싱이 중요한 것인가?

▲ 빨리 센싱 해야 한다. 트렌드가 빨리 뜨고 죽기 때문이다. 뜰때 맞춰 신제품을 내고 죽을때 재고를 줄이면 수익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 적시적소에 신제품을 낼 수 있다. 지금은 트렌드가 지고 있는데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프로젝트는 센싱하는데 포커싱이 맞춰져 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재고 축소나 물류 효율화, 적절한 생산 등으로 AI분야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 기존 신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어떠한가?

▲주관이 많이 개입된 테이터 분석이다. 데이터를 안쓰는 건 아니지만, 숫자와 매출 데이터 분석이 대부분이다.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쓰지만 시야가 좁다. AI를 활용하면 전체를 보지는 못하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빅데이터 근거 자료가 없었으면 '깔라만시 빼빼로'는 나오지 못했을 거다. 윗선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에 따라 '뻬빼로에 왜 상큼한 맛이 들어가냐'고 했을 거다. 근거 데이터가 없었으면 사장될 아이템이었다.

- AI를 적용해 출시한 신제품 반응은 어떠한가?

▲일주일 전에 롯데마트에 들어갔는데 초기 반응은 괜찮다.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1등 제품인 '아몬드 빼빼로' 정도는 아니지만 중간 정도는 할 것 같다. AI를 활용한 신제품이지만 성공과 실패는 알 수 없다. 시장에 수많은 변수가 있다. 우리 프로젝트 목적은 빼빼로 출시가 아니다. 센싱이 목적이다.

- 앞으로 전 제품에 AI가 활용되는가?

▲ 이 시스템이 마케터 근무 프로세스에 녹아 들어가게 될 거다. 마케터 입장에선 이 안에 자기의 데이터가 다 들어가게 된다. AI 시스템은 스스로 학습하면서 점점 정확도가 높아질 거다. 향후 5~10년 뒤에는 다른 제과회사도 AI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본다. 결국은 데이터 싸움이다. 얼마나 많고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롯데제과가 지난달 AI 기술을 활용해 출시한 '깔라만시 빼빼로'와 '카카오닙스 빼빼로'.

- 롯데그룹에서 백화점과 제과 두 분야에 AI를 먼저 도입한 이유는?(현재 롯데백화점도 AI를 활용해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를 만들고 있다.)

▲ 그룹에서 IBM에 컨설팅받으면서 아이템을 2개만 만든 것은 아니다. 관광객, 콜센터 등 아이템은 여러개였다. 2가지 아이템이 내부 워크숍을 통해 선호도가 높았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자'는 신동빈 회장이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트렌드를 센싱해 신제품 성공률을 높이는 거다. 세계적으로 사례가 거의 없다.

- 기존에 조직내 의사결정 과정이 있다. 내부적 저항은 없나?

▲ 이 시스템이 들어오면 기존의 단순한 분석시간은 확 줄 거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에는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 AI가 추천하지만 추천한 데로 갈지 말지는 사람이 판단한다. 지금 마케터가 분석가로 바뀔 거다. 일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분석하는 일이 많아 질거다. 임원들에게 보고하면 '이제 마케팅에 사람 줄여도 되겠네' 하지만 새로운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 사람의 감도 필요하지 않나?

▲ 그걸 버리진 않는다. AI는 갑자기 번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거르는 게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AI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감과 느낌을 데이터로 검증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빼빼로도 AI가 맛만 추천한 것이지 그 다음 과정은 기존과 같다. 연구소에서 신맛과 달콤한 맛을 잘 섞지 못했다면 제품이 출시되지 못했을 것이다.

- 힘든 점은 무엇인가?

▲가장 힘든 것은 데이터를 모아서 정제하고, AI 시스템에 넣는 것이다. 손이 엄청 들어간다. 그런데 주변에선 공상과학영화처럼 AI가 다 해주는 줄 안다. 그리고 좋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비용과 규제의 문제가 있다.

-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제작 인력과 투자 비용은?

▲롯데제과 10명, 롯데정보통신 7명, IBM 개발인력 40~50명 정도 된다. 투자비는 비싸다. 신기술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롯데제과에서 이렇게 많이 IT에 투자한 적이 없다.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은 내년 3월 완성될 거다.

- 그룹은 장기적으로 AI를 어떻게 보고 있나?

▲ AI가 대세라고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작지만 실패해도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하다. IBM이 국내에 대규모로 들어온 것이 처음이다. 우리도 모험이다. 백화점과 제과가 처음 맡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로 확장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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