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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부린 SK디스커버리, 쌓인 숙제 '산더미'

  • 2018.02.08(목) 16:52

'자사주 마법' 포기하며 추가 비용 수천억원
브랜드 수수료 등 뚜렷한 수입원 따로 없어

SK디스커버리가 사명에 담긴 도전정신을 끝까지 잘 살릴 수 있을까.

지난달 5일 지주회사로 전환해 재상장한 SK디스커버리의 주가가 연일 요동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호기롭게 '자사주 마법'을 포기하면서 비판은 면했지만 그만큼 부담이 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특히 따로 떨어져 나간 SK케미칼의 지분 확보가 급선무다. 여느 지주회사처럼 브랜드 수수료나 임대료와 경영컨설팅 수입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뚜렷한 수입원은 없는 데 지주회사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쓸 돈은 많다는 얘기다. 

◇ '자사주 마법' 포기한 SK디스커버리

SK디스커버리는 옛 SK케미칼의 인적분할과 함께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전환 당시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쓰지 않아 주목받았다. 옛 SK케미칼은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며 자사주 총 323만6603주을 매각·소각한다고 밝혔고,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보유 중인 자사주 지분을 가지고 분할·신설되는 사업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SK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인 SK가 2007년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자사주를 사 모은 사례에 비춰봐도 이례적이다.

SK디스커버리의 선택은 당시 SK그룹 오너일가가 '자사주 마법'을 통해 증여·상속 없이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 비판은 면했지만 부담은 커졌다

결과적으로 비판은 면했지만 부담은 커졌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소각하면서 옛 SK케미칼의 이름과 사업부를 모두 물려받은 현 SK케미칼과 지분 관계상 '남남'이 됐기 때문이다. SK디스커버리는 현재 SK가스와 SK플라즈마 등 여러 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SK케미칼의 주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SK디스커버리는 지주회사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 시한인 2년 내 SK케미칼의 지분 20% 전량을 영점에서 확보해야 한다. 총 발행 주식수가 1303만8522주인 SK케미칼의 주식 20%를 10만원에 산다고 가정하면 26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현재 SK디스커버리가 가진 현금성자산이 4168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일반적인 경우처럼 '자사주 마법'을 썼다면 분할비율 48대52에 따라 155만3570주의 지분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면서 1500억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SK디스커버리가 최상위 지주회사 SK와 공동 보유한 SK건설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활용하고, 일부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SK케미칼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법적 시한이 2년 정도 남았다"며 "현물출자와 유상증자, 지분스왑 등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 자체 수익원 마련 등도 숙제

SK디스커버리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지주회사 체제 갖추기다. 지주회사는 계열사 관리가 수월하지만 자체 경영에 필요한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SK디스커버리의 수익원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우선 'SK' 브랜드 수수료는 최상위 지주회사인 SK의 몫이다. 지주회사는 보통 자회사들로부터 광고비를 제외한 매출액 대비 20~30% 정도를 브랜드 수수료로 거둬 자체 운영비 등에 쓴다.

임대료와 경영컨설팅 수입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SK디스커버리는 현재 SK가스가 소유한 판교 SK가스 본사에 입주해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SK케미칼연구소 또한 현 SK케미칼 소유다.

인사도 숙제다. 현재 SK디스커버리에 근무 중인 20여 명 남짓의 임직원은 겸직 상태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을 비롯해 SK가스와 SK건설, 이니츠 등에서 겸직 발령을 받고 양쪽 업무를 모두 챙기고 있다. 

▲ SK케미칼 판교 연구소(에코랩). 사진 제공=SK케미칼

◇ 분할 후 SK케미칼은 순항 중

한편 분할 후 새롭게 태어난 SK케미칼은 종전의 그린케미칼과 라이프사이언스 사업을 계속 영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11~13%가량 성장한 1조3800억~1조42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적게는 21%에서 많게는 43% 이상 늘어난 780억~9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는 아직 출범한 지 2달 정도밖에 안 된 만큼 체제를 갖춰나가는 중"이라며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발매한 대상포진백신을 비롯해 독감백신 등 주력 사업이 전반적으로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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