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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나고야의정서②깊어지는 고민

  • 2018.05.14(월) 10:28

자원마다 법·계약 다 달라 효과적 대응 어려워
원가 올라도 가격 반영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

나고야의정서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8월 17일 시행된다. 이에 제약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 업종의 걱정이 크다. 시행 100일을 앞둔 나고야의정서의 의미와 기업들의 고충, 관계당국의 조언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 일본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는 지난 2002년 인도네시아 자생식물 자무를 활용해 출원한 51건의 특허를 자진 철회했다. 인도네시아 민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생물해적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탓이다.  

나고야의정서를 법제화한 유전자원법이 오는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국내 제약·화장품 기업들도 시세이도와 비슷한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에콰도르는 자국의 5대 생물해적국가로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한국을 지목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에콰도르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취득한 특허에 대한 무효화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현지법이 나라마다 모두 달라 사전적 대응이 쉽지 않다. 이익공유에 따라 원가가 올라도 가격 반영이 쉽지 않아 제약·화장품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생물해적행위' 인식 점차 확산

나고야의정서가 국제적으로 공식 채택된 건 2014년이지만 이에 따른 자원개발 이익공유 의무를 직접 요구하는 국가는 그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자국의 이익에 맞춰 실제로 집행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원료 수급과 연구개발 전 허가 취득이 필수가 되고, 이에 따른 분쟁 가능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오는 8월부터 유전자원법 시행과 함께 국내 제약·화장품 업계 역시 나고야의정서란 높은 장벽과 직면하게 됐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나고야의정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칫 분쟁에 휘말리면 '가래로 막을 걸 호미로 막는' 손해를 볼 수도 있어서다. 

◇ 원료마다 현지법 달라 대응 어려워

문제는 효과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고야의정서는 각 당사국에 관련법과 행정적 조치를 맡기는 일종의 지침서에 불과해서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나고야의정서를 받아들인 유럽도 구체적인 접근 등에 관해선 회원국마다 자국법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법 제정권을 위임했다. 원료마다 다른 현지법에 일일이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다양한 유전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은 자원의 원산국별 관련 법 동향을 일일이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언어와 법체계, 문화 등을 고려할 때 현지 정부와 가장 좋은 조건으로 상호합의조건(MAT) 계약을 체결할 만한 여력을 가진 기업은 별로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공자는 유전자원 보유국이고, 이용자는 일반기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힘의 불균형으로 기업에 불공정한 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좋은 자원 많지만 대량생산 쉽지 않아

국산 자원이 있어도 대량 생산은 쉽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통상 국내 기업들이 천연물 소재를 이용해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접근하는 자원은 당연히 국내 자생종이다.

하지만 국토가 좁은 국내 여건상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 가까운 중국 등에서 대체재를 찾거나 계약을 맺고 해당 나라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생자원을 소재로 제품을 개발한 뒤 이를 단순 수입하는 방식도 해외자원 활용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이 경우에도 제공국과 이익공유가 타당한지 등은 정부 차원의 협상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 이익공유로 원가 올라도 가격 반영 '글쎄'

이익공유에 따라 제품의 생산원가가 높아져도 가격 반영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오른 원가를 그때그때 약값에 반영할 수 없다. 그러면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통상적으로 예측되는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이익공유율은 0.5~10% 정도다. 이는 곧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나고야의정서 준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컨설팅 수수료 등 각종 비용도 간접적인 원가 상승 요인이다. 

반면 이런저런 사정을 모두 고려해 상승한 원가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건 쉽지 않다. 소비자의 반발이 거센 데다 의약품은 보건복지부의 약가산정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직접적인 반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 원산지마다 법이 달라 대략적인 이익공유 정도조차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원가 상승을 예측하고 가격에 반영하는 게 사전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업계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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