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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1년]①생각보다 더 가혹했다

  • 2018.03.28(수) 10:30

중국, 사드 부지 제공한 롯데 '조준 사격'
백화점·마트·면세점 등 주력 계열사 타격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국내 유통업체들이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했던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는 충격이 더 컸다.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드 보복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의 현실과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 


청천벽력이었다. 지난해 3월 중국이 전격적으로 사드 보복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개별 기업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과 중국 양국 간 외교적인 해결을 기대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 "사드 보복은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은 롯데다. 정부의 요청으로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고 미운털이 박혔다. 이 탓에 롯데는 중국의 조준 사격을 당해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롯데는 오랜 기간 공들여 키워왔던 중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롯데가 사드 보복으로 입은 피해액만 조(兆) 단위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드 부지 제공의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 전격적인 사드 보복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해왔다. 표면적으론 사드에 탑재된 레이더의 사정권이 중국까지 미친다는 이유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의 관측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고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더 깊은 속내는 다른 데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자신이 쥐기를 원했다. 그래서 미국의 개입을 극렬히 반대해왔다. 중국은 사드 배치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로 제시한 '레이더의 사정권'은 외형상 반대 명분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받아들였다. 중국 입장에서는 괘씸할 수밖에 없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마자 즉각적으로 보복에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은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볼모로 잡았다.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사안이지만 중국은 한동안 한국에 등을 돌린 채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정부가 주도했다는 게 정설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구두 지시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을 옥좼다. 중국은 정부의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즉각적이고 치밀했으며 광범위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은 위력적이었다. 중국 국민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진 반한(反韓)감정은 고스란히 한국 기업의 피해로 이어졌다.

◇ 중국, 롯데를 '조준 사격' 하다

중국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자는 롯데였다. 롯데는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보유하고 있던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줬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통상적인 소방 안전 점검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결과 중국 내 롯데마트는 총 112개 매장 중 87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롯데는 중국 내 롯데마트에 작년에만 7000억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영업정지 상태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처분을 풀지 않았다. 지금도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정지 상태다. 지난 1년 동안 롯데마트는 단 한 곳도 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 계열사들도 직간접적으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을 경험해야 했다. 롯데는 1994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작년까지 23년간 총 10조원 가까이 투자했다. 모두 22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했고 지금도 3조원 규모의 롯데월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롯데를 겨냥한 표적 보복을 멈추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국 사업 철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사업 철수 등도 중국 정부가 허가를 해야 하는 사안이 많아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롯데 고사(枯死)전략은 사실상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버티다 못한 롯데가 철수를 결정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한마디로 롯데가 중국에 단단히 발목이 잡힌 셈"이라고 말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롯데의 중국 사업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한국 내 주요 롯데 계열사들 실적에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롯데의 중요한 매출처였다. 이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롯데백화점은 물론 롯데면세점 등도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최근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이 결렬돼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부분 철수를 결정했다. 이 모든 것이 사드 보복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과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해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사드 보복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대비 21.7% 감소한 760억원에 그쳤다. 롯데마트는 77.6% 급감했고, 롯데면세점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으로 2.3% 감소했다.

▲ *롯데백화점·롯데마트는 중국 매출액 *롯데면세점은 3분기 기준.

이에 따라 롯데는 그동안 중국에 집중했던 전략에서 벗어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주력시장 변경을 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중국 정부가 표적 보복을 멈추지 않는 한 철수가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롯데에 치명적이었다"며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로 한 건 잘 한 결정으로 본다. 다만 문제는 중국 시장을 영원히 버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나아져 다시 중국 시장에 재진입하게 된다면 그때 들어가는 비용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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