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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겨냥한 CJ오쇼핑 이번엔 과연

  • 2018.05.02(수) 17:12

슬로베니아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 추진
유럽 진출 교두보 노려…인수 가격이 관건


해외에서 잇따라 쓴 맛을 봤던 CJ오쇼핑이 다시 기수를 해외로 돌리고 있다. 이번에는 유럽이다. 유럽지역은 CJ그룹에 불모지다. CJ그룹은 아직 유럽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전히 유럽시장을 노크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CJ오쇼핑을 앞세워 본격적인 유럽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 해외진출 성적표는

CJ오쇼핑은 현재 총 7개국에 8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첫 해외 진출은 지난 2004년이다. CJ오쇼핑은 당시 중국 동방 CJ를 설립하면서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인도와 태국, 터키, 일본, 베트남, 필리핀, 멕시코, 말레이시아까지 영역을 넓혔다. 2016년까지만 해도 9개국에 11개 법인을 보유했었다.

하지만 CJ오쇼핑은 작년 중국 남방 CJ와 터키 MCJ, 일본 CJ프라임쇼핑 사업을 정리한다. 인도는 주식교환 형태로 정리했다. 중국 남방 CJ의 경우 광동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았던 데다 그 지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홈쇼핑이 정착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적인 영향이 컸다. 

▲ CJ오쇼핑 해외법인 현황.

가장 아픈 곳은 터키다. 애초 CJ오쇼핑은 터키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했었다. 그러나 현지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 시리아와 국경 분쟁에 따른 사회 불안과 매년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 결국 CJ오쇼핑은 눈물을 머금고 터키를 포기했다. CJ오쇼핑 내부에서도 특히 아쉬움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반면 그 밖의 지역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중국의 천천 CJ와 동방 CJ의 경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최근 CJ오쇼핑이 지분 100%를 매입하면서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힐 만큼 성장가도다. CJ오쇼핑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 확대를 타진하고 있다. 이번에 동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 매력적인 제안

CJ오쇼핑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슬로베니아 홈쇼핑 업체인 '스튜디오 모데르나(Studio Moderna)'다.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동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캐나다 등 21개국에 진출해있다. 홈쇼핑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과 출판 마케팅 사업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39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경쟁력있는 자체 브랜드(PB)도 보유하고 있다. 침구류 브랜드 '도르미오(Dormeo)'를 비롯해 식기 브랜드 '델리마노(delimano)', 신발 브랜드 '워크맥스(WALKMAXX)', 가정용 청소기기 브랜드 '로버스(ROVUS)' 등 8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를 자체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형태다.

▲ 스튜디오 모데르나와 PB브랜드들.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CJ오쇼핑에 특히 매력적이다. 각종 PB 브랜드는 물론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까지 갖춘 만큼 인수 이후에도 크게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 더불어 동유럽을 중심으로 유럽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등에도 진출해있어 CJ그룹이 추구하는 '글로벌화' 취지에도 맞다. 더불어 CJ오쇼핑이 원하는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이번 딜은 스튜디오 모데르나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은 작년 말부터 이를 검토했고, 현재는 스튜디오 모데르나에 최종 인수 가격을 제안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독 입찰의 가능성이 높지만 스튜디오 모데르나 측에서 CJ오쇼핑의 가격을 거절한다면 경쟁 입찰에 돌입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CJ오쇼핑의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 성공 가능성, 인수 가격이 관건

핵심은 CJ오쇼핑이 스튜디오 모데르나를 얼마에 인수하느냐다. 현재 CJ오쇼핑과 스튜디오 모데르나 측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일단 CJ오쇼핑은 스튜데오 모데르나가 먼저 인수를 제안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인수 가격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업계에서는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인수 가격이 약 5000억원 선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오쇼핑의 작년 3분기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은 약 3650억원 규모다. 하지만 부채가 많다. 따라서 실제로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인수 금액이 5000억원 선이라면 CJ오쇼핑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CJ오쇼핑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이유다.

▲ 단위:억원.

CJ오쇼핑의 최근 실적은 좋다. 지난 1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9% 증가한 43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이후 계속 성장세다. 시장에서도 CJ오쇼핑이 앞으로 지속적인 실적 개선은 물론 CJ E&M과 통합 효과도 기대할 만 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인수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한다면 이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 CJ오쇼핑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J오쇼핑이 적절한 가격에 스튜디오 모데르나를 인수한다면 분명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시장 진출은 물론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는 분명 CJ오쇼핑에게 플러스 요인"이라며 "다만 유럽 진출에 집착해 무리한 가격을 써낸다면 애초 기대했던 효과보다 재무적 리스크가 커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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