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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분쟁 재점화…기회 잡은 신동주

  • 2018.02.21(수) 18:02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
일본롯데 영향력 약화…신동주엔 반격 기회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였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다. 이에 따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격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 영향력 약화


일본 롯데홀딩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공동대표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표직 사임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단독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유는 일본 재계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경영진의 도덕성을 매우 중요시해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관례다. 

신 회장은 공판 전에 이미 측근들을 통해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대법원 판결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일본의 관례에 따라 미리 사임하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사회에 의해 해임당하는 것보다는 자진해서 사임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의 영향력 행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진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을 통해 일본 롯데를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이젠 그 고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들은 신 회장이 대표자리에 올라설 당시 신 회장을 지지했었다. 아직 신 회장의 우호세력들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매개로 일본 롯데홀딩스를 계속 흔든다면 앞으로 롯데 경영권의 향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게 된다. 만에 하나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자리에 오른다면 롯데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 움직이기 시작한 신동주 전 부회장

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15년 시작됐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대결이었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치열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꼭꼭 숨겨져 있던 롯데 오너 일가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긴 끝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 이후 그는 일본 롯데에 집중했다. 재기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왔다.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은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사이에 이어진 연결고리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연결고리에 주목했다.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대표다.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다.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대표자리에 있다는 것은 언제든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회장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1차 공판에서 법정구속되자 신 전 부회장은 곧바로 광윤사의 대표 자격으로 신 회장의 사임 및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는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을 댕기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재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 롯데그룹 "한·일 롯데 관계 약화 불가피"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 이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각 BU별로 주어진 사업에 충실히 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본발(發) 경영권 분쟁 재점화 여부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간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 추진해왔던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도 신 회장 측에게 불리한 요소다. 롯데그룹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을 결의한 후 입장 발표를 통해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가 무척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 소통을 지속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 롯데 경영진이 신 전 부회장 쪽으로 돌아선다면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예전보다 훨씬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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