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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에서 만난 봄

  • 2018.03.16(금) 09:53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긴긴 겨울이 지나고
저마다의 마음에 봄바람이 분다.


불청객 미세먼지가 가끔 방해하지만
따뜻한 봄볕을 타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내 귓가에 대고 자꾸만 속삭인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지 않겠어?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서울 종로 익선동에 가면
색다른 봄을 느낄 수 있다.

 


익선동은 1920년대 지어진 한옥마을이다.
무려 119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서촌이나 북촌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골목골목 집들이 이어져 길을 만든다.


2년 전만 해도 쇠락한 옛 동네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최근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익선동은 애초 재개발 대상지역이었다.
그러다가 서울시가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동네를 살리자는 취지로 주민을 설득했다.

 
덕분에 익선동에도 마침내 봄이 찾아왔다.
평일인데도 골목골목 사람들로 넘쳐난다.

한적한 옛 모습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만약 계획대로 고층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섰다면 지금의 익선동은 없었다.

 

▲ 왼쪽부터 김다예 김민서 씨


김민서, 김다예 씨는 이곳저곳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다예는 처음이고 전 두세 번 왔었어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잖아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다예에게
색다른 곳을 보여주고 싶어 함께 왔어요.


이곳에 오면 왠지 모를 여유를 찾게 돼요.
도로도 없이 골목골목 이어져 있어
색다른 느낌이 좋아요."

 


다예 씨도 괜히 마음이 들뜬단다.


"여자에게 봄은 어딘가
막 다니고 싶은 그런 계절이잖아요.


사람도 많고 골목골목 봄기운이 느껴져요.

서울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
제대로 봄을 즐기고 있어요."

 


골목마다 색다른 가게들이 많다.


만화방과 비디오가게 전자오락실 등
옛 기억을 떠올릴만한 장소는 물론
특색있는 카페와 멋들어진 식당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두운 그늘도 있다.
급작스러운 개발로 임대료가 치솟으며
기존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


수십 년간 이곳에서 살던 지역주민은
이제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저녁 무렵 대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맛있는 고기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익동정육점 강현우 씨가 자랑을 늘어놓는다.


"저희 가게는 실내장식이 독특해요.
한옥과 잘 어울리는 자개장으로 꾸몄죠.


스테이크는 서양음식이잖아요.
그걸 한옥에서 먹는 기분이 남다르다고 해요.


익선동이 가진 매력이 참 많아요.
오렌지등심 스테이크도 정말 맜있으니
꼭 한번 오셔서 드셔보세요."

 


이민정 씨는 가게 봄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저희 때때롯살롱은 생활한복을 팔아요.
시내 중심에서 한옥마을로 옮긴 후에
매출도 많이 늘고 무엇보다 우리의 멋을
가장 잘 연출할 수 있는 동네여서 좋아요.


저희 가게 옷 색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올해는 핑크와 퍼플이 유행할 것 같아요."

 


어둠이 짙어지자 또 다른 매력이 나타난다.
익선동 골목은 순식간에 사랑방으로 변했다.


골목의 반을 차지한 오래된 테이블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고기 한점 소주 한잔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좁은 골목이 불편할 법도 한대도
아랑곳없이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가장 편한 모습으로 소주잔을 맞댄다.


고기 냄새와 사람 사는 냄새가 어우러져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을 가득 채운다.

 


로라(Laura와 테티(Tetti) 씨는 핀란드에서
친구 최혜진 씨를 만나려고 한국을 찾았다.


"로라와 테티는 오늘 한국에 왔어요.
스웨덴 교환학생 시절 만난 친구들입니다.


어디를 가면 한국을 잘 알릴까 고민하다
이곳을 찾았는데 내일 또 오자고 하네요.

빌딩으로 채워진 도시는 흔하잖아요.
우리나라만의 멋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로라와 테티 씨도 만족스러워했다.

 

"일단 핀란드는 너무 추운데
따뜻한 봄 날씨가 너무 맘에 들어요.

 

정확하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뭔가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작은 가게마다 느낌도 색다르고 
참 기분 좋은 밤입니다."

 


100년의 세월이 쌓인 익선동 골목에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사라졌다.


저녁 무렵 밥 짓는 냄새 그리고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목소리도
이제 더는 들리는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찾아들고 있다.
적막하기만 했던 골목골목마다
사람들과 함께 활기가 넘쳐난다.  


따뜻한 봄날 익선동 골목을 거닐며
색다른 봄을 만끽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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