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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샐러리맨 신화? 유한양행에선 '일상'

  • 2018.03.08(목) 11:12

<청년 일자리, 다시 미래를 설계한다>3-③
'유일한 정신' 바탕…임직원과 가족 교육지원 최고
오너 아닌 직원이 CEO…노사 아닌 노노 소통 활발

① 해마다 10~30년 근속자가 200명 나오는 회사
② 92년 동안 단 한 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던 회사

제약업계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유한양행의 이야기다. 유한양행은 15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혔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2004년 이 상을 만든 이후 매년 영예를 안았다.  

유한양행이 해마다 안팎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유한양행 본사를 찾아 HR팀 최경민 차장과 함께 회사를 둘러보고, 인사를 비롯한 기업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유한양행의 경영 지표는 '교육·사유·실행'입니다. '연마된 기술자와 훈련된 사원은 기업의 최대 자본'이라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임직원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오너 없는 기업' 유한양행의 기업 문화는 독립운동가인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사상이 토대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유일한 정신'이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 박사가 전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유한재단으로, 지분 15.5%를 가지고 있다. 유 박사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자녀들에겐 지분 상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한재단 이사장 또한 오너일가와 무관한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맡고 있다.
 
창업주의 자녀에게 기업을 대물림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유한양행은 창업주의 정신을 대물림해 경영지침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창업주의 정신 중에서도 '교육'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 최경민 유한양행 HR팀 차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 차장은 "사내 교육 예산이 최근 몇 년간 서너 배 늘었다"고 소개했다. 사업 계획을 세울 때 교육 예산은 줄일 수 없도록 설계해둬 해마다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예산은 계층별 승진이수제 기본 공통교육부터 직무별 글로벌 교육, 외부강사 초청 강연 등에 쓰인다. 순수 금액으로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2016년 '글로벌 유한' 선포식 이후 사내에선 영어 열풍이 불고 있다. 회사는 전화·화상·온·오프라인 강의를 포함해 기간에 제한 없이 직원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한다. 
 
교육 기회는 임직원 가족까지 아우른다. 회사에서 호응이 가장 높은 복지제도는 자녀 학자금 지원제다. 중학교부터 대학 등록금을 포함해 학기당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최 차장은 "자녀 수나 국내외 대학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최고 대학 등록금에 기준을 맞춰 전액 지원한다"며 "유한양행이 국민보건기업인만큼 의약·치의약학 분야에서는 대학원까지 학자금을 지원한다. 자녀 교육비 걱정에 출산을 꺼리는 직원들의 출산 장려 차원에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유햔양행에선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라는 '샐러리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현 이정희 사장을 비롯해 역대 CEO가 모두 직원 출신입니다. 공장 생산과 제약 영업 등 다양한 직군에서 첫발을 뗀 직원들입니다."

유한양행에선 직무순환제도를 통해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우수한 실적을 낸 직원이면 누구나 도전을 통해 CEO가 될 수 있다. 오너가 있는 기업에선 꿈도 못 꿀 일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CEO에 오르는 꿈, 어찌 보면 샐러리면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 비전을 자연스럽게 안고 출발할 수 있다는 게 유한양행만의 강점이다. CEO는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임기는 최장 6년이다.

직장인 상당수의 퇴사 사유가 '성장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유한양행에서 특히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1년 2개월로, 제약업계 최고 수준이다. 

▲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내 도서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경민 차장은 "해마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를 표창 및 포상한다"면서 "구체적인 숫자는 매년 다르지만 10년 이상 근속자는 100여 명, 20년은 50~100명 사이, 30명은 10명 내외"라고 소개했다. 

유한양행은 10년 근속자에게 표준월봉 100%에 해당하는 상금과 금 5돈, 자사주 최대 10주와 함께 특별휴가를 이틀 준다. 20년 근속자는 150%와 금 7돈, 휴가 3일 그리고 30년 근속자는 200%와 금 10돈, 휴가 3일을 포상한다.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직원 출신이어서 '노사관계' 대신 '노노관계'라는 말을 씁니다. 노조위원장은 일주일에 한 번 본사에 와 사장과 인사 담당 임원, HR팀장과 대화하는 등 소통 채널이 잘 돼 있어 분규가 없었습니다."

본사를 찾은 이 날도 인사 담당 임원과 HR팀장이 노조위원장과 대화 중이었다. 노사 간 소통이 원활한 이유도 '열린 경영' 모토 덕분이다. 유한양행은 보통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연간 사업계획 브리핑 등에 노조 간부를 비롯해 과장급 이상 직원은 누구나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기업과 직원들이 함께 보태는 '투트랙 사내복지'도 눈에 띈다. 92년 만들어져 124억원 넘게 쌓인 사내복지기금과 직원들의 통상임금에서 0.2%씩 공제해 만든 사우공제회기금에서 투트랙으로 직원 개개인의 경조사를 돕는다. 사내복지기금을 기본으로 사우공제회에서 추가로 보태는 식이다. 일례로 직원이 결혼하면 직원의 표준월봉 100%가 기금에서, 사우공제회가 10%를 보태 축의금으로 준다.  

사내복지기금은 경조금 지원 외에도 저리 대출과 콘도 지원 등 각종 복리후생제도의 재원으로 쓰인다. 직원들은 가사자금부터 주택자금까지 다양한 용도로 연 2%의 금리로 최장 100개월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휴가제 또한 법정휴가보다 7일 많은 연 22일을 쓸 수 있다. 여기에 여름휴가로 3일을 더 줘 총 25일 쉴 수 있다. 여성 생리휴가는 유급으로 제공한다.

▲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내 체육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유한양행은 '프로그레스 인티그리티(Progress Integrity)'를 갖춘 인재를 선호합니다. 신의·성실과 정직 등 정도를 지향하는 인성을 기본으로, 직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기본역량과 도전정신을 봅니다.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좋은 사람'이 기본이 되는 거죠."

유한양행은 매년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공개채용을 한다. 공채 때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을 채용한다. 영업 직군이 70%로 가장 많다. 학연·지연·혈연을 배제하자는 '3무'를 원칙에 따라 서류전형 이후부터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한다. 

서류전형 이후 평가는 단 하루에 이뤄진다. 필기시험부터 프레젠테이션, 부서장 면접, 임원 면접까지 한 번에 진행한다. 최종 합격자들은 사내 연수원에서 4박 5일 합숙 집체 교육과 부문별 1개월간 제품 교육을 받고 총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최종 발령을 받는다. 

최 차장은 "하루에 나머지 모든 전형을 치르는 건 HR팀도 녹초가 되는 강행군이지만 지방에서 올라오는 취업준비생들의 편의성과 평가 공정성 차원에서 그렇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한양행은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갖췄다"며 "본인의 능력과 꿈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꿈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2017년 별도 잠정실적 기준 매출액 1조4622억원, 영업이익 887억원을 기록한 탄탄한 중견 제약기업이다. 직원 수는 1700여명으로, 주요 제품으로는 비타민제 삐콤씨와 메가트루,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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