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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나고야의정서③'CSR로 정면돌파하라'

  • 2018.05.15(화) 10:58

정부-산업계, 자원 발견부터 분쟁 해결까지 함께 가야
"비금전적 이익 등 고민 필요, CSR 차원에서 접근해야"

나고야의정서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8월 17일 시행된다. 이에 제약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 업종의 걱정이 크다. 시행 100일을 앞둔 나고야의정서의 의미와 기업들의 고충, 관계당국의 조언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는 한국이 원산지인 구상나무다. 미국 내 관련 생물시장의 30%를 장악한 미스킴라일락도 실은 북한산에서 채집한 정향나무 종자를 미국에서 품종 개량한 사례다. 그런데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상당수는 제품을 개발할 때 국내외 중개업체를 통해 조달한 해외 원료를 이용하고 있다. 대량 생산에 따른 비용 문제 때문이다.

나고야의정서 준수는 물론 대체자원 국산화 모두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통된 고민이다. 두 가지 선택지를 저울질해 결정하더라도 변수가 많아 안심하기 어렵다. 당장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대표적인 변수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을 100일 앞두고 있는데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국내 기업의 나고야의정서 준수를 지원하는 국립생물자원관은 세 가지 기본적인 조언을 내놨다.

나고야의정서 관련 분쟁이 일어나면 정부에 먼저 협조를 요청하고, 대기업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사례를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원료의 국산화를 최선의 대안으로 꼽았다. 

▲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 생물다양성 전시·교육부터 생물자원 정보시스템 구축과 자생종 유용성 연구, 해외 나고야의정서 법 동향 파악 등 생물자원 사업 지원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사진=방글아 기자

◇ 연구개발 기업이 대상…"분쟁 시 당국 협조"

제공국과 이용국 간 첨예한 이견으로 나고야의정서 집행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와중에 국제 동향 모니터링과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나고야의정서 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30일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를 개소했다.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에서 국내 기업의 유전자원법 준수를 지원하는 헬프데스크를 담당하는 오현경 연구관은 '우리 사업도 나고야의정서에 적용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소개했다.

답은 연구·개발 여부에 따라 갈린다. 이미 개발이 끝난 생물자원을 식품 등으로 단순 가공해 판매하는 경우는 이익공유(ABS) 대상이 아니다. 반면 연구·개발 등을 통해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을 출원하는 기업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많은 질문은 분쟁 시 대응 방식이다. 나고야의정서상 제공국이 실제로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면 되느냐는 물음이다. 오 연구관은 "나고야의정서상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심리한다"면서 "현재까지 판례가 많지 않아 직접 대응보다는 당국과 협의를 거쳐 합의로 마무리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나고야의정서는 당사국간 다자간 약조지만 실제 집행은 정부와 기업의 양자간 계약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나고야의정서 취지에 따라 합의한 상호합의조건(MAT)은 치외법권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대형사는 로레알 등 참고…CSR 차원 접근"


나고야의정서 적용 대상이 규모가 큰 기업이라면 다국적 기업의 선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는 게 오 연구관의 조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은 아니지만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제고 차원에서 나고야의정서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계 다국적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의 사례도 눈여겨 볼 만하다. 로레알은 2011년 세계자연기금(WWF)으로부터 지속가능한 팜오일 소싱 방식을 인정받아 지속가능성 부문 9점 만점에 9점을 받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현지에서 나고야의정서 준수를 요구하기 전에 CSR 차원에서 선제 대응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 연구관은 "산업계는 당장 연구개발 위축 등 나고야의정서 준수에 따른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겠지만, 나고야의정서 준수가 기본적으로 지구적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제도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익공유가 반드시 금전적인 공유를 의미하진 않는다"면서 "지역공동체마다 선호하는 이익공유 방식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현지 생산 노동자에 대한 적정기술 제공 등 비금전적 이익 제공도 CSR 차원에서 도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정부 "국산 생물자원 연구개발 적극 지원"


▲ 왼쪽부터 국내 생물자원을 개발해 만든 의약품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사진=방글아 기자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을 이용하지 않고 국내 자생종으로 원료의 국산화를 이루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좁은 국토 탓에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확실하게 제품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한율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아모레퍼시픽은 전 세계적으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흰감국(토종국화)을 강원도에서 발견해 미백화장품으로 탄생시켰다.

해외에서 실패한 대량생산을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100년가량 된 주목의 잎과 껍질에서 추출하는 항암물질 탁솔은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국산 주목 종자의 씨눈에서 탁솔이 다량 발견되면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대화제약 등 국내 제약사는 이를 탁솔 주사제 등으로 개발했다.

국립생물자원관도 국산 원료의 상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나고야의정서 대응 지원 차원에서 작성 중인 국가생물종목록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생물 종은 4만9027종으로 전년보다 2000여 종 이상 늘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나고야의정서 교육·홍보 등 기관 홍보를 맡은 이정현 연구사는 "자원관은 생물자원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산업계에 제공해 생물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통 누룩에서 찾은 토종 종균으로 만든 국민막걸리 케이(K)처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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