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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승인' 롯데홈, 668.73점의 무게

  • 2018.05.04(금) 16:40

조건부 3년 재승인…기준점수 간신히 넘겨
사업권 반납 시 후폭풍 등 고려…변화 절실

큰 고비를 넘었습니다. 롯데홈쇼핑 이야기입니다. 롯데홈쇼핑이 조건부로 3년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혹시라도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해왔던 롯데홈쇼핑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롯데홈쇼핑의 조건부 재승인은 일정부분 예상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롯데홈쇼핑이 전전긍긍했던 이유는 '만약에' 때문입니다. 롯데홈쇼핑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TV홈쇼핑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여러가지 악재에 시달렸습니다. 이미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재승인 심사에서 임직원 비리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등의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당시 신헌 전 사장은 납품업체 뇌물수수와 회삿돈 횡령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여파로 롯데홈쇼핑은 5년 재승인이 아니라 조건부 3년 재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심사 기준도 까다로워졌습니다. 과기부는 작년 4월 홈쇼핑 재승인 심사 기준에 '공정거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를 상위 항목에 포함했습니다. 해당 항목은 심사위원들의 정성 평가로 이뤄집니다. 경영진의 도덕성 등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롯데홈쇼핑이 마음 졸인 이유입니다.

롯데홈쇼핑은 신헌 전 사장 건은 물론 강현구 전 사장도 거짓 사업계획서와 허위 심사위원 명단을 제출해 재승인 심사를 통과한 일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강 전 사장은 또 6억80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법정구속 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3억원도 논란이 됐습니다. 롯데홈쇼핑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후원금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검찰은 재승인 지원을 목적으로 한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악재들이 이번 재심사 과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롯데홈쇼핑은 노심초사해야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애초 롯데홈쇼핑이 조건부 3년 재승인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롯데홈쇼핑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롯데홈쇼핑은 대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2015년 조건부 승인 당시 정부가 요구했던 각종 내부 시스템을 성실히 보완한 만큼 재승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난번 심사에는 각종 문제에 연루된 임직원이 10여 명에 달했던 반면 이번엔 전 대표이사뿐인 데다 신동빈 회장 구속이나 전병헌 전 수석 건 등도 이번 재심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승인을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습니다. 롯데홈쇼핑은 내부적으로 이번 재심사에서 혹시라도 사업권 반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이지 않도록 다방면에 걸쳐 노력해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4위 홈쇼핑업체입니다. 임직원만 2000여 명에 달합니다. 롯데홈쇼핑에 납품하는 업체들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만일 롯데홈쇼핑이 사업권을 반납한다면 그 피해는 일파만파로 커졌을 겁니다. 실적은 좋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3% 늘어난 9250억원을, 영업이익도 55,5% 증가한 1120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재심사를 맡았던 과기부도 고민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 롯데홈쇼핑의 계량적 지표는 훌륭하지만 그 밖의 정량적 지표가 재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고민이 됐던 지점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과기부의 입장에서도 롯데홈쇼핑의 사업권 반납을 결정하게 되면 그 후폭풍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는 이야기입니다. 2000여 명의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가 입을 피해를 감내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이번 심사에서 롯데홈쇼핑이 받은 점수를 보면 과기부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롯데홈쇼핑은 1000점 만점에 668.73점을 얻었습니다. 과락 적용 항목인 '공정거래 관행 정착, 중소기업 활성화 기여 실적 및 계획의 우수성' 평가에서 기준 점수 이상(230점 중 146.57점)을 얻었습니다. 재승인 기준을 충족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이 받은 668.73점은 재승인 기준인 650점보다 불과 18.73점 높습니다. 최근 5년 간(2013~2018년) TV홈쇼핑 재승인 심사 중 가장 낮은 점수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재승인 심사를 받은 공영홈쇼핑은 722.8점, 지난해 재승인을 받은 GS홈쇼핑은 805.17점, CJ오쇼핑은 775.58점, 2016년 재승인을 받은 홈앤쇼핑은 671.85점을 받았습니다. 롯데홈쇼핑은 간신히 턱걸이한 셈입니다.

과기부는 "전임 대표의 방송법 위반 등 형사소송, 업무정지처분(2016년 5월) 등을 고려해 방송법 시행령 제16조2항에 따라 승인 유효기간을 3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준점을 어렵사리 통과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 등이 남아있는 만큼 조건부라는 꼬리표를 붙여 통과시킨 겁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과기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모양새를 보여줬고, 롯데홈쇼핑도 재승인을 받았으니 윈윈입니다.

롯데홈쇼핑은 "조건부 재승인이어서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무척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번 것뿐입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번 재심사 이후 정부의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심사에서 받은 점수는 롯데홈쇼핑이 공언해왔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난 3월 공영홈쇼핑의 재승인을 보고 롯데홈쇼핑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번 심사에서 롯데홈쇼핑이 획득한 점수가 예상보다 많이 낮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3년 뒤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때는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큰 고비를 넘겼다고 안심하고만 있기에는 668.73점이 주는 무게는 무척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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