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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창업의 씨앗은 지금 이 자리에"

  • 2018.05.30(수) 10:16

<인생 2막, 준비 또 준비하라>창업④
김용현 자기설계연구소 대표 인터뷰
회사 다니면서도 CEO라는 마음가짐 중요

취업이 구직자의 꿈이라면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이다. 반듯한 직장을 다니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어설피 뛰어들었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8년 연중기획으로 30~50대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여는 노하우를 찾아본다. [편집자]

 


원래 이런 인터뷰는 재미없기 십상이다. 원해서 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시켜서 하는 인터뷰여서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은 일단 시작부터 흥미가 반감된다. 당연히 능률이 오를 리 만무하다. 며칠 전 회사로부터 인터뷰 '오더'를 받았다. 솔직히 짜증부터 났다. '안 그래도 할 일이 태산인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생리는 똑같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회사에 다닐 수는 없다. '해야 하는 일'을 계속 미루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샐러리맨이면 누구나 겪는 비애다. '어쩔 수 없이' 인터뷰이의 대략적인 프로필을 살펴봤다. 일단 대기업을 잘 다니다가 박차고 나온 사람이다. 살짝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SNS를 살펴보면서 점점 흥미 게이지를 올렸다. 조금씩 '왜?'라고 묻고 싶어졌다.

2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한 오픈 오피스에서 김용현 자기설계연구소 대표를 만났다. 사전에 전화로 인사하면서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환하고 편한 웃음으로 인사했다. 일단 웃음에 꾸밈이 없어서 좋았다. 명함을 빼고 건네는 모습도 소박했다. 일단 선수는 아니다. 이런 인터뷰이는 마음 편하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 김용현 자기설계연구소 대표(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1인 기업이어서 정해진 사무실은 없다. 이날처럼 오픈 오피스를 주로 이용하는 듯했다. 오픈 오피스 직원분들과도 밝게 인사하는 것으로 봐서는 단골이지 싶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먼저 던졌다. "왜 나오셨어요?". 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20년간 일한 엔지니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MF 직전인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입사 후 10년간은 반도체 생산라인 자동화시스템 개발 작업을 맡았다. 전공도 맞고 대우도 좋아 무척 만족하며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부부상담을 받았다. 덕분에 관계는 호전됐다. 그때 그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생각이 있었다. 상담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다. 김 대표는 "사람에 대한 학문이 무척 매력적이라는 것을 그때 느꼈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김 대표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지금 하는 일이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일까?'라는 질문이다.

그는 10년을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부쩍 자기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코딩을 할 수 있을까. 주변의 부장, 팀장들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코딩보다는 주로 매니지먼트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이 길을 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랬던 그에게 진로를 바꾸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팀에서 같이 일했던 부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평소 지병을 앓고 있어 가끔씩 통원 치료를 받던 선배였다. 병원을 다녀온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아 사망한 선배를 보고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장례식에 다녀온 후 그 부장의 책상을 정리하면서 이 분은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을까.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기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던 찰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엔지니어가 아닌 사내 교육을 담당하는 파트를 추천받았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기회라고 여겼다. 그렇게 사내 교육과 강의를 하면서 또다시 10년을 삼성전자에서 보냈다.

 

원래는 훨씬 일찍 회사를 그만두려 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말렸다. 남들은 들어오고 싶어 안달인 회사를 왜 그만두냐는 말에 답을 하지 못해서였다. 막연히 '이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만 있었을 뿐 그다음 준비는 하지 못한 탓이 컸다.

상담 심리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고 있는 탓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이버대학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했다. 각종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가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그는 이미 그때부터 삼성전자를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들이 오롯이 현재의 김 대표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이 회사에 다니면서 막연히 이건 아닌데 생각하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며 "사표를 던지고 밖으로 나와서 '혹시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말로 밖에 나갈 용기가 생겼다면 준비는 회사 안에서부터 해야 한다. 그 안에서 사표를 던진 이후 삶에 대한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키워 그것을 들고 나와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직접 나와서 해보니 사실 만만치 않다"면서 "70%는 회사에 있을 때 나의 능력을 확인하고 30%는 밖에 나가서 확인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만일 지금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80~90%는 회사 안에서 자신의 업무와 연관된 일에서 조금씩 준비하고 나머지를 밖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혹시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이 구체적으로 있다면 그 일을 미리 해봐야 한다"며 "주말에 그 일로 파트타임이라도 뛰어보면서 반드시 그 일로 조금이라도 직접 돈을 벌어봐야 한다. 그래야 그 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지을 알 수 있다. 사내강사 경력만 믿고 나왔지만 현실은 정말 혹독했다"고 회고했다.
 


가장 중요한 경제 사정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당연히 삼성전자에 있을 때 보다 수입이 확 줄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나름 준비한다고 하고 나왔는데도 한동안은 무척 힘들었다. 이런 충격에서 조금이라도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사표를 내기 전에 미리 그 이후 예상 수입을 생각하고 그것에 맞게 생활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016년 사표를 던지고 1인 기업을 세웠다. 자기설계연구소였다. 개인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멘토링을 해주는 사업을 한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남은 인생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개인에서 더욱 영역을 넓혀 기업체 강의도 나간다. 반응은 무척 좋다. 그는 "어디선가 내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내가 그 사람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여러 모임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이 그의 밑천이고 자산이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모임의 수만 해도 4군데가 넘는다. 최근에는 수원에 있는 한 마이스터고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듯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글발과 말발로 쉽게 먹고사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성장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그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가능한 시도를 무엇이든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면서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 이 회사를 나가 사업체를 차린 CEO라고 생각하면 회사 일이 그리 지루하거나 못마땅하지 않다. 상관의 지시는 내가 CEO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일을 하나 수주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하면 실패할 확률은 훨씬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에서 준 '오더'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해야만 하는 일'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김 대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행복한지를. 그러자 그는 주저 없이 환히 웃으며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힘든 와중에도 자신을 지금껏 믿고 지켜준 아내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 아내가 없었으면 난 아직도 암흑 속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을 끄고 그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적인 경험과 회사를 그만둔다고 상상했을 때 몰려오는 두려움 등이 주제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김 대표에게 상담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자리를 파하고 일어서려는 찰나 그는 자신이 쓴 책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표지 뒷장에 이렇게 써서 내게 건넸다.

 

"가슴 속에 품고 계신 열정을 꼭 이루실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사무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왠지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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