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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수제맥주, 시장 판도 바꿀까

  • 2018.05.16(수) 10:04

주세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서 판매 가능
높은 가격으로 저변 확대엔 한계 지적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 유통 규제가 대폭 풀렸다. 소비자들은 이제 대형마트에서도 손쉽게 수제맥주를 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 수요가 기존 마니아층에서 일반 소비자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세법 개정과 함께 수제맥주 수요층이 얼마나 늘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 유통채널 확 늘었다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주세법 개정안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했던 수제맥주의 족쇄를 풀었다. 주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수제맥주의 유통 채널을 대폭 확대했고, 아울러 수제맥주 제조업자의 세금 부담도 줄였다. 결국 수제맥주 활성화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셈이다.

가장 주목할만한 내용은 유통채널 확대다. 그동안 수제맥주는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해당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다양한 맛이 강점인 수제맥주가 기존 대형 맥주업체 제품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인 '루트 맥주'.

주세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과 SSG푸드마켓 등 9개 매장에서 국내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수제맥주 27종을 판매키로 했다. 편의점 CU는 세븐브로이의 수제맥주 3종과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 등 총 4종의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반기고 있다. 한 수제맥주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 채널이 제한적이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도 판매 확대엔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이런 걸림돌이 없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수제맥주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성장하는 수제맥주 시장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0억원 정도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350억원 내지 4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5년 뒤에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15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규모뿐만이 아니다. 수제맥주 제조업체 수도 지난 2015년 51곳에서 작년엔 83곳으로 늘었다. 2014년 54개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면허 건수도 작년에는 95여 개에 달하면서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생산량은 최근 2년 새 2배, 종류는 1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이들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이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수제맥주 종류는 약 700여 개에 달한다.

▲ 자료 : 한국수제맥주협회(단위 :억원).

수제맥주의 인기몰이 비결은 다양한 맛이다. 지난 2012년 국산 맥주는 맛이 없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라거(Lager) 맥주에 익숙해 있던 국내 소비자들은 다른 맛의 맥주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들이 내놓는 다양한 맛의 맥주들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조금씩 수제맥주 시장이 만들어졌다. 

수제맥주 시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자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신세계를 비롯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SPC그룹, 패션업체인 LF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제맥주를 선보이거나 출시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국내에서도 수제맥주 시장이 서서히 뿌리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 기존 맥주시장 파급효과는

주류업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기존 대형 맥주업체들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자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업체들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대형 맥주업체들은 일단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맥주업체들이 수제맥주의 인기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바로 가격이다. 실제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의 경우 440cc 한 잔 가격은 약 8000원이다. 일반 생맥주 500cc 한 잔이 3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비싼 셈이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가진 사업자나 개인이 만든다. 소규모 맥주 면허의 시설 기준은 최대 75㎘에서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120㎘로 늘었다. 이번 개정안으로 시설 기준이 확대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양을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수제맥주의 가격이 비싼 이유다.

주세법 개정 후 발 빠르게 수제맥주 판매에 나선 이마트가 한 업체가 아닌 여러 업체 제품을 조금씩 들여다 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격은 소비자들이 맥주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4캔에 5000원인 수입맥주가 등장하고, 12캔에 1만원인 필라이트가 불티나가 팔리는 이유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맥주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주세법 개정안이 맥주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수제맥주는 생산량이 적은 탓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어 수제맥주가 급속도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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