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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동주 발표문에 숨겨진 의미

  • 2018.02.26(월) 16:42

'광윤사' 전면에 부각…일본 롯데 통한 지배 포석
공격 수위 높아질 듯…27일 롯데지주 주총 관심

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승자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세에 몰리고 패자였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불과 수개월 전과는 완전히 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급반전한 건 신동빈 회장의 구속 때문입니다. 신 회장은 애초 예상을 깨고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습니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 모두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안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당혹스럽다. 막막하다"고 하더군요.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신 회장이 구속되자 신 전 부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건 작년 8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는 당시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여러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 회장이 추진한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안건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하자 한동안 두문불출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약 6개월여 만에 다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을 향한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겁니다. 작년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저지 실패 이후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분 대부분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등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전히 패배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습니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신 전 부회장에게 반격의 기회가 온 겁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향해 집중포화를 날리는 이유입니다. 변한 것은 상황만이 아닙니다. 신 전 부회장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최근 발표문에 이런 변화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 이후 두 번에 걸쳐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첫 발표는 신 회장 구속 직후인 지난 14일이고, 두 번째는 지난 22일이었습니다. 모두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 회장에 대한 비판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신 전 부회장이 내건 자신의 공식 직함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줄곧 자신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회장 직함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두 번의 발표문에서는 달랐습니다. 그는 두 번의 발표문 모두 '광윤사 대표' 자격이었습니다. 시종일관 광윤사를 업급하며 신 회장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갑자기 광윤사와 함께 자신이 광윤사의 대표임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유독 광윤사를 앞세워 신 회장에 집중포화를 날렸을까요?

그 해답은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관계에 있습니다.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입니다.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입니다. 이는 곧 광윤사 대표는 언제든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신 전 부회장은 작년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한 후 오로지 일본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는 일본 롯데의 주요 주주들을 대상으로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일본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만 그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물밑작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광윤사 대표'라는 자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에게 광윤사 대표자리는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동안은 신 회장이 건재해 광윤사 대표자리에 있음에도 일본 롯데를 흔들 수 없었습니다. 일본 롯데는 신 회장의 우호 세력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습니다. 신 회장이 구속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비록 부회장 이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대표권이 없어 힘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일본에 집중하면서 물밑작업을 해왔던 이유는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신 회장이 틈을 보일 때 바로 치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온 셈입니다. 신 회장의 구속은 신 전 부회장이 노려왔던 기회입니다. 신 전 부회장의 전략은 일본에서 시작합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를 지배하고 이후 한국 롯데까지 가져가겠다는 게 그의 전략입니다. 최근 두 번에 걸친 발표문에 이런 구상이 담겨있는 겁니다.

신 전 부회장의 시나리오는 이미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도 광윤사를 등에 업고 맹공을 펼칠 겁니다. 롯데그룹은 이를 어떻게 방어할지가 최대 당면 과제입니다. 당장 오는 27일 롯데지주의 임시 주주총회가 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총에서는 롯데의 비상장 계열사 6곳을 롯데지주에 편입시키는 안건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업계는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작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만일 주총에서 이번 안건이 부결된다면 롯데그룹엔 치명적입니다. '신동빈 체제'의 힘은 지주사 체제에서 나옵니다. 더군다나 이번 주총은 오너 부재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맡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주총 결과가 중요합니다. 롯데그룹은 부결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안건이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주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반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찬성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안심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신 회장의 최순실 국정농단 공판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든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지주의 주총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신 전 부회장의 공격은 앞으로 계속될 겁니다. 그 수위도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윤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앞으로 공격 강도가 예전과는 사뭇 다를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의 창이 롯데의 방패를 뚫을지, 아니면 롯데의 방패가 그의 창을 막아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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