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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스벅 다이어리의 숨은 이야기

  • 2018.03.02(금) 15:02

전병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과장 인터뷰
"약 10개월간 치밀한 조사·작업 통해 제작"

담당 분야가 유통·식음료이다 보니 이런저런 문의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연말이 가까워져 오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올해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언제 나오느냐", "어느 매장을 가면 내가 원하는 다이어리를 살 수 있느냐"다. 이런 문의를 자주 받다 보니 슬슬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심 도대체 어떻게 만들길래 이렇게들 찾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그래서 만나봤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본사에서 스타벅스 다이어리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전병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을 만나 '잇템'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대한 전모를 들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내린 겨울비 탓에 외투가 흠뻑 젖었다. 우산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나의 커다란 덩치를 원망하며 소매에 묻은 물기를 털고 있던 찰나, 저 멀리서 경쾌한 스웨터 차림의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눈에 그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첫인상이 마치 올해 판 스타벅스 다이어리처럼 심플하면서도 세련됐기 때문이다.

▲ 전병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는 차분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말솜씨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부담'이었다. 전 과장은 "늘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커피 기업이지만 다이어리나 텀블러, 머그컵 등 각종 소품을 만들 때마다 어떤 업체들보다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늘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첫 제작은 지난 2004년이다. 이때부터 2013년까지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좀 더 새로운 경험을 주자는 취지에서 2014년도 판 다이어리부터는 외부와 협업했다. 이때 손잡은 곳이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몰스킨(Moleskine)'이다. 이때부터 3년간 몰스킨과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올해는 자체적으로 제작할지 아니면 협업을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전 과장이 다이어리 기획을 맡은 것은 작년부터다. 올해로 2년째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다이어리 기획자들을 2~3년에 한 번씩 교체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각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칫 기획자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수년간 연말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데는 이런 노력이 숨어 있다.

그는 "다이어리를 기획할 때 자체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블로그, 카페 등을 찾아보고 플래너 구입 시 고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꼼꼼히 서치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어떤 콘셉트로 갈지를 정하고 디자인팀과 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더불어 스타벅스 앱을 통해 설문조사도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다. 설문에 참여하면 별점을 부여한다. 여기에는 10만명씩 몰린다.


스타벅스 다이어리 제작은 총 4명이 약 10개월에 걸쳐 진행한다. 기획팀에서 2명, 디자인팀에서 2명이 참여한다. 올해 판은 어떤 콘셉트로 어떤 업체와 협업을 할지 등을 4월까지 정한다. 이후 다이어리 안에 들어갈 속지 및 콘텐츠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데에 꼬박 두 달이 걸린다.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해 10월에 출시하는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전 과장은 "속지에 들어가는 콘텐츠에 오타가 있는지 살펴보는 데만 꼬박 한 달이 걸린다"며 "달력의 경우도 대체공휴일 등을 표기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어 일일이 정부기관 등에 문의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내부에 들어가는 사진의 색감도 전체 콘셉트와 맞는지 여러 차례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한때 스타벅스 다이어리 품절 대란이 일어났던 일이 있었다. 막상 매장에 다이어리를 구입하러 갔는데 내가 원하는 색상이 없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이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작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매장별로 보유하고 있는 다이어리의 색상과 수량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덕분에 작년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이어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일이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몇 부를 찍는지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전 과장은 "매년 찍는 부수가 다르다. 그동안은 증정용과 판매용을 나눠서 찍었다. 그러다 보니 증정용 한정 다이어리를 구하지 못한 고객들의 원성이 높았다. 그래서 작년에는 5종 모두를 판매용으로 돌렸다. 그랬더니 희소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작업했던 올해 판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세계적인 색채 전문기업인 '팬톤(PANTONE)'과 협업한 작품이다. 팬톤은 매년 올해의 색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판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유독 색감을 강조한 이유다. 그는 "소비자들이 다이어리를 선택할 때 무엇을 위주로 보는지를 살펴보니 색과 디자인이었다"면서 "그래서 올해는 색으로 가보자고 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인내심까지 필요하다. 연말 출시되는 스타벅스의 내년 판 다이어리를 사려면 두 달간 스타벅스의 커피나 음료를 17잔 이상 구입해야 한다. 연말에 각종 SNS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구입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전 과장은 "단골고객을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벅스를 꾸준히 애용하는 고객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며 "그래서 일주일에 꾸준히 2잔 이상 드시는 분이라면 우리의 단골이라고 생각했다. 두 달간 그렇게 애용하는 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가져갈 기회를 드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 과장은 "스타벅스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많고 매년 다이어리를 받아가는 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타벅스의 아놀로그적 감성과 고객이 자신의 삶을 계획해 나가는 습관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며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매년 반영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다이어리가 출시될 때까지 잠을 잘 못 잔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여서 잘 해야 한다는 정신적인 압박감이 크다"며 "하지만 직장이 어디냐고 물을 때 스타벅스에 다닌다고 하면 다이어리가 참 좋더라는 말을 들을 때 참 기분이 좋다. 그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혼자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굳어 있었던 그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잇템'으로 등극한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기획·제작하는 일은 절대 녹록지 않은 일임을 그의 이야기와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디자인이 좋아서, 색깔이 예뻐서 사지만 그 안에는 제작팀의 고민과 노력, 열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내년 판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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