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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맛 없으면 환불해드려야죠"

  • 2018.03.16(금) 10:30

김웅 홈플러스 신선식품본부장 인터뷰
"품질이 생명…고객 니즈 다 맞춰준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은 하나다.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느냐다. 하지만 복수의 대형마트가 인접해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디는 채소가 좋아', '어디는 가공식품이 괜찮더라'는 나름의 평가와 주변의 소문이 어떤 대형마트로 갈 것인가를 결정한다.

사실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비교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밀린다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평가는 더욱 좋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담당자에게는 다소 가혹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그런 홈플러스가 최근 파격적인 정책을 선보였다. 경쟁업체와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신선식품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를 하겠다고 나섰다. 전자제품 A/S는 들어봤어도 식품 A/S는 금시초문이다. 내용은 더욱 놀랍다. 예를 들어 30구짜리 달걀 한판을 구매해 29구를 먹었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말없이 교환 혹은 환불해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왜 이처럼 파격적인, 어찌 보면 위험 부담이 큰 정책을 내놨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만나봤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홈플러스의 신선식품을 총괄하고 있는 김웅 홈플러스 신선식품본부장(상무)을 만나 신선식품 A/S의 모든 것을 들어볼 수 있었다.

▲ 김웅 홈플러스 신선식품본부장.

"23년간 신선식품 바이어로 일했습니다". 그는 신선식품 전문가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고, 94년 신선식품 바이어의 길로 들어선 후 지금까지 이쪽 일만 해왔다. 홈플러스에는 2003년 합류했다. 축산팀장, 수산팀장 등을 거쳤다. 신선식품과 관련해선 손에 꼽히는 전문가다. 그런 만큼 이번 신선식품 A/S 제도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김 상무는 "이번 신선식품 A/S제도를 도입하기까지 회사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며 "신선식품은 100% 품질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사들의 동의와 협조다. 그래서 협력사들에 가격은 물론 당도, 신선도 등의 기준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그동안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평가가 좋지 않았다고 넌지시 공격성 멘트를 던졌다. 그러자 그는 "맞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의외였다. 날 선 반박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차분히 수긍했다. 살짝 김이 샜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멘트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묻어났다.

김 상무는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 A/S제도를 시작하면서 2중, 3중으로 감시와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A/S제도의 프로세스는 무척 깐깐하다. 산지에서 고객의 카트에 실리기까지 우수한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은 각 산지 및 업체를 직접 방문해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이어 각 물류센터에서 검사자가 검품을 진행해 또 걸러낸다. 각 점포에서는 '신선지킴이'가 매장 내 상품의 품질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은 즉시 폐기한다.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은 '신선의 정석' 캠페인을 진행해온 '빅벤(Big Ben)' 프로젝트팀이 검수한다. 그야말로 깐깐한 프로세스를 통해 신선식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셈이다. 홈플러스가 신선식품 A/S제도를 실시할 수 있었던 든든한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채널의 대명사인 대형마트들의 타격이 크다. 그나마 대형마트를 찾는 건 신선식품을 사기 위한 수요가 많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을 잃는다는 것은 곧 대형마트로서 수명이 다했음을 의미한다. 홈플러스가 파격적인 제도를 앞세워 신선식품 품질 및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김 상무의 설명을 들으며 비용 문제가 궁금해졌다. 신선식품 A/S를 하려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는 "품질 향상에 집중하기 위해 마진율을 종전보다 2%가량 낮췄다. 연간 수백억원 수준이다. 신선식품 A/S제도 도입에 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진 목표를 낮춰 바이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각종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면 그 여력을 신선식품 품질 독려에 쓸 수 있다"며 "이 과정을 거쳐 우리 신선식품 품질이 오르고 고객이 찾아준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인 셈이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블랙컨슈머 문제도 궁금했다. 품질에 이상이 없는데도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어디에든 꼭 있다. 어찌 보면 신선식품 A/S제도는 블랙컨슈머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대책이 궁금했다. 솔직히 걱정도 됐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김 상무는 "크게 걱정 안 한다"며 "제도 시작 2주 만에 약 200건 정도가 들어왔는데 과거처럼 실랑이는 전혀 없었다. 고객이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바꿔드린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최고 경영진도 신선식품 A/S제도를 눈여겨 보고 있다. 임원 회의 때 마다 해당 데이터를 뽑아보고 공유하면서 대책을 마련한다. 특히 여성 CEO인 임일순 사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직접 장을 보는 CEO다. 장을 보다가 품질이 좋지 않은 신선식품을 발견하면 곧바로 김 상무에게 '제보'한다. CEO이면서 동시에 현장 '신선 지킴이'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얼마 전 퇴근길에 사장님에게 카톡이 왔다. 사과 사진과 함께 품질이 별로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차를 돌려 경기도 안성에 있는 물류센터로 갔다. 현장 담당자들을 모두 불러 4종의 사과를 갖다 놓고 품질을 점검했다. 실제로 품질이 좋지 않았다. 기준이 제각각이었고 당도도 기준에 못 미쳤다. 그래서 문제 파악을 위해 수십 년간 사과업체를 운영해온 사장님들께 과외를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아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의 직장이 홈플러스라고 선뜻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주변에서 홈플러스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때면 더욱 그렇다고 하더라"라며 "하루아침에 홈플러스의 신선식품이 확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3~6개월 후에는 방점을 찍을 것이다. 매출 1등보다 홈플러스 품질이 제일 좋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임 사장이 지적했던 사과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사과업체 사장님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상무는 "사장님들께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대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1등 사과를 뽑고 그 사과를 생산한 사장님의 노하우를 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23년 경력의 신선식품 베테랑은 여전히 배우는 중이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최고 품질'이다. 그가 사장님들에게 어떤 노하우를 전수받았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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