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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규모 임상 중단 한미약품 또 늑장공시?

  • 2018.02.20(화) 16:06

일라이릴리와 7300억원 규모 계약임상 중단
설 연휴 전날 장마감 후 공시...늑장공시 논란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에게 최대 7300억원을 받기로 하고 기술 수출한 약물 개발이 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한미약품은 일라이릴리가 적응증(의약품을 사용할 질환)을 변경해 추가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대안 치료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시장에선 새로운 신약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공시 시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설 연휴 전날 장 마감 후 임상 중단 사실을 공시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대규모 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늑장공시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당시 회사의 한 임원이 미공개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도덕성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 13개국 대규모 임상 중도 하차

한미약품과 일라이릴리는 2015년 3월 마일스톤(단계별 성과 수수료)을 포함해 총 6억9000만달러 규모의 BTK억제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에선 한미약품이 개발을 맡고, 나머지 전 지역에선 일라이릴리가 모든 권한을 갖는다는 조건이다.

발매에 성공할 경우 한미약품이 챙기는 로열티도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시 국내 제약회사가 체결한 기술 수출 건 중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BTK억제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B세포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말한다.

세상에 없던 치료제를 뜻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치료제를 노린 일라이릴리는 치료제 개발 대상 질환을 류마티스 관절염을 정하고, 2016년 8월 BTK억제제에 대한 글로벌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미국과 호주, 멕시코, 슬로바키아 등 13개국, 71개 기관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2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내년 5월 임상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중간 분석 결과 목표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자 최근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다른 치료제 개발한다는데 '글쎄'

대규모 임상 실패에도 일라이릴리는 대상 질환을 달리해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미약품은 전했다. 3년 전 계약 당시 양사의 발표 내용을 고려하면 루푸스 신염이나 쇼그렌 증후군(Sjögren's syndrome) 등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일라이릴리와 계약 당시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기술을 수출했다"면서 "BTK억제제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약물로 쓰일 수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가 개발이 계약 당시처럼 탄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일리안릴리가 이미 류마티스 관절염 글로벌 임상을 2년 가까이 추진하면서 거액의 자금을 쓴 데다, 면역질환 부문에서 이미 2~3상 단계에 이른 프로젝트가 적지 않아서다.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이후 파트너 제약사의 대규모 임상 중단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총 7억 3000만달러 규모의 HM51713 기술 수출 건은 2016년 9월 총 6500만달러만 받는 조건으로 해지됐다. 또 2015년 11월 체결한 총 39억유로 규모의 사노피 퀀텀 프로젝트 기술 수출 건도 2016년 12월 계약 변경에 따라 29억2400만유로 규모로 축소됐다.

◇ 설 연휴 전 공시 시점도 구설

공시 시점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한미약품은 설 연휴 전인 지난 14일 장 마감 후 '릴리, 한미의 BTK억제제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2상 중단, 다른 적응증 개발 협의 중'이라는 제목으로 연구 중단 사실을 알렸다.

시장에선 악재성 공시를 4일 간의 연휴를 앞둔 시점으로 고의적으로로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에도 대규모 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늑장공시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반면 한미약품은 "지난 14일 릴리사(Eli Lilly and Company)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임상 중단을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가치에 반영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57만원에서 54만원으로, 미래에셋대우는 71만원에서 68만원으로 떨어뜨렸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설 연휴가 끝나고 개장한 첫날인 19일 8% 넘게 하락한 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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